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역대급 무관심 동계올림픽' 누가 책임지나?
JTBC 독점중계 '무관심' 지적…최가온 金 놓쳐 '결정타'
지상파 3사도 속 보이는 외면…'독점 중계 첫 시작' 우려
- 권혁준 기자
(밀라노=뉴스1) 권혁준 기자 = "동계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지 몰랐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기간 가장 많이 들렸던 이야기다. 올림픽의 존재감이 그만큼 희미했다는 방증이다.
전 세계적인 추세는 아니었다. 미국 올림픽 중계권을 가진 NBC 유니버설은 이번 올림픽 첫 5일간 평균 시청자 수가 2650만 명을 기록해 4년 전 베이징 대회와 비교해 93%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에선 '역대급 무관심 올림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JTBC가 단독 중계한 올림픽 개회식 시청률이 1.8%로, 4년 전 지상파 3사가 중계한 베이징 대회 개회식 시청률(18%)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대회 전부터 많은 관계자들이 '관심 부족'에 대해 크게 우려한 것이 현실이 됐다.
JTBC는 이번 대회 국내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 지상파 3사와의 중계권 재판매 협상이 결렬되면서 단독 중계에 나섰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아 보인다.
JTBC는 '새로운 올림픽 중계'를 내세웠지만, 지상파 3사의 중계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기엔 부족했다. JTBC와 'JTBC 스포츠' 두 채널을 통해 중계에 나섰지만, 노년층 이상의 시청자에겐 JTBC도 낯선 이들이 적잖을 터다. 이런 가운데 'JTBC 스포츠'는 더욱 생소할 수밖에 없다.
'결정타'는 한국의 첫 금메달이 나온 여자 하프파이프 종목이었다. 결선에 출전한 최가온이 1차 시기에서 크게 넘어지고, 2차 시기 마저 실패하자 JTBC 본 채널에선 스노보드 대신 쇼트트랙을 중계했다. 스노보드는 'JTBC 스포츠'로 바뀌어 중계를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선택이었다. 최가온이 3차 시기에서 기적의 역전극을 벌인 장면을 '독점 중계'하면서도 많은 이들에게 제공하지 못했다. 실패한 선택에 비난이 뒤따른 건 당연한 결과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도 달갑지 않은 행보를 보인 건 마찬가지다. 올림픽 중계권을 포기한 지상파 3사는 이전과 비교해 확연하게 올림픽 관련 보도를 줄였다.
중계권이 없으니 당연한 게 아니냐 반문할 수도 있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지상파 3사는 중계권뿐 아니라 '뉴스권'도 구매하지 않아 경기 영상 대신 '사진'으로만 소식을 전달했다.
비판이 이어지자 한 지상파 방송사는 JTBC가 자료화면 등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많은 제약을 걸었다고 입장을 냈다. 이에 JTBC는 "뉴스권 판매는 지상파의 선례대로 판매했으며, 다른 방송사에 제공한 조건과 똑같이 제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후 재반박은 없었다.
결국 중계권을 구매하지 않은 지상파 3사의 속 보이는 외면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방송국 간 싸움 속 선수들의 땀과 눈물은 묻혀버렸다. 선수들에게 올림픽은 '꿈의 무대'다. 이 순간을 위해 평생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게 올림픽이란 4년에 한 번 오는 '관심'의 순간이기도 하다.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한편, 자신이 몸담은 종목에 대한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는 소중한 무대다. 이번 올림픽에서 보여진 방송국들의 갈등과 논란은 '올림픽 중계'의 본질인 선수들의 땀과 눈물을 저버린 것이었다.
이번 올림픽이 JTBC 독점 중계의 '시작'이라는 점은 더욱 우려를 자아낸다. JTBC는 당장 올 6월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하계 올림픽, 2030 알프스 동계 올림픽과 월드컵, 2032년 하계 올림픽까지 중계권을 독점 구매했다.
계속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시청자들은 더더욱 등을 돌릴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청와대를 비롯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가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이미 늦었을 지도 모른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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