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걸이 챔피언' 김동호 "암 투병 중 운동이 인생 바꿨죠"
[100세운동법]②金 "턱걸이 접하고 절망이 희망으로"
"긍정 마인드에 자존감도…도전 안하면 아무일도 안 생겨"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김동호 씨(24)는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삶의 '풍파'를 숱하게 겪었다. 고난의 시작은 초등학교 시절인 7살 때 암 판정을 받으면서다.
진단명은 두경부 지방육종. 지방세포에서 종양이 생기는 희귀암으로, 김동호 씨는 입안과 턱, 목 쪽에 발생한 종양으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아야 했고 이로 인해 안면 마비까지 왔다.
어른도 견디기 힘든 암 투병을 어린 나이에 시작했으니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김동호 씨는 "얼굴에 종양이 크게 자라있다 보니 지나가는 사람마다 쳐다봤다. 또래들이 놀리기도 했다"면서 "오른쪽 얼굴에 감각이 없어 식당에서 밥도 편하게 먹지 못했고 트라우마로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춘기 때는 해선 안 될 생각까지 했다. 본인 때문에 가족들까지 고통받는 생각에 극단적인 결심을 했던 것.
김동호 씨는 "왜 나만 아프고 나만 고통받나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나만 없어지면 우리 가족이 행복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때를 돌아봤다.
부정적인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던 김동호 씨의 인생을 바꾼 게 턱걸이였다. 어느 날 우연히 유튜브로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사연을 접한 것이 계기였다.
김동호 씨는 "아시아 턱걸이 챔피언인 '바벨라토르' 이재호 형의 영상을 봤다. 폐를 완전히 절제하는 수술을 했음에도 운동으로 극복한 모습을 보고, 나도 한번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때부터 절망은 희망으로 바뀌었다. 원래부터 운동신경이 있는 편이었는데, '악으로 깡으로' 매일 운동을 수행하면서 몰라보게 체력이 좋아졌다.
고경남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는 “처음 병원에 왔을 때 힘들어하고 왜소했던 동호가 점점 건장한 청년이 되는 모습에 놀랐다"면서 "반복되는 수술과 재발은 신체적으로도 고되지만, 심리적으로도 위축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이겨낸 동호가 존경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땐 턱걸이로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존재가 됐다. 그는 "매일 운동장에서 턱걸이를 했는데, 친구들이 나를 다르게 보더라"면서 "운동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함께 하면서 자신감, 자존감, 친화력까지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점차 목표를 키워갔다. 처음 시작할 때 턱걸이 한 개도 못 하던 어린 소년은 10개, 20개를 넘어 이제는 60~70개까지 가능한 '턱걸이 전문가'가 됐다.
코로나 시국이던 2020년 '온라인 턱걸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번이나 우승 트로피를 받고 '턱걸이 챔피언', '인간 승리'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체력과 체격은 눈에 띄게 좋아졌지만 김동호 씨의 병은 아직 완치되지 않았다. 여전히 같은 부위에 종양이 재발해 수술대에 오른 것만 20차례를 훌쩍 넘었다. 당장 올 7월에도 또 한 번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처음 암 판정을 받았을 때와 지금의 마음가짐은 180도 다르다.
김동호 씨는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는 더 이상 비관하지도, 포기하지도 않는다"면서 "이제는 무엇이든 끝까지 해본다는 생각이다. 암세포가 계속 올라와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맞서 싸운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암 투병 과정을 담은 첫 영상을 시작으로, 운동 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암 투병 환자와 그 가족들의 수많은 격려를 받고 있지만, 김동호 씨는 수많은 환자에겐 '희망'과도 같은 존재다. 그가 맨 처음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아 운동을 시작한 것처럼, 이제는 다른 이들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위치가 된 것이다.
김동호 씨는 "내가 했듯이 다른 환우분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면서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두려워 말고 무엇이든 시작하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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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건강에 운동만큼 좋은 것이 없다지만 모든 운동이 건강에 다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몸에 해가 되는 줄도 모른 채 무작정 땀만 흘리는 사람들도 적잖다. 운동, 제대로 알고 해야 한다. 100세 시대를 건강하게 누리기 위한 바른 운동법, 이번엔 턱걸이를 주제로 2회에 걸쳐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