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속사권총史 새로 쓴 '늦깎이 사수' 한대윤, 전성기는 지금부터

만 29세 때 첫 태극마크…손떨림 증세 딛고 '올림픽 4위' 쾌거

2020 도쿄 올림픽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결선에 올라 4위를 기록한 한대윤. (대한사격연맹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도쿄 올림픽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에서 간발의 차로 메달 획득에 실패한 한대윤(33·노원구청)은 '늦깎이 사수'다.

한국 나이로 30대로 접어든 지난 2017년 첫 사격 국가대표에 선발된 이후 사격 선수로는 치명적인 손떨림 증상을 극복해 낸 인간 승리의 표본이기도 하다.

한대윤은 2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25m 속사권총 결선에서 6명 중 4위를 기록했다.

한대윤은 초반 좋은 경기력으로 선두권을 유지하며 메달 전망을 밝혔다.

5시리즈를 마쳤을 당시 2012년 런던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루이스 푸포(쿠바)와 19점으로 공동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꿈에 그리던 메달이 눈앞에 온 상황. 한대윤은 한 명만 제치면 동메달도 가능했지만, 동점을 기록한 리웨홍(중국)과의 슛오프에서 1발 차이로 밀려 결국 메달 사냥엔 실패했다.

하지만 값진 4위였다. 세계랭킹 36위인 한대윤은 한국 속사권총의 올림픽 도전사를 새로 썼다.

이 종목의 기존 올림픽 최고 순위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대회 당시 양충렬의 5위였다.

사격 종목에 결선 제도가 도입된 1988년 서울 대회 이후 최고 성적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김서준(개명 전 김준홍)이 기록한 8위였다.

한대윤은 중학생 때 처음 총을 잡았다. 이후 고등학교 때 속사권총에 흥미를 느낀 후 20대 중반 실업팀에 입단하며 본격적인 속사권총 선수로서 길을 걸었다.

하지만 빛을 보지 못했고, 태극마크와 연도 닿지 않았다.

가까스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첫 해엔 큰 고비가 찾아왔다. 근육이 신경을 누르는 손떨림 증상으로 사격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수술 후 부단한 노력을 거쳐 2019년 다시 대표팀에 복귀했음에도 사격 선수로서 앞날은 그리 밝지 못했다.

국제무대에서 이렇다 할 결과도 내지 못했다. 지난 2019년 베이징과 리우에서 열린 월드컵사격대회 속사권총에선 각각 8위, 16위에 그쳤다.

2020 도쿄 올림픽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본선 경기 중인 한대윤의 모습. ⓒ AFP=뉴스1

그러나 부단한 훈련으로 국제 대회에 출전하며 자신감을 키웠다.

그해 11월 열린 도하 아시아사격선수권대회 속사권총에서 개인 최고 성적(7위)을 썼다. 이어 지난 4월 열린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통해 생애 첫 올림픽 출전권마저 따냈다.

그리고 단 6명에게만 허락된 올림픽 결선 무대까지 밟는 쾌거를 이뤘다.

화려한 전성기를 누리지는 못했으나 자신감만큼은 뒤지지 않았다.

한대윤은 도쿄 입성 전 이번 대회 목표에 대해 "당연히 메달이고, 금메달이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비록 한국 사격 대표팀에 두 번째 메달을 안기지는 못했지만, 한대윤에게 이번 올림픽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다.

함께 메달 경쟁을 벌인 푸포는 1977년생이다. 지난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참가한 베테랑이다.

푸포에 비하면 한대윤의 전성기는 지금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대표로서 시작은 늦었지만, 끝은 알 수 없다.

cho8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