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G-1⑦] 포스트 김연아 시대…한국 피겨, 괜찮습니까
차준환·김진서(남자 싱글), 박소연·김나현·최다빈(여자 싱글) 평창 도전
레프테리스(페어)·게멀린(아이스댄스), 특별귀화 통과 시 태극마크
- 맹선호 기자
(서울=뉴스1) 맹선호 기자 = 동계올림픽 종목 중에서도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7일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관심을 받는 종목으로 피겨스케이팅이 1위에 뽑혔다.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효자 노릇을 해 온 쇼트트랙(2위)과 최근 강세를 보이는 스피드스케이팅(3위), 영화의 소재로 활용돼 인기를 누린 스키점프(공동 4위)를 모두 제쳤다.
사실 김연아(27)가 나타나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피겨는 관심 밖의 종목이었다. 김연아는 피겨 변방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선보이며 모든 출전대회에서 3위권에 입상하는 올포디움을 작성했다. 007메들리와 죽음의 무도, 레미제라블 등 김연아가 선택한 음악'까지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제 김연아는 없다. 그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다가오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선 김연아 키즈들이 그의 빈자리를 채우려 한다.
△ '남자 김연아' 차준환…시니어 데뷔 시즌에 평창 도전
단연 돋보이는 건 차준환(16·휘문중)이다. 차준환은 지난 1월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끝난 제71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국내 남자 피겨 사상 처음으로 쇼트프로그램 80점을 넘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부터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며 남자 피겨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차준환은 ‘남자 김연아’라는 별명도 얻었다. 국내 무대를 정복한 차준환의 다음 목표는 평창이다. 차준환은 2001년생으로 2017-18시즌부터 시니어 무대에 출전해 평창 올림픽 출전이 가능하다.
차준환은 현재 김연아의 코치로 잘 알려진 브라이언 오서와 캐나다에서 주니어 세계선수권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본인의 최고 기록(ISU 비공인)을 경신한 김진서(21·한국체대)도 평창을 향해 달린다. 그는 지난 4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2017 알마티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출전해 종합 220.22점으로 8위에 올랐다. 김진서는 지난 1월 종합선수권에서 실전에선 처음으로 4회전 점프(쿼드러플 토룹)에 성공해 가산점 1.14를 받는 등 최근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김진서는 오는 3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2017 ISU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올림픽 출전권 사냥에 나선다. 그는 지난 2013년 세계선수권에 출전했지만 쇼트에서 60.75점을 기록했다. 결국 26위에 그쳐 프리 스케이팅에 참가하지 못한 김진서는 소치올림픽 티켓도 확보하지 못했다. 김진서는 소치에서의 아픔을 씻어내기 위해 도전한다. 만약 그가 10위권 안에 들면 출전권 2장을 확보할 수 있다. 설령 1장의 출전권도 얻지 못하더라도 '추가 정원'에 따른 개최국 쿼터로 한 장을 받을 가능성은 있지만 경우의 수를 따지기 전에 세계선수권에서 미리 출전권을 확보하는 게 최선이다.
물론 이들은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과 비교하면 아직 부족하다. 하뉴 유즈루(일본)와 하비에르 페르난데스(스페인)는 ISU 공인 300점대를 넘기며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김진서의 최고점은 220점대고 차준환의 비공식 최고 기록은 242.44점이다.
차준환이 극복할 문제는 체력이다. 그가 트리플 플립-싱글 루프-트리플 살코 3연속 점프에서 넘어지는 등 실수를 하는 이유로 4회전 점프 후의 체력 저하가 꼽힌다. 김진서도 아직 점프에서 실수가 나오는 점이 과제로 남아 있다.
△ '연아키즈 1세대' 女싱글의 박소연·김나현·최다빈…올림픽 자력 진출 성공할까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선 '연아키즈 1세대'로 불리우는 박소연(20·단국대)과 김나현(17·과천고), 최다빈(17·수리고)이 있다.
