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쩡해요!" 쇼트트랙 김길리, 몸도 마음도 빠르게 회복[올림픽]
전날 혼성계주서 충돌…"부러진 줄 알았는데, 멍만 들었어"
"울고 있으니 언니·오빠들이 위로…경기 중 자주 있는 일"
- 권혁준 기자
(밀라노=뉴스1) 권혁준 기자 = "저 멀쩡해요!"
쇼트트랙 대표팀 김길리(22·성남시청)가 이렇게 말하며 작은 반창고를 붙인 상처 부위를 드러냈다. 혼성계주에서의 불운한 충돌로 큰 우려를 자아냈던 김길리는 몸도 마음도 빠르게 회복했다며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김길리는 1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을 함께했다.
그는 전날 열린 혼성계주 준결선에서 홀로 넘어진 코린 스토더드(미국)에 걸려 넘어졌다. 이 충돌로 한국은 순위가 뒤로 밀렸고, 충돌 당시 순위가 3위로 '구제'도 받지 못한 채 아쉬운 탈락을 맞이했다.
무엇보다 김길리의 몸 상태가 걱정이었다. 넘어질 때 상당히 큰 소리가 났고 김길리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기에 큰 부상을 당한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를 자아냈다.
그러나 김길리는 이날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했고, 표정도 밝았다.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난 그는 "멍이 좀 든 것 빼고는 괜찮다. 피도 많이 흐른 게 아니라 '찔끔' 났었다"면서 "치료받고 약을 먹어서 지금은 괜찮다.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했다.
김길리는 당시 상황에 대해 "(미국과) 간격이 벌어져 있어서 속도를 올리면서 추월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코린 선수가 넘어지는 게 보였다"면서 "하지만 속도가 너무 올라온 상황이라 피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넘어졌을 당시엔 나도 어디 부러진 게 아닐까 싶었는데, 막상 시간이 지나니 너무 멀쩡해서 나도 놀랐다"며 웃었다.
넘어진 순간에도 손을 뻗으며 끝까지 경기를 이어가려 했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김길리는 "넘어진 걸 인지한 순간 (최)민정이 언니밖에 안 보였다"면서 "빨리 터치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부상이 크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불운이 따르며 목표했던 메달을 놓친 아쉬움은 지워내기 어렵다. 준결선 탈락이 확정된 후 김길리가 눈물을 보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김길리는 "어드밴스(구제)를 간절히 바랐는데, 민정쌤(김민정 코치)이 제소를 위해 뛰어가는 걸 보고 안 됐다는 걸 알았다"면서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김길리는 라커룸에 들어가서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고, 대표팀 선배와 코치진이 그를 위로했다.
김길리는 "언니 오빠들이 '네 탓이 아니다. 5개 종목 중 하나 끝났으니 다음 경기 준비하자'고 하셨다"면서 "코치님들도 '다 끝난 일이니까 빨리 잊자'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김길리도 경기장을 빠져나와선 빠르게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선수촌에 돌아와서 (최)민정언니랑 많이 이야기했고, 다른 종목의 동생들과 수다도 떨었다"면서 "그러다보니 그 일은 별로 생각나지 않았다"고 했다.
의도치 않게 김길리와 한국 팀에 피해를 준 스토더드는 이날 SNS를 통해 "전날 경기(혼성 계주)와 관련해 동료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한다. 또한 나로 인해 피해를 당한 다른 국가 선수들에게도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길리는 상대 선수를 원망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쇼트트랙은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나 역시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니라 익숙하다"고 했다.
김길리의 올림픽은 이제 시작됐다. 그는 12일 500m를 시작으로 1000m, 1500m, 여자 3000m 계주 등에서 메달을 노린다.
김길리는 "첫 종목(500m 예선)에서 긴장을 많이 해서 생각보다 몸이 굳었는데, 이후로는 즐기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면서 "내일 있는 500m 준준결승부터 하나하나 차분히 풀어가겠다"고 다짐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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