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1·銀 1·銅1…한국 스노보드, 기적 쓰고 르네상스 열었다[올림픽]
김상겸 통산 400호 메달·'여고생' 최가온·유승은 '훨훨'
2000년 중반 출생 황금 세대 활약…다음 올림픽도 기대
- 권혁준 기자
(밀라노=뉴스1) 권혁준 기자 =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 각각 한 개씩. '불모지'에 가까웠던 한국 스노보드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거둔 성적은 '기적'에 가깝다. 관심도 지원도 부족했지만 묵묵히 달려온 한국 스노보드가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18일(한국시간) 남녀 슬로프스타일 경기를 끝으로 이번 올림픽 스노보드에 걸린 11개의 금메달 주인공이 모두 가려졌다.
'스노보드 강국' 일본이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로 압도적인 성과를 낸 가운데, 한국은 일본, 오스트리아(금 2, 은 1, 동 1)에 이어 스노보드 종목에선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을 썼다.
한국 스노보드는 이번 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쾌거를 달성했다. 대표팀 '맏형' 김상겸(37·하이원)이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깜짝' 은메달을 차지한 것이 시작이었다.
당초 이 종목에선 2018 평창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상호에게 많은 시선이 모아졌는데, 이상호가 조기 탈락한 반면 김상겸이 이변을 일으키며 감격의 은메달을 수확했다.
이 메달은 한국의 동·하계 올림픽사 통산 400호 메달이라 더욱 큰 의미를 가졌다.
'맏형'의 분발 뒤엔 '여고생 스노보더'들이 날아올랐다. 2008년생 유승은(18·성복고)이 여자 빅에어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 메달로 한국 스노보드는 사상 최초로 단일 올림픽에서 두 개 이상의 메달을 차지하는 이정표를 세웠다.
그리고 최가온(18·세화여고)이 정점을 찍었다.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한국 설상 최초의 금메달을 차지한 것. 특히 최가온은 1, 2차 시기에서 넘어져 전망이 크게 어두워졌는데,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3차 시기에서 '역전 드라마'를 써 많은 감동을 선사했다.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남자 하프파이프의 이채운(20·경희대)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결선 3차 시기에서 세계 최초로 '프런트 사이드 트리플 콕 1620'(정면으로 점프해 가로축으로 네 바퀴 반, 상하로 세 바퀴를 동시에 도는 기술)을 성공시키며 6위에 올랐다. 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전 세계에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유승은은 주 종목이 아닌 여자 슬로프스타일에서도 3위로 결선에 진출해 멀티 메달 기대감을 높였다. 비록 결선 12위로 두 번째 메달을 차지하진 못했지만 또 한 번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한국 스노보드는 환경이 열악하다. 10년 넘게 국가대표로 활동한 김상겸이 '막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했던 사연, "한국에서 많이 훈련하고 싶다"는 최가온의 호소 등에서 정확히 드러낸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누구보다 강한 의지와 열정으로 세계 무대에 도전했고, 이번 대회에선 '희망' 이상의 '성과'로 경쟁력을 입증했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10대 어린 선수들이 두각을 보였다는 점에서 향후 수년, 다음 올림픽까지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선수들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 설상이 지금의 '르네상스'를 오랫동안 지속하기 위해선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 되어야한다.
일본이 '스노보드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한 건 그저 우연이 아니다. 실내 스키장 등 사계절 내내 연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는 등 꾸준한 투자가 병행됐기에 가능한 성과임을 우리도 알아야한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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