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아내"…"모든 불행도, 행복도 영원하지 않다"

[올림픽 달군 말말말] "나를 제친 게 길리라서 다행이야"
"나부터 나를 의심하지 않으려 했다"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은메달을 확보한 최민정(왼쪽)이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보한 후 김길리를 축하하고 있다. 2026.2.21 ⓒ 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이 치러진 지난 17일 동안 우리는 태극전사들의 한마디에 웃고 울었다.

그들의 말은 지난 4년간의 땀과 눈물과 웃음을 모두 담고 있었기에, 그 울림은 더욱 컸다.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의 명대사보다도 더 큰 감동을 줬던 '밀라노 영웅'들의 인터뷰를 추렸다.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김길리(왼쪽)와 최민정이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후 기뻐하고 있다. 2026.2.19 ⓒ 뉴스1 김성진 기자
"나를 제친 게 길리라서 다행이야."

◇쇼트트랙 최민정

최민정은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선을 마친 뒤, 자신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올림픽이 끝났다는 아쉬움과 후련함에 눈물을 흘렸다.

대회 3연패에 도전했던 그는 결선에서 선두로 질주하다가, 팀 동료이자 소속 팀 후배인 김길리에게 1위를 내주고 은메달을 땄다.

마지막 무대에서 금메달을 놓쳐 아쉬움이 있을 법도 했지만 그는 '아끼는 동생'이 다음 세대를 시작한 사실을 더 기뻐했다. 그는 "한국 선수, 그중에서도 길리가 나를 제친 게 기쁘다"고 진심 어린 축하를 전해 울림을 줬다.

피겨 차준환이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 갈라쇼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6.2.22 ⓒ 뉴스1 김성진 기자
"나부터 나를 의심하지 않으려 했다"

◇피겨 차준환

남자 피겨 싱글 차준환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발목 부상과 스케이트화 교체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대회를 정상적으로 치르기 어려울 정도의 악재였는데, 그는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경기를 마쳤고 0.98점의 아쉬운 차이로 메달권에 오르지 못했다.

차준환은 힘든 시간을 이겨낸 비결에 대해 "빙상장 안에서는 결국 혼자 이겨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나부터 나를 의심하지 않고 싶었다. 그래서 더 강하게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받아 금메달을 획득한 스노보드 최가온이 기뻐하고 있다. 2026.2.13 ⓒ 뉴스1 김진환 기자
"금메달은 하늘이 내려줬지만, 내가 가장 열심히 했다는 자부심 있다"

◇스노보드 최가온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따낸 가장 극적인 금메달은 아무래도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최가온일 것이다. 그는 첫 시도에서 무릎을 크게 다쳐 제대로 걸을 수도 없는 상황이 됐지만 두 번째 시도 착지 실패를 거쳐 마지막 시도에서 극적인 성공으로 짜릿한 금메달을 땄다.

부상 당시 관계자들이 모두 기권을 권유했는데, 최가온은 발끝부터 몸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는 기적으로 다시 일어섰고 끝내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최가온은 "금메달은 하늘이 내려주셨다. 하지만 여기 있는 모든 선수 중 내가 가장 열심히 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 에어매트가 없어 해외를 전전하면서도 세계 최고의 기술을 성공시킨 그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피겨 이해인이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연기를 마친 후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2.20 ⓒ 뉴스1 김성진 기자
"모든 불행도, 행복도 영원하지 않다"

◇피겨 이해인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올림픽에 출전한 이해인이 대회 전 남겼던 말이다. 한국 여자 피겨 에이스로 꼽히던 그는 이 말대로 불행을 극복하고 올림픽에 나서, 최고로 행복한 순간을 맞이했다.

그는 과거 대표팀 해외전지 훈련 중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로 대표팀 자격을 박탈, 선수 생활을 끝내야 하는 위기에 놓였으나 억울함을 벗고 은반으로 돌아와 올림픽에 출전했다.

올림픽 대표로 선발된 뒤 "모든 불행도 영원하지 않고, 모든 행복도 영원하지 않다. 그러니 행복은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힘들 때는 반드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고, 그의 말대로 첫 올림픽서 '톱텐 진입'과 '갈라쇼 여왕'이 되며 활짝 웃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에 400번째 올림픽 메달을 안겨준 스노보드 김상겸이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은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오른쪽은 아내 박한솔 씨. 2026.2.10 ⓒ 뉴스1 김민지 기자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아내"

◇스노보드 김상겸

이번 대회 한국 1호 메달(은메달)의 주인공인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김상겸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아내를 꼽아 이 땅의 '유부남'들을 당혹게 했다.

막노동을 전전하는 등 역경의 시간을 딛고 37세 나이로 첫 메달을 목에 건 그는 "아내를 가장 존경한다. 선수 생활을 길게 하다 보니 아내가 어려움이 컸을 것"이라며 "해외를 자주 나가다 보니 외로움도 많았을 텐데, 잘 견뎌주고 서포트하는 모습이 멋있고 든든하다"고 말했다.

아내 역시 SNS를 통해 "4년 전 베이징 올림픽 때에도 그토록 바라던 메달을 (나의) 목에 걸어주지 못해 슬퍼하던 모습이 참 마음 아팠다"며 "꼭 메달을 따서 아내에게 좋은 기억을 선물하고 싶다던 오빠(김상겸)의 말이 제 마음을 가장 울렸다"며 화답했다. 둘은 김상겸의 귀국 현장에서 감격의 재회, 다시 한번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tr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