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윤종 "1위 당선 예상 못해…잘 뽑았다는 말 들을 수 있게"[올림픽]
[일문일답] "진정성·소통 통했다"
"하루 14~15시간 서 있다보니 허리·무릎 관절 닳았다"
- 권혁준 기자
(밀라노=뉴스1) 권혁준 기자 = 동계 종목 최초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된 원윤종(41)이 "대표자 잘 뽑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게 열심히 활동하겠다"며 포부를 다졌다.
원윤종은 2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빌라 네키 캄필리오에 위치한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전날 열린 IOC 선수위원 투표 결과 11명 중 전체 1위로 요한나 탈리해름(에스토니아·바이애슬론)과 함께 당선됐다. 한국인으로는 문대성(태권도·2008~2016), 유승민(탁구·2016~2024)에 이어 역대 세 번째, 동계 종목 선수로는 역대 최초의 쾌거다.
원윤종은 "이제 시작인데, 8년 뒤엔 선수들에게 '대표자'를 잘 뽑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면서 "선수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이 길로 왔기에, 그들이 믿음을 준 만큼 보답할 수 있게 활동하겠다"고 했다.
이어 "유세를 준비하며 마음에 새긴 한 가지가 진정성이었다"면서 "선수들을 만나 소통하고 목소리를 들으려고 했는데, 끝까지 잘 지켜진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이 긍정적으로 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출국 전 "운동화 세 켤레가 다 닳도록 뛰겠다"고 했던 원윤종은 "걸음 수는 측정은 안 했지만 엄청나게 많이 걷진 않았다"면서 "다만 이동이 쉽지 않았고, 하루 14~15시간 서 있다 보니 허리 관절과 무릎 관절이 닳은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선수뿐 아니라 코치, 봉사자까지 선수촌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려 했고, 모든 이들이 나를 알았다"면서 "봉사자분들이 나중엔 커피도 주며 친근하게 대했다. 하루 5잔까지 마셔봤다"고 했다.
다음은 원윤종과의 일문일답.
-봅슬레이도 우연히 시작했는데, 이런 날이 올 거라 생각했나.
▶봅슬레이 시작한 것도 우연한 계기였지만, IOC 선수위원같은 국제 스포츠 외교는 잘 몰랐다. IOC 선수위원에 대한 강렬한 인상이 남은 건 2018 평창 올림픽이었다. 당시 유승민 회장님이 IOC 선수위원으로 전방위 활동하면서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시고 여러 단체와 교류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도전하게 됐다.
-투표 1위 결과를 예측했나.
▶1위를 기대하진 못했다. IOC에서 11명의 후보자가 발표됐을 때도 종목도, 내 인지도도 높지 않아 어떻게 준비할지 고민이 많았다. 상위 2명에만 들자는 마음으로 준비했고 1위는 생각하지 못 했다
-1위로 당선된 요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선수위원을 준비하면서 마음에 새긴 한 가지가 '진정성'이었다. 선수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게 첫 번째 스텝이라고 생각했다. 선거 유세에 돌입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 먹은 데로 잘 지켜진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이 긍정적으로 보고 투표한 것 같다.
-많은 선수들을 만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하루는 밀라노에 비가 왔다. 저녁 9시 반쯤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한 여자 선수가 다가오더니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엄마 선수인데 내 아이를 케어할 환경이 어렵다고 하더라. 파리 올림픽 때 있었던 '널징 존(nursing zone)'이 여기엔 없다고 하더라. 행정적 시스템이 어떻게 변경된 건 지 모르겠지만 당선이 되든 안 되든 잘 전달하겠다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어느 정도 유세를 열심히 했는지.
▶클러스터가 총 여섯 군데이다 보니 이동이 쉽지 않았다. 날씨가 좋을 땐 도로 상황이 좋아서 예상한 시간대로 갔는데, 눈이 오거나 하는 지역에선 위험한 부분이 있었다. 다행히 스노타이어나 체인을 적절하게 준비해서 안전하게 이동했다.
-신발 세 켤레는 다 닳았나.
