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박상영의 금메달, 배경까지 알면 더 소름 돋는다
- 임성일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각종 스포츠에서 '기적'이라는 표현이 워낙 자주 사용되기에 언젠가부터 진부한 수식어가 된 느낌이다. 때문에 감흥이 떨어지기는 했다. 하지만 리우올림픽 남자 펜싱 에페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박상영의 경기는 '기적'이라는 단어를 쓰게 만들었다. 경기를 본 사람들은 모두 소름이 돋았을 것이다.
펜싱 대표팀의 막내 박상영(21)이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헝가리의 백전노장 게저 임레(42)를 15-14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0-14로 뒤지고 있던 경기에서 믿기지 않는 5연속 득점을 통해 정상에 우뚝 섰다.
그야말로 드라마였다. 경기 규칙을 알면 박상영이 얼마나 어려운 조건을 딛고 금메달을 획득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각본을 짜면 너무 비현실적이다.
펜싱 에페 개인전은 3분 3라운드 방식으로 진행된다. 승리하는 방법은 2가지다. 총 9분 동안 15점을 얻었을 경우나 규정 시간이 끝났을 때 상대보다 점수가 앞서고 있을 때다. 결국 박상영은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 1점만 더 내주면 시간이 아무리 많이 남아 있어도 역전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상대의 공격은 무조건 막고 자신만 점수를 계속 따야하는 희박한 확률이었다. 더 악조건은, 에페는 두 선수의 동시 포인트를 인정하는 룰이었다. 먼저 공격에 성공한 쪽만 점수가 올라가는 플뢰레나 사브르와 달리 에페는 25분의 1초 이내로 서로 동시에 공격했을 경우엔 양쪽 모두 득점을 인정한다.
즉, 박상영 입장에서는 무조건 공격만 염두에 두고 있을 수 없었다. 경기 막판 일단 상대의 검을 막아낸 뒤에 재차 공격을 시도했던 것은 같이 점수를 올리면 그대로 끝이 나는 까닭이었다.
심지어 에페는 플뢰레와 사브르에서 적용하는 '공격 우선권'도 없다. 플뢰레와 사브르는 '공격 우선권'을 가진 선수의 득점만 인정이 되는데 에페는 찌르면 포인트다. 공격 우선권을 가지고 있을 때의 잠시잠깐 여유를 가질 틈도 없었다는 이야기다.
서둘러 점수 차를 좁히려면 공격에 집중해야하는데, 단 1점이라도 잃으면 안 되니 수비 역시 신경을 써야했다. 에페는 막아야하는 범위도 넓다. 플뢰레는 팔과 머리, 다리를 제외한 상체 찌르기만 허용되고 사브르는 팔과 머리를 포함한 상체만 공격(찌르기와 베기)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에페는 전신 찌르기가 허용된다.
요컨대 확률이 너무 떨어지는 상황을 뒤집었다. 심지어 박상영은 운동선수에게는 치명적인 무릎 십자인대 부상이라는 큰 시련을 겪었다. 지난해 3월 수술대에 올랐고 다시 운동을 시작한 것이 그해 12월이다. 랭킹이 21위로 뚝 떨어진 것도 그동안 검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복귀 후 약 7~8개월의 훈련과 함께 출전했던 리우 올림픽이었다. 사실 이번 보다는 다음을 도모하자는 의도가 컸다. 아직 어린 나이니 미래를 바라봤다. 그렇게 마음을 비웠기에 또 가능했던 역전승일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스포츠가 주는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소름 돋는 역전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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