내일의 희망 본 남자 배드민턴…함께 빚은 '5시간15분' 대역전승

세계단체선수권서 대만 '0-2→3-2' 짜릿한 역전승
서승재-김원호 '잠시 이별'…다양한 카드 발굴

남자배드민턴 대표팀이 토마스컵에서 대만을 꺾고 첫 승을 달성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한국 배드민턴의 '황금기'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자부에 비해 남자부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

여자대표팀에는 '역대급 선수' 반열에 올라선 안세영을 비롯해 심유진, 김가은, 김가람 등 수준급 단식 선수들이 많고 여자복식 랭킹 3위 이소희-백하나조 등 복식 카드의 경쟁력도 갖췄다. 하지만 남자대표팀은 환상의 짝꿍으로 자리매김한 서승재-김원호 외에는 정상권과 거리가 있다. 특히 남자단식 주자는 분발이 요구된다.

따라서 구성원 전체가 일정 수준에 올라야하는 '단체전'에서는 성과가 차이난다. 여자부는 지난 2월 아시아단체선수권 결승에서 중국을 제치고 정상에 오른 반면 남자부는 공동 3위에 만족해야했다.

현재 덴마크에서 열리는 세계남녀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토마스&우버컵) 전망도 비슷했다. 그리고 여자부는 예상대로 순항 중이다. 그런데 큰 기대하지 않았던 남자부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가 나왔다. 내일의 희망을 본 남자배드민턴이다.

남자대표팀은 27일(이하 한국시간) 덴마크 호르센스에서 열린 토마스컵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대만을 게임 스코어 3-2로 꺾었다. 앞서 1차전에서 덴마크에 1-4로 패한 남자대표팀은 대만을 꺾고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을 키웠다. 총 16개국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는 4개국씩 4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진행한 후 1~2위가 8강 토너먼트에 오른다.

5개 매치업의 순수 경기시간만 5시간 15분이었다. 매 경기 1시간 혈투가 펼쳐졌다는 뜻이다. 스코어도 팽팽했다. 이 어려운 승부를 젊은 한국 남자대표팀이 잡았다. 심지어 1~2게임을 먼저 내주고도 3~5게임을 다 잡은 것이라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내용이다.

젊은 단식주자들의 분전이 대역전승을 일궜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대표팀은 1게임 단식에서 유태빈이 초우티엔첸에 0-2(18-21 16-21)로 지고 2게임 복식에 출전한 서승재-진용도 치우샹지에-왕치린1-2(16-21 21-15 11-21)로 석패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그런데 3번째 게임부터 드라마가 펼쳐졌다.

한국은 3번 단식 주자 최지훈이 치유런을 상대로 2-1(21-17 18-21 21-16) 승리를 거두며 반격에 나섰다. 그리고 김원호-조송현 복식조가 리제훼이-양보쉬안을 2-1(20-22 21-18 21-19)로 꺾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분위기는 한국이 좋았으나 그래도 전망이 밝진 않았다. 마지막 주자 무게감이 달랐기 때문이다.

한국의 마지막 단식 선수는 2006년생 약관의 조현우였다. 세계랭킹 137위로, 주로 낮은 단계의 대회인 챌린지 무대에 나서 경험을 쌓고 있는 신예다. 반면 상대는 랭킹 36위 리자하오로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성적을 내고 있는 선수였다. 특히 2025년에는 '최고 권위' 전영오픈에서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많은 이들의 전망이 리자하오의 손을 들어줬을 경기였지만 조현우는 이변을 만들었다. 1게임에서 듀스 끝 23-21로 승리한 그는 2게임을 다소 쉽게 내줬으나 압박감을 이겨내고 3게임을 21-18로 따내면서 한국의 대역전승을 완성했다.

2010년 쿠알라룸푸르 대회, 2022년 방콕 대회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여자대표팀과 달리 남자대표팀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남자복식 1위에 빛나는 서승재-김원호가 잠시 이별, 각각 다른 복식조로 나섰다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서 활로를 모색한 일종의 고육책에 가깝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값진 승리를 챙겼다.

서승재-김원호 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선수들의 경쟁력이 높아져야한다. ⓒ AFP=뉴스1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주봉 감독은 "안세영과 서승재-김원호가 아주 좋은 활약을 펼쳐주고 있으나 다른 선수들의 기량도 더 올라와 줘야 한다. 중국이나 일본은 정상권 선수들이 여럿인데 우리는 카드가 제한적"이라면서 "세계적인 레벨을 갖춘 선수들이 나와야 전체적인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다"고 선수들의 분발을 독려한 바 있다. 바라는 그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여자부에 비한다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번 '5시간15분' 대역전승이 좋은 발판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3경기를 잡아낸 최지훈도 세계랭킹 85위로,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다.

토너먼트행 가능성을 키운 남자대표팀은 오는 30일 새벽 스웨덴과 최종전을 치른다. 스웨덴은 현재 2패로 C조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더 높은 무대에서 보다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다. 한국 남자대표팀의 이 대회 최고성적은 8강이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