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그만 두고 싶었다" 부담감 이겨낸 진종오의 강철 멘탈

모두가 기대했던 3연패, 6.6점 쏘고 정신 차려

사격 진종오가 10일(현지시간)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데오도루 올림픽 사격장에서 열린 2016리우하계올림픽 50m 권총 결선에서 1위로 금메달을 확정짓자 기뻐하고 있다. 2016.8.1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리우=뉴스1) 이재상 기자 = 모두가 '올림픽 3연패'를 이야기 했다. 응원에 감사하는 마음이었지만 이는 '권총 황제' 진종오(37·kt)에게도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진종오는 "총을 잡기 싫을 정도로 부담이 많이 됐다"고 했다.

그러나 진종오는 중압감을 이겨내고 다시 한번 금빛 총성을 울렸다. 진종오는 11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슈팅센터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 사격 50m 권총 결선에서 193.7점을 쏴 베트남의 호앙 쑤안 빈(191.3점)을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진종오는 2008 베이징 올림픽, 2012 런던 올림픽에 이어 3회 연속 이 종목 우승을 차지했다. 올림픽 3연패는 사격 사상 처음이고 한국 선수로서도 처음이다. 또 진종오의 금메달은 한국 선수단의 네 번째 금메달이다.

진종오에게 리우 올림픽은 큰 부담이었다.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50m와 10m 공기권총 2관왕에 오른 진종오는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뤘다. 수차례 세계선수권 우승을 비롯해 10m와 50m 모두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면서 세계 최고 명사수로 자리매김했다. 리우 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남자 주장에 뽑힐 정도로 그에 대한 기대감은 높았다.

평소 크게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진종오지만 "당연히 딸 것"이라는 목소리는 그에게도 큰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진종오는 "사격을 하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며 "그때마다 '진종오답게 하자'고 자신에게 주문을 걸었다"고 말했다.

최정상을 지켜야 했던 진종오는 대회 첫날 열린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5위에 머물며 고개를 숙였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최소 메달 이상을 자신했기에 그의 부진은 충격적이었다. 그가 강점을 보였던 서바이벌 방식에서 이렇다 할 힘도 쓰지 못하고 중반에 탈락한 것도 예상 외였다.

기상 시간, 밥 먹는 시간, 1분까지 정확하게 따져가며 철저한 루틴으로 준비했던 진종오는 10m 공기권총에서 5위에 머문 뒤 오히려 모든 것을 내려놨다. 그는 "너무 남에게 보여주려고 하고 있더라"면서 "그냥 가지고 있는 것만 다 하고 오자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진종오는 자신이 힘든 가운데서도 주변의 후배를 챙기기도 했다. 김장미(우리은행)는 10일 경기를 마친 뒤 "(진)종오 오빠가 제게 '부담되지? 난 죽겠어'라고 하는데 위안이 되더라"고 했다.

사격 진종오가 10일(현지시간)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데오도루 올림픽 사격장에서 열린 2016리우하계올림픽 50m 권총 결선에서 1위로 금메달을 획득했다.진종오가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2016.8.1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진종오는 "내게도 그렇고, 장미한테도 모두가 '금메달 따야지'라는 말을 하더라"면서 "그냥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말은 메달 이야기가 아니라 부담 없고 편안한 응원이었다"고 말했다.

본선 1위로 결선에 오른 진종오지만 우승까지 순탄치 않았다. 50m 권총 결선에서 9번째 발에서 6.6점을 쐈다. 평소 나오지 않는 치명적인 실수였다. 진종오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무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모두가 끝났다고 했다. 그러나 그 한 발이 진종오를 깨웠다. 진종오는 "인생을 깨워준 한 발"이라고 했다.

8명 중 7위까지 내려갔던 진종오는 이후 연달아 10점대를 쏘면서 순위를 끌어 올렸다. 진종오는 침착하게 평정심을 유지하며 총구를 겨눴다.

마지막 시리즈를 앞두고 진종오는 1위였던 호앙 쑤안 빈(베트남)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둘의 표정은 상반됐다. 호앙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진종오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결국 진종오는 마지막 한 발을 앞두고 결선에서 처음으로 선두로 올라섰고,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 어느 때보다 짜릿했던 우승이었다.

진종오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알 수 없다고 생각했고, 오히려 이를 악물고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놀라운 집중력은 '권총 황제' 진종오를 만든 원천이었다.

진종오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는데 마지막까지 집중했더니 (총이)고맙게도 잘 맞아줬다"고 웃은 뒤 "당당하게 경쟁을 통해 이 자리에 올라왔다. 가장 좋아하는 사격을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다. 올림픽에 출전해야 한다는 말보다 좋아하는 사격을 그저 계속 할 수 있게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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