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국대'도 현실은 '알바생'…"들어갈 실업팀이 없어요"

스켈레톤 국대 홍수정, 정승기와 올림픽 혼성 종목서 11위
국내 실업팀 단 1개 뿐…"많은 선수가 아르바이트 병행"

스켈레톤 정승기(왼쪽 두번째)와 홍수정(왼쪽 세번째)이 31일 올림픽 회관에서 열린 '카스 비욘드 메달 어워즈'에서 '우정'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대한체육회 제공)

(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실업팀이 부족해서 많은 선수가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스켈레톤 국가대표 홍수정(25)은 향후 계획을 묻는 말에 "저는 지금 실업팀이 없다"며 이같이 답했다.

국가대표 선수가 실업팀이 없다는 게 의아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는 '비인기 종목' 스켈레톤이 처한 냉혹한 현실이다.

홍수정은 31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 회관에서 열린 '카스 비욘드 메달 어워즈'에서 혼성 종목에 함께 출전한 정승기(27·강원도청)와 함께 '우정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두 사람은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스켈레톤 혼성 단체전에 출전했다. 해당 종목은 남녀 선수가 1명씩 팀을 이뤄 출전해 한 차례씩 주행을 펼쳐 합산 기록으로 순위를 가린다.

둘은 합산 기록 2분01초45로 최종 11위에 올라 소기의 성과를 냈다. 시상대엔 오르지 못했지만, 첫 출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 대회를 기대케 하기에 충분했다.

시상식 후 만난 정승기는 "스켈레톤이 개인 종목이라는 인상이 강한데, (홍)수정이와 팀으로 상을 받아서 굉장히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홍수정은 "첫 올림픽에서 혼성 종목에 나서게 돼 떨렸는데, (정승기) 오빠가 옆에서 많이 도와줬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상을 받게 돼 뜻깊다"고 말했다.

월드컵 대회에서 혼성 종목을 경험한 다른 나라들과 달리, 정승기와 홍수정은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혼성 종목을 뛰었다.

정승기는 "10년 넘게 개인종목으로 뛰다가 혼성 경기를 통해 기록이 서로 이어지는 구조를 경험하고 전략도 함께 고민하면서 '정말 한 팀이 된 느낌'을 받았다"고 했고, 홍수정은 "오빠에게 의지하면서 안정감을 얻었다. 스타트 실수로 기록이 저조했는데, 혼자였다면 빠르게 잊었을 실수도 더 무겁게 다가왔다"며 혼성 종목 출전 당시 느꼈던 감정을 이야기했다.

밀라노 동계 올림픽에 출전한 스켈레톤 홍수정.ⓒ AFP=뉴스1

최종 순위(11위)에 대해 정승기는 "목표했던 등수에 들어 만족하고, 다음 올림픽을 위한 좋은 발판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홍수정은 "이번 경험을 통해 다음 올림픽에서는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제가 주행 경험이 아직 부족한데, 경험이 더 쌓이면 같이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에서 성과를 내려면 장기적인 비전 수립과 인프라 확충 등 지원이 필수적이다. 여타 비인기 종목과 마찬가지로, 스켈레톤도 갈 길이 멀다.

정승기는 "평창 트랙이 지금도 잘 운영되고 있고, 여름에도 아이스 스타트장을 만들어 스타트 훈련을 할 수 있을 만큼 과거에 비해 굉장히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종목 특성상 다른 트랙에서 주행하면서 경험을 쌓아야 메달 경쟁이 가능하다. 전지훈련 기간을 더 늘린다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전지훈련 기간이 확대되길 바랐다.

월드컵에 참가하는 팀의 경우 총 3~4달 동안 전지훈련을 소화하지만, 밑의 단계인 북미컵이나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경우엔 전지훈련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정승기. ⓒ AFP=뉴스1

이에 따라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하는 젊은 선수들이 기회를 많이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고, 이는 곧 국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실정이다.

국내 실업팀 부족도 스켈레톤 종목의 취약점 중 하나다. 현재 강원도청만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봅슬레이·스켈레톤 종목 실업팀을 운영하고 있다. 정승기의 경우 강원도청 소속이지만, 홍수정은 소속팀이 없다.

홍수정은 "다음 올림픽을 바라보고 있어서 열심히 훈련하고 싶다"면서 "여자 선수 같은 경우 들어갈 실업팀이 마땅치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봅슬레이·스켈레톤 여자 선수 중 실업팀 소속인 선수는 김유란(봅슬레이) 단 한 명뿐이다. 소속팀이 없는 선수들은 비시즌 훈련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홍수정은 "국가대표 수당만 받고 훈련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어서 올해는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훈련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수정뿐만 아니라 다른 여자 선수들도 비슷한 고충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위라는 성과 뒤에 가려진 '냉혹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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