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러시아서 귀화' 리바키나, 윔블던 우승 후 "난 카자흐스탄 선수"

이번 대회서 러시아, 벨라루스 국적 선수 참가 불허
러시아테니스협회 "우리가 윔블던서 이겼다" 자축

엘레나 리바키나 ⓒ AFP=뉴스1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4년 전 러시아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귀화한 엘레나 리바키나(23위·카자흐스탄)가 윔블던 테니스대회(총상금 4035만파운드) 여자 단식 우승 이후 "난 카자흐스탄 선수"라며 러시아와 선을 그었다.

리바키나는 9일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온스 자베르(2위·튀니지)에게 2-1(3-6 6-2 6-2)로 역전승했다.

이로써 리바키나는 남녀 통틀어 카자흐스탄 국적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자가 됐다.

지난해 프랑스오픈에서 8강에 진출했던 게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이던 리바키나는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기쁨을 누렸다.

리바키나는 원래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2018년 카자흐스탄으로 국적을 바꾼 인물이다.

리바키나는 성인 무대에 본격적으로 출전하면서 카자흐스탄 테니스협회로부터 미국 대학 진학과 경제적 지원을 받기로 약속하고 귀화했다.

올해 윔블던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그 우방국 벨라루스 국적 선수들의 출전을 불허했는데 리바키나는 이미 국적을 바꾼 터라 참가할 수 있었다.

리바키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나는 카자흐스탄 선수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나를 믿어줬고, 많은 도움을 줬다"며 "내가 태어난 나라(러시아)를 나는 선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자신이 카자흐스탄 선수라고 밝힌 리바키나와 달리 러시아 테니스협회는 그를 사실상 자국 선수로 보고 윔블던 우승을 자축했다.

앞서 윔블던이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적 선수들의 출전을 막은 것에 대해 일각에선 국가 대항전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는 대회의 출전을 막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도 있었는데 러시아 테니스협회에선 결국 러시아 선수가 윔블던을 제패했다고 본 것이다.

샤밀 타르피스체프 러시아 테니스협회장은 이날 러시아 매체와 인터뷰에서 "리바키나의 우승을 축하한다. 우리가 올해 윔블던에서 이겼다"고 강조했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