'맏언니' 박소연은 김연아 은퇴 이후 2016년에 개인 최고점을 연이어 경신하며 '포스트 김연아'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특히 그는 2016-17 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4차대회에서 5위(185.19점)를 기록해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180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소연은 종합선수권대회를 앞둔 지난해 12월, 훈련 도중 발목 부상을 입어 현재 국내에서 재활 훈련 중에 있다. 결국 그는 오는 2월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리는 2017 ISU 4대륙 선수권대회에도 기권했으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출전도 사실상 어려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다만 박소연 외에도 시니어 무대에는 '동갑내기 라이벌' 김나현과 최다빈이 있다. 김나현과 최다빈은 지난 1월 종합선수권에서 181점대를 유지하며 나란히 3, 4위를 차지했다. 박소연의 동계아시안게임 불참이 확정될 경우 최다빈이 김나현과 함께 출전해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어깨가 무거운 건 김나현이다. 그의 두 발에 평창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다.
이전까진 김연아가 올림픽 출전권을 사수해왔다. 김연아는 2013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2014 소치올림픽 여자 싱글 출전권 3장을 가져왔다. 이로 인해 김해진(소치올림픽 16위)과 박소연(21위)은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김연아의 은퇴 이후 세계선수권 출전권마저 1장으로 줄어든 현재 김나현은 다가오는 세계선수권에서 10위권 안에 들어야 올림픽 출전권 2장을 가져올 수 있다.
이 외에도 피겨 꿈나무 '트로이카'라 불리는 선수들이 있다. 임은수(14·한강중)와 김예림(14·도장중), 유영(13·문원초)이 있지만 나이 제한으로 평창엔 출전할 수 없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어린 선수들의 과도한 훈련을 방지하기 위해 나이 제한을 둔다. 세 선수는 올해 7월1일까지 만 15세가 되지 않아 평창올림픽엔 나서지 못한다.
△ 페어스케이팅과 아이스댄스…푸른 눈의 국가대표 출전 대기 中
미국 출신의 데미스토클레스 레프테리스(페어스케이팅)와 알렉산더 게멀린(아이스댄스)은 태극마크를 달 준비를 하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지난 1월 두 선수의 특별귀화를 신청, 현재 법무부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김연아로 인해 피겨 싱글 종목은 알려졌지만 아직 페어와 아이스댄스는 생소하다. 두 종목 모두 남녀가 한조를 이룬다. 페어스케이팅은 점프와 스핀, 리프트(남자 선수가 여자 선수를 들어올리는 기술) 등의 기술을 선보이는 종목이다. 반면 아이스댄스는 기술보다는 춤에 중점을 둔 종목이다. 리프트나 2회전 이상의 회전 등이 허용되지 않는다.
두 팀은 모두 지난 1월 종합선수권대회에서 각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확보, 올림픽 출전을 위한 도전에 나선다.
물론 이들이 모두 각 종목에서 자력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얻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평창올림픽에선 개최국 쿼터가 제한적으로 제공돼 남녀 싱글과 페어, 아이스댄스에 전 종목에 선수를 출전할 가능성이 있다.
근거는 단체전을 위한 '추가 정원'이다. 동계올림픽에선 피겨 4종목을 합쳐 상위 10개국이 단체전 경기를 펼친다.
'추가 정원'이란 단체전 참가 국가에서 한 종목의 출전권이 부족해 단체전 참가가 어려울 경우 추가 출전권을 제공하는 제도다. 총 10장이 부여되는데 지난 소치동계올림픽에선 3장만 사용됐다.
평창올림픽에선 추가 정원이 남을 경우에 개최국에게 각 종목 당 한 장씩, 최대 6명의 출전을 보장한다. 4개 종목에서 선수들이 ISU가 지정하는 최저 기술점수 이상을 기록하고 '추가 정원' 10장 중 6장 이상 여유가 생기면 피겨 전 종목 출전이 현실화된다.
물론 당장 이들에게 불세출의 영웅, 김연아 만큼의 성적을 기대할 순 없다. 다만 과거보다 피겨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고 선수풀도 다양해졌다. 세계 정상급에서 경쟁하진 못하더라도 이들의 노력과 지원이 뒷받침되면 평창에서의 활약을 기대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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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평창 동계 올림픽이 정확히 1년 후인 2018년 2월 9일 막을 올린다. 전 세계인의 ‘눈과 얼음의 축제’ 동계올림픽 'G(Game)-1년'을 맞아 미리보는 관전 포인트와 성공 개최를 위한 과제 등을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