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박미희 감독 "제가 잘해야 여성 지도자가 더 나오지 않을까요"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내가 앞으로 더 잘해야 "제 2의 여성 지도자"가 나올 수 있다는 책임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2015.04.24/뉴스1 ⓒ News1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내가 앞으로 더 잘해야 "제 2의 여성 지도자"가 나올 수 있다는 책임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2015.04.24/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박미희(52) 감독은 프로 스포츠에서 유일한 현직 여성 감독이다. GS칼텍스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조혜정(62) 전 감독 이후 프로배구판에 들어선 두 번째 여성 감독이었다.

전체 스포츠로 눈을 돌려도 핸드볼 서울시청의 임오경(44) 감독 외에 눈에 띄는 여성 사령탑이 적은 게 사실이다.

박 감독은 1984 LA올림픽, 1988 서울올림픽에 출전해 한국 여자배구의 황금기를 여는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그는 은퇴 이후 지도자가 아닌 대학 강의를 하는 교육자로 변신했고, V리그 원년인 2005년을 제외한 2006년부터 지난해 흥국생명 사령탑에 오르기 전까지 줄곧 방송 해설위원으로 활약했다는 독특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박 감독은 "내가 더 잘해야 '제 2의 여자 지도자'가 나올 수 있다는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엄마 리더십은 이제 그만

지난해 흥국생명 사령탑에 오른 박미희 감독은 2014-15시즌 15승15패의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지만 아쉽게 4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흥국생명 스파이더스라는 팀명처럼 끈끈한 '거미 배구'를 선언했던 박 감독은 평균 연령 23세의 어린 선수들을 다독이며 '엄마 리더십'으로 각광 받았다.

그러나 박 감독은 '엄마 리더십'이란 말에 단호하게 "그 단어가 싫다"고 손을 내저었다.

그는 "예를 들어 초등학생에게 중학교 공부가 무의미했던 것처럼 처음 팀에 온 뒤 선수들과 눈높이를 함께 하려 했던 것일 뿐이다"라며 "작년엔 부드러움이 60%였다면 이제는 좀 더 강하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미희 감독은 이어 "물론 내가 여성 감독이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 더 많이 있다. 가령 잔소리를 하거나 화가 난다고 선수들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며 "여자 선수들과 함께 하는 것이 내겐 장점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견뎌야 하는 게 많다"고 웃었다.

박 감독은 다른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집보다 숙소에 있는 시간이 더 많다. 박미희 감독은 "가족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며 "어떻게 보면 두 집 살림을 한다고 해야 하나(웃음). 그러나 그 정도는 지도자로서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박미희 흥국생명 배구단 감독. ⓒ News1

◇ 박 감독이 생각하는 지도자…관리자+전달자

박미희 감독은 한 시즌을 돌이켜 본 소감을 묻자 "타이밍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무엇이든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있는데 그게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지도자 생활을 10년, 20년씩 하신 선배님들을 보면 내공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주로 박미희 해설위원으로 불렸던 그는 '감독'이란 직업에 대해 "기술적인 부분을 가르치는 것보다 선수들을 전체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관리자'란 생각을 많이 했다"며 "더 나아가 생각하는 것들을 어떻게 선수들에게 이해시키는지, 그 의견을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여자 배구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박 감독은 주변으로부터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 답답하지 않느냐는 말을 종종 듣는다.

박미희 감독은 "처음 감독이 되면서 마음먹었던 것이 의욕적으로 일을 하되 너무 오버하지는 말고 자제하자는 것이었다"면서 "의욕처럼 다 되면 누구나 다 감독을 하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제 초보 감독 꼬리표를 뗀 박미희 감독에겐 앞으로 구상하고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솔직히 모든 지도자들이 우승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지금에 절대 만족할 수 없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이어 그는 "첫 해는 잘해도 못해도 불안했지만 선수들이 한 시즌을 보내면서 스스로 느낀 것이 많았을 것이다. 이제 선수들이 어려서 안 된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선수들을 잘 다독이면서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alexe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