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소정 걷는 길이 곧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의 역사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여자 피겨스케이팅에 김연아(27), 남자 수영에 박태환(28)이 있다면 여자 아이스하키에는 신소정(27)이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수문장을 맡고 있는 신소정은 벌써 국가대표 16년 차다. 여자 아이스하키의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신소정에게 90여 일 다가온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감동 그 자체다.
신소정은 "처음 대표팀에 뽑혔던 것이 2002년이다. 그 때만 해도 자력으로 우리가 올림픽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평창 대회가 다가올수록 묘한 감정이 든다. 기대 반 걱정 반, 설레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신소정은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의 성장과 함께 했다.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당시 혜화여고 1학년생으로 출전했던 신소정은 일본에 0-29, 중국에 0-20으로 지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한국은 2013년 정몽원 회장이 새롭게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이 되면서 2014년 새러 머리 감독이 부임했고, 이후 빠르게 발전했다.
한국은 올해 강릉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A(4부리그)에서 5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랭킹도 26위에서 22위까지 끌어 올렸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으로선 격세지감을 느낄 만도 했다.
◇ 신소정 걷는 길이 곧 아이스하키의 역사
신소정은 국내 선수 중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자랑한다. 지난 2013년 한국 아이스하키 선수로는 처음으로 캐나다 대학 1부리그(CIS)에 진출, 세인트 재비어대(StFX)의 주전 수문장으로 활약했다.
이어 지난해 북미여자아이스하키리그(NWHL) 뉴욕 리베터스에 입단한 신소정은 2016년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 A 4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실점(GAA) 0.75, 세이브성공률(SVP) 0.961을 기록하는 '철옹성'을 과시했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대표팀의 상징적인 존재다.
그는 올해 열린 세계선수권에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지만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난 7월 강릉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경기(1-4 패)에서 비록 졌지만 눈부신 활약을 보였다. 상대의 총알 같은 유효 슈팅 58개 중 54개를 온 몸으로 막아냈다. 선방률이 93.1%에 달했다. SVP 0.931로 이날 신소정의 활약은 단연 발군이었다.
신소정은 "강팀과의 경기를 하면 항상 배우는 것이 많다. 강슛을 막아내다 보면 짜릿한 기분이 든다"고 미소 지었다.
국내 여자 선수 중 거의 유일하게 해외진출을 통해 성공을 거뒀던 신소정은 "처음 캐나다에 갔을 때만 해도 언어 문제로 고생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해야 해서 외로움이 컸다. 힘들 때마다 더 강하게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신소정은 2017-18시즌에는 평창 올림픽 준비에 전념하느라 리베터스 구단과 계약하지 않았다. 여자 대표팀은 지난 여름부터 국내서 합숙 훈련에 돌입했고, 현재 유럽 헝가리에서 전지훈련을 진행 중이다. 신소정은 리베터스 구단으로부터 "평창 올림픽을 마치고 난 뒤에는 연락을 달라"고 언질을 받은 상태다.
◇ 포기는 없다, 평창은 끝이 아닌 시작
퍽이 지나가면 골을 허용하는 골리는 말 그대로 최종 방어선이다. 단순히 방어뿐만 아니라 유기적인 패스 연결까지 해야 하는 등 할 일도 많다. 아이스하키에서 골리가 전력의 절반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내년 2월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에는 총 8개 팀이 참가하는데 한국은 B조에서 스웨덴(세계랭킹 5위), 스위스(6위), 일본(7위)과 같은 조에 속해 있다. 객관적 전력으로만 봤을 때는 1승을 거두기도 쉽지 않지만, 장기 합숙 훈련 및 홈 어드밴티지 등을 앞세워 이변을 노리고 있다.
신소정은 "마지막에 내가 어떻게 막는지에 따라 승패가 갈리기 때문에 항상 링크에 설 때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끼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큰 경기를 앞두면 긴장이 극도에 달하지만 그것을 이겨내야 하는 것도 내 몫이다. 평창 대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가 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선수 입장에선 당연히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얼마나 부담을 줄이는 지가 더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신소정은 시선은 단순히 평창 올림픽이 아니라 그 이후를 바라보고 있다.
신소정은 "우리가 평창에서 어떠한 성적을 내는지에 따라 앞으로 더 많은 관심과 후원을 받는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몸을 던져서 하나라도 더 막아낼 것이다. 평창 올림픽은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의 미래와 직결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신소정의 가장 큰 고민은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지속할지 여부다. 현재 국내에는 여자 실업 팀이 없고, NWHL에서 뛸 때에도 천만원대의 연봉을 받았을 뿐이다.
신소정은 "미국도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로 전업하기보다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선수들의 경우 스폰서의 지원을 받지만 대부분은 열악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솔직히 이 종목이 선수로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며 "코치나 지도자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잘 모르겠다. 앞으로 꾸준히 더 하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여자 아이스하키를 대표하는 신소정은 평창에서의 멋진 피날레와 해피엔딩을 꿈꾸고 있다.
신소정은 "훗날 어려운 환경과 힘든 게임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고 노력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며 "앞으로 여자 아이스하키에 질책보다 많은 박수와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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