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가 곧 인생이던 18세 소녀…최가온, 설상 첫 金 쾌거[올림픽]

7살 때 입문, 인생 절반 이상 매진…꿈의 무대서 '활짝'
2년 전 허리 크게 다치고도 묵묵히 재활…'강심장' 면모

스노보드 최가온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3차전 경기를 마치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최가온은 1,2차 경기에서 넘어진 후 3차 시기에 90.25점을 받아 단독 1위에 올라섰다. 2026.2.13 ⓒ 뉴스1 김진환 기자

(리비뇨=뉴스1) 권혁준 기자 = 최가온(18·세화여고)에게 스노보드는 곧 인생이었다. 7세에 입문해 18세가 된 지금까지, 스노보드는 좋든 싫든 최가온과 함께 한 '동반자'였다.

또래들처럼 마음껏 놀지 못하고 어린 시절부터 '선수'의 길에 들어선 그의 가장 큰 목표는 올림픽 무대였다. 그리고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최가온의 꿈이 이뤄졌다.

최가온은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 파크에서 열린 대회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기록, 클로이 김(미국·88.00점)과 오노 미츠키(일본·85.00점)를 제치고 금메달을 수확했다.

그는 1차 시기서 들것에 실려 나올 만큼 큰 부상을 입었고 2차 시기에서도 착지에 실패해 상황이 어려워졌다. 그런데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완벽한 연기로 대역전극을 일궜다.

이 금메달로 최가온은 한국 설상 종목 최초로 금메달을 딴 선수가 됐고, 스노보드에선 아시아 여성 최초 금메달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그는 2023년 1월 미국 X게임에서 만 14세 3개월의 나이로 우승해 클로이 김(미국)의 14세 9개월을 뛰어 넘어 최연소 우승 기록을 썼다.

같은 해 12월엔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냈다.

올림픽 시즌을 앞두고도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다.

최가온은 2025-26시즌 FIS 하프파이프 월드컵에서 3차례나 우승했다. 지난해 12월 중국과 미국 대회를 연달아 제패했고, 올림픽을 한 달 앞둔 시점 스위스 락스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스노보드 최가온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1차전에 출전해 경기를 펼치고 있다. 2026.2.13 ⓒ 뉴스1 김진환 기자

특히 락스 대회 우승의 의미는 컸다. 그는 지난 2024년 이 장소에서 허리 부상을 크게 당해 1년 가량 재활에만 매진했기 때문이다.

최가온은 쉽지 않은 시간을 묵묵히 견뎌냈고 다시 정상의 기량으로 복귀했다. 게다가 부상 당했던 장소에서 우승을 달성하며 '부상 트라우마'까지 완전히 지워내고 자신감을 높였다.

최가온에게 거칠 것은 없었다. 예선에선 6위에 그쳤지만 결선을 위한 '몸풀기'에 가까웠고, 그는 경기 후 "아직 반도 보여주지 않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결선은 믿기 힘든 드라마였다. 최가온은 1차 시기에서 스위치 스탠스로 공중 3바퀴를 도는 '캡텐'을 시도하다 파이프 상단 가장자리에 보드가 걸려 크게 넘어졌다.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들것까지 들어가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최가온은 스스로의 힘으로 경기장을 빠져나왔지만, 한동안 주저 앉아 있는 등 충격이 큰 모습이었다. 부상 여파인지 2차 시기에서도 최가온은 또 착지에 실패해 넘어졌다. 모두가 어렵다 생각하던 순간, 불굴의 최가온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최상의 연기를 펼쳤다.

관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 최가온은 마지막 시기에서 캡 더블 콕 720(몸의 축이 기울어진 상태에서 옆으로 비틀어 2바퀴 회전)과 백사이드 900(파이프를 등진 상태로 2바퀴반 회전) 등을 연달아 성공시켰다.

모든 연기를 마친 뒤 그는 두 팔을 번쩍 들어보였다. 두려움과 포기를 모르는, '강심장'의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한 순간이었다.

최가온은 올림픽 전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첫 올림픽인만큼 온전히 즐겨야 준비한 연기를 성공적으로 펼칠 수 있다. 모든 걸 쏟아내면 결과는 뒤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그 말대로, 최가온은 올림픽을 완벽하게 즐겼고 모든 걸 쏟아내 최고의 결과를 일궈냈다.

tr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