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상호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은메달, 韓스키 58년만의 첫 메달(종합)

1960년 스쿼밸리 대회 첫 출전부터 메달 획득까지 58년 걸려
여자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은 올림픽 첫 출전에 의미

대한민국 이상호가 24일 강원도 평창군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결승에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은메달을 획득한 뒤 시상대에 오르고 있다. 이상호의 은메달은 한국 스키 사상 첫 메달이다. 2018.2.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평창=뉴스1) 정명의 기자 = '배추보이' 이상호(23·한국체대)가 올림픽 사상 첫 설상 종목 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만큼 값진 은메달이다.

이상호는 24일 오후 평창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PGS)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 네빈 갈마리니(스위스)에게 아쉽게 패했다.

이로써 이상호는 은메달의 주인공이 되며 한국 올림픽 설상 역사를 새로 썼다. 1960년 스쿼밸리 대회를 통해 처음 문을 두드렸던 한국의 스키·스노보드가 58년만에 처음으로 올림픽 시상대에 섰다.

1960년 스쿼밸리 대회 알파인스키의 임경순, 크로스컨트리 김하윤이 한국 스키의 올림픽 도전 시작이었다. 당시 임경순과 김하윤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후 꾸준히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이상호의 은메달이 더더욱 값진 이유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라 내심 반란을 꿈꿨고, 특히 프리스타일스키 남자 모굴의 최재우(24·한국체대)와 이상호가 첫 메달의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먼저 출전한 최재우는 2차 결선에 오른 뒤 6명이 겨루는 최종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모든 기대가 이상호에게 쏟아지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여기에 강풍으로 인해 22일 열릴 예정이던 예선이 미뤄져 이날 예선과 결선이 한꺼번에 치러지는 일정 변화도 생겼다. 그러나 이상호는 그동안 착실히 준비한 기량을 마음껏 뽐내며 당당히 한국 설상의 새역사를 썼다.

대한민국 이상호가 24일 강원도 평창군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준결승 토너먼트에서 결승진출을 확정지은 후 환호하고 있다. 2018.2.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오전에 열린 예선에서 1,2차 합계 1분25초06을 기록한 이상호는 3위로 가볍게 결선 16강에 올랐다. 그리고 예선 14위 드미트리 사르셈바에프(OAR·러시아출신올림픽선수)를 맞아 한 수 위의 기량을 과시하며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8강 진출. 이상호가 사르셈바에프보다 0.54초 빨랐다.

이상호는 8강에서 벤자민 칼(오스트리아)마저 제압,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엔 칼보다 0.94초 먼저 들어온 여유있는 승리였다. 그리고 4강에서 잔 코시르(슬로베니아)를 0.01초 차로 따돌려 결승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뤘다.

그리고 이어진 결승. 이상호는 갈마리니를 맞아 선전했지만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은메달이 이상호에게 주어졌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은 두 선수가 동시에 출발, 기문을 통과해 내려가는 경기다. 예선에서는 두 차례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매긴 뒤 상위 16명에게 결선 진출 자격을 부여하고, 16강부터는 토너먼트로 진행돼 먼저 골인하는 선수에게 다음 라운드 진출권이 주어진다.

이상호는 이미 한국 스노보드의 역사를 쓴 선수다. 지난해 2월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평행대회전과 평행회전 2관왕에 오르며 한국의 동계아시안게임 스노보드 사상 첫 금메달리스트로 기록됐다.

한 달 뒤인 지난해 3월에는 터키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이는 한국 스키·스노보드 월드컵 역대 최고 성적이다.

여기 그치지 않고 이상호는 올림픽에서도 한국의 설상 첫 메달을 책임졌다. 이제 이상호는 한국 스키·스노보드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자리잡았다.

대한민국 이상호가 24일 강원도 평창군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예선에서 질주하고 있다. 2018.2.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한편 예선 15위로 이상호와 함께 16강에 오른 김상겸(29·전남스키협회)은 예선 2위 잔 코시르를 넘지 못하고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최보군(27)은 예선 26위로 탈락했다.

남자부에 앞서 열린 여자부에서는 정해림(23)과 신다혜(30)가 각각 20위, 25위로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정해림, 신다혜는 한국 여자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첫 출전이라는 의미있는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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