▶2켤레는 일반 운동화, 한 켤레는 방수가 되는 부츠를 챙겼다. 상황에 맞게 갈아신으면서 유세했다. 걸음 수는 측정 안 했지만 엄청나게 많이 걷지는 않았다. 다만 하루 14~15시간을 서 있다 보니 무릎과 허리 관절이 많이 닳은 것 같다(웃음).
-동계 종목 최초로 IOC 선수위원이 된 소회는.
▶동계 종목을 대표해 제가 됐다고 생각한다. 동계 선수들의 환경이나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다고 본다. 처음에는 동계 종목의 의견을 주로 전달하겠지만, 점점 확대해서 모든 선수들의 권익과 목소리가 현장에 적용될 수 있게 활동하겠다.
-평창 은메달과 IOC 선수위원 당선의 기쁨을 비교하면.
▶평창 올림픽에서의 결과가 없었다면 그다음은 어떻게 될지 몰랐다. 그렇기 때문에 평창 때가 더 짜릿했다. 하지만 어제 발표를 기다리면서 30분 정도의 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발표하다 보니 긴장감이 극에 달했고 초조했다.
-당선이 실감 되는 부분이 있다면.
▶오늘 기자회견장에 오기 전에 조찬으로 코벤트리 IOC 위원장과 식사하고, 선수위원회 미팅이 있었다.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선수위원으로 서포트할 기본적인 부분을 지키겠다. 그 외적으로는 여러 종목의 다양한 나라가 참가할 수 있게끔 서포트해서 스포츠의 가치를 알려주고 올림픽에 나설 수 있게 하고 힘쓰고 싶다. 눈이 없는 나라와 개발 도상국의 코치를 해본 경험에서 비롯된 생각인데, IOC 선수위원으로 좀 더 확장해 나가고 싶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유승민 회장에게 조언받은 게 있다면.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려고 했다. 유승민 회장님처럼 아침부터 밤까지 열심히 활동했다. 선수들뿐 아니라 코치, 봉사자 등 선수촌 모든 사람들과 소통했다. 선수촌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알고, 그런 모습이 진정성으로 다가간 것 같다.
-커피를 최대 몇 잔까지 마셨는지.
▶커피는 하루 5잔까지 마셔봤다. 봉사자들이나 직원들이 3잔 정도 주시고 나머지는 졸음을 깨우느라 내가 따로 먹었다.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선수 헤라스케비치를 실격 처리한 IOC 결정에 대한 생각은.
▶선수 대표자로 선수의 목소리를 담고 전달하는 게 내 역할이다. 다만 IOC도 프로세스가 있고 그들의 선택이나 여러 의견을 종합해서 발표했다고 생각한다. 판단은 제가 할 영역은 아닌 것 같다.
-분산 개최에 대한 생각은.
▶6개 클러스터 돌다 보니 다 환경이 달랐다. 밀라노는 가장 큰 선수단이 머무르고 빌리지도 규모가 큰데, 안테르셀바 같은 곳은 바이애슬론만 열리다 보니 선수들도 올림픽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 클러스터마다 규모가 다르기에 어쩔 수 없기도 하지만, 축제의 장인 올림픽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과 요소들을 구성하면 좋을 것 같다.
-동계 종목 변경에 대한 생각은.
▶종목이 사라지고 새로운 게 나오는 건 제가 면밀하게 검토하진 못했다. 다만 노르딕 컴바인이나 알파인 스노보드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은 관중이 있는 이 종목이 왜 없어져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귀담아듣고 잘 전달하겠다.
-당선 뒤 유승민 회장이 어떤 메시지를 줬나.
▶유승민 회장님은 8년 간 IOC 선수위원으로 활동해서 IOC 내부에서도 하드워커로 소문이 나 있다. 회장님께선 당선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자리를 차지하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 열심히 활동해 스포츠를 위해 힘 써달라고 했다.
-김재열 IOC 집행위원과 연락을 주고받은 게 있는지.
▶오늘 아침에 메시지로 축하한다고 연락 오셨다. 곧 만나서 인사 드리고 싶다.
-8년 뒤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
▶선수들이 대표자를 잘 뽑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선수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이 길로 왔기에, 그들이 믿음을 준 만큼 보답할 수 있게 활동하겠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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