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김철용 女 대표팀 감독 "올림픽도 위태롭다…경각심 가져야"

김철용(오른쪽)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 감독과 장윤희 코치. (대한배구협회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김철용(63) 여자 대표팀 감독이 목소리 높여 한국 여자 배구의 위기를 호소했다.

1990년대 한국 여자 배구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김철용 감독은 여자 대표팀을 이끌고 베트남 빈푹에서 열리고 있는 '2016 아시아 발리볼 컨페더레이션(AVC)컵' 대회에 참가 중이다.

이번 대표팀은 프로선수 4명과 고교 유망주 위주로 꾸려졌다. 2016 리우올림픽 핵심 멤버들은 휴식으로, 프로 구단 주요 선수들은 오는 22일 개막하는 KOVO·청주 컵대회 등의 이유로 차출하지 않았다.

때문에 예상 대로 한국은 조별리그 3전 전패를 당하는 등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김 감독은 19일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예상했고, 오히려 선수들은 투지를 불사르며 최선을 다해주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 여자 배구에 위기가 닥쳐왔다는 것이다. 한국은 성장을 멈춘 반면 태국, 베트남, 카자흐스탄이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 일본은 체계화된 대표팀 운영 시스템으로 1군부터 3군까지 실력이 상향 평준화됐다.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철용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모두가 꺼리는 AVC컵 감독직을 맡았다. 이유가 무엇인가.

▶누군가는 소방수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모든 지도자가 꺼렸던 대회지만, 한국 여자 배구 발전만 보고 이곳에 달려왔다. 때마침 제자인 장윤희가 코치로 온다고 했다.

-AVC컵 조별리그에서 전패했다. 사실상 최하위가 예상된다.

▶중국, 일본, 카자흐스탄은 탄탄한 대표팀 체계를 구축했고, 태국 베트남은 장기 육성 프로젝트에 이어 지금은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반면 한국 여자 배구는 제자리걸음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어린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고, 단 6일 훈련 후 베트남에 왔다. 때문에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

-이번 대회에 프로선수 4명을 선발했다.

▶국내 대회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국제대회는 나라의 명예가 걸려있고, 선수 육성 차원에서 경험도 필요하다. 프로구단에서도 대표팀 소집에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

-한국 여자 배구가 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충격을 받았다. 아시아 팀 모두 급성장을 하고 있다. 반면 한국 여자 배구는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김연경(페네르바체)을 중심으로 했던 배구가 아직 그대로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베트남, 태국, 대만 센터들이 외발 스파이크를 때린다. 한국 대표팀 센터 중에서는 자유자재로 외발 스파이크를 때릴 줄 아는 선수가 없다. 수비수 자세도 중심이 전부 뒤에 있다. 외국인 선수가 있으니깐 일단 띄워놓고 본다. 그러면 빠른 배구를 할 수 없다. 한국만의 무기가 없어지고 있다

-스피드 배구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우승 때 스피드 배구로 정상에 올랐다. 지금 코치로 있는 장윤희와 은퇴한 정선혜의 리시브는 최고였다. 그러나 지금 두 사람 만큼 리시브할 줄 아는 선수가 없다. 두 선수가 리시브를 정확하게 해주면 빠르게 공격을 진행한다. 한국 여자 배구 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이겼던 것도 빠른 배구를 했기 때문이다.

신장으로는 유럽이나 남미 배구를 이길 수 없다. 조직력 배구, 빠른 배구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오랜 기간 반복 훈련을 통해 팀을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 배구인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올림픽 출전도 힘들어질 수 있다. 체계화된 대표팀 운용 시스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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