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최고 법정마저 "우크라이나 추모, 올림픽에선 안돼" [올림픽]

전쟁 추모 헬멧 쓴 우크라이나 선수, 실격 처분 항소했으나 기각
정치적 중립 원칙 앞세운 IOC…경기 밖 일부 허용으로 타협 제시

우크라이나의 스켈레톤 선수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가 12일(현지시각) 코르티나담페초에서 러시아와의 전쟁 희생자를 묘사한 헬멧을 들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국제 스포츠 최고 중재 기구마저 올림픽 무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간접적으로라도 비판하는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14일(한국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스포츠 중재 재판소(CAS)는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선수 블라디슬라브 헤라스케비치가 제기한 실격 처분 관련 항소를 기각했다.

헤라스케비치는 2022년 러시아 침공으로 숨진 우크라이나 선수들의 사진이 새겨진 헬멧을 썼다가 실격 처리됐다. 헬멧을 벗으라는 요구를 거부하며 13일간 출전이 금지됐다.

전쟁 희생자를 향한 추모와 연대 목적으로 헬멧을 썼다는 게 그의 설명이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를 정치적 구호로 받아들였다. 올림픽 헌장 제50조 2항은 "어떠한 종류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언은 올림픽 경기장과 시설, 기타 지역에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마티외 리브 CAS 사무총장은 “물론 표현의 자유는 올림픽에서도 보장되지만, 경기장은 예외다. 이는 신성한 원칙"이라고 일축했다.

사건 심리를 중재한 독일인 아네트 롬바흐는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국민과 선수들이 겪은 아픔은 이해한다. 이를 알리려는 선수의 뜻에도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해당 헬멧이 IOC의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건 사실"이라고 결론 내렸다.

헤라스케비치는 "차별적인 결정"이라며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 나는 결백하다"고 즉각 반발했다. 이후 독일 뮌헨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그는 실격 처분이 좌절스럽다고 호소했다.

추모 목적의 헬멧을 쓰는 시도는 헤라스케비치 뿐만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쇼트트랙 대표 올레흐 한데이는 "영웅주의가 있는 곳에는 최종 패배란 없다"는 문장이 새겨진 헬멧을 쓰려 했으나 좌절됐다. 우크라이나 프리스타일 스키 카테리나 코차르 역시 "우크라이나인처럼 용감하라"는 문구의 헬멧을 경기에서 착용하려 했으나 IOC 판단에 따라 중단했다.

다만 러시아를 향한 국제 사회의 비판이 거센 만큼, 이를 무작정 금지하는 것은 IOC로서도 정치적 부담이 크다. IOC는 훈련 주행과 언론 인터뷰 때는 추모 헬멧을 허용하겠다는 타협안을 내놓기도 했다. 또 경기 중에는 추모를 표현하는 검은 완장을 착용하라고도 제안했다.

하지만 헤라스케비치는 이를 거부했다. 커스티 코번트리 IOC 위원장이 13일 몸소 헤라스케비치를 만나기도 했지만, 설득에는 실패했다.

코번트리 위원장은 "그에게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하는 자리였다"며 "규정은 규정대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부는 헤라스케비치 선수의 애국심을 높이 사 훈장을 수여하겠다는 방침이다.

legomast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