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바둑팀 단장 김수준 9단 "日, 더 큰 발전 위해 한국과 교류 필요"

일본 선수 이끌고 방한…"日 바둑, 아직 한·중에 열세"
"한국 바둑 부흥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 필수"

일본 단장으로 202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마스터스에 참가한 김수준 9단. /뉴스1 ⓒ 뉴스1 김도용 기자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지난해 일본 바둑은 이치리키 료 9단의 응씨배 우승에 들썩였다. 20년 동안 한국과 중국에 밀려 세계기전 정상과 멀어졌던 일본은 이치리키의 선전으로 다시 희망을 품고 있다.

일본 바둑이 다시 비상하는 데 여러 원동력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한국 바둑과의 교류도 이 중 하나로 꼽는다. 이치리키 역시 한국인 출신 홍맑음샘 4단 밑에서 성장했다. 또한 현재 일본 바둑계 최정상급인 시바노 도라마루 9단, 후자사와 리나 7단 등도 홍 4단 도장 출신이다.

한국과 일본의 바둑 교류에 많은 이들이 힘쓰고 있는데, 김수준 9단 역시 양국 바둑 발전을 위한 가교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출신인 김수준 9단은 어린 시절 조치훈 9단의 내제자 1기로 들어가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바둑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1996년 일본에서 프로 바둑 생활을 시작, 지금도 일본에서 활동 중이다.

김 9단은 최근 일본팀 단장으로 여러 세계 메이저 대회에 참가하면서 일본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제주 서귀포의 휘닉스 아일랜드에서 진행되고 있는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마스터스에서도 시바노 9단, 쉬자위안 9단과 함께 방한했다.

김수준 9단은 한국에서 선수들을 지원하면서 한국 바둑과의 교류에도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본격적인 대회를 앞두고 목진석 9단, 김지석 9단 등 한국 기사들과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대회 도중인 지난 11일 대회장에서 뉴스1과 만난 김수준 9단은 "최근 이치리키 9단이 응씨배 정상에 오르고 여자 기사들이 한국, 중국과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일본 선수들의 기세가 조금씩 올랐다. 하지만 아직 일본 바둑은 한국과 중국과 비교하면 열세"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이어 "일본 바둑이 더 성장하고, 한국과 중국 두 나라와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세계 기전을 창설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일본 바둑이 과거처럼 힘을 못 내고, 바둑의 인기도 떨어져서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일본 기사 2명 모두 조기에 탈락했다. 쉬자위안 9단은 32강 첫 경기에서, 시바노 9단은 16강전에서 패배했다.

김 9단은 "한국, 중국은 단체로 모여 연구하는 문화가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반면 일본은 개인이 스스로 연구하고, 준비하는 문화였다. 이는 어린 시절 바둑을 하면서도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일본의 환경에 따른 것"이라면서 "최근에는 일본도 공동 연구 방식을 받아들여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 바둑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인공지능(AI)과 관련해서도 일본은 한국, 중국과 비교해 늦게 받아들였다"면서 "최근 AI를 활용한 연구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일본 바둑이 최근 변화를 거치며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바둑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 김수준 9단은 한국과의 교류에 많은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일본 기사들은 한국과 정기적인 교류를 원하고 있으며 일부 기사들은 한국어도 공부하는 등 한국 바둑을 익히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일본 최강자 이치리키도 한국과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9단은 "선수들이 한국의 정상적인 기사들과 맞대결을 원하고 있다. 이를 한국기원에 전달하면 한국기원도 잘 협조해 주고 있다"면서 "현재 한국과 일본 바둑의 가교 구실을 하고 있는데, 양국에 모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준 9단은 일본 기원에 속해있지만 한국 출신인 만큼 한국 바둑에 대한 격려와 응원도 잊지 않았다. 한국 바둑은 최근 국내 바둑 일인자 신진서 9단이 주춤하면서 중국에 밀려 기세가 꺾였다.

김 9단은 "중국에서 바둑은 인기도 많고, 국가 차원에서도 많은 지원이 있기 때문에 '바둑 강국'의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한국도 국가적인 지원이 따라야 더욱 경쟁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바둑을 좋아하는 걸로 알려졌는데, (정부가) 조금 더 신경 쓰고 지원해 준다면 다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dyk06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