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女 아이스하키 박종아 "바디체킹의 스릴을 아시나요?"

대표팀 에이스, 캐나다 명문대 입학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박종아.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아이스하키에 미친 저보고 정말 미쳤다고 그랬죠."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에이스 박종아(19)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준비하기 위해 본토 캐나다의 명문대로 향한다.

한국 축구의 에이스 손흥민(23·레버쿠젠)이 동북고 1학년 때 자퇴 후 독일 함부르크로 떠나 비약적인 발전을 했던 것처럼 박종아는 2013년 10월 혈혈단신으로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캐나다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오로지 아이스하키에 매진하고자 다니던 고등학교까지 그만둔 그는 캐나다의 온타리오 하키 아카데미(OHA)에서 캐나다, 미국 대학 아이스하키 특기생 선발에 도전했다.

박종아는 2014-15시즌 OHA 여자 20세 이하 머룬팀 소속(인터미디엇 AA 레벨)으로 68경기에 출전, 44골 25어시스트의 성적을 올렸다. 덕분에 캐나다 대학 스포츠 1부리그(CIS) 명문 서스캐처원대에 아이스하키 장학생으로 스카우트 됐다. 박종아는 골리 신소정(25·StFX)에 이어 두 번째로 캐나다 대학 1부리그(CIS)에 진출한 선수가 됐다. 그는 오는 9월 서스캐처원대에 입학한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유망주 발굴 프로젝트로 지난 2013년 캐나다로 아이스하키 유학을 떠났던 박종아가 이제 겨우 첫 발을 내디뎠다. 박종아는 "국내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내게 꿈의 무대"라며 "그날을 위해 캐나다에서 더 전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아이스하키에 미친 강릉 소녀, 홀로 서울행을 결정하기까지

아이스하키는 여전히 비인기종목이다. 국내에 프로 팀이 없고 실업팀이라고 해도 남자부에서 한라, 하이원 두 팀 뿐이다. 심지어 여자부는 변변한 팀조차 없다. 하지만 박종아는 아이스하키를 선택했다.

그에게 아이스하키를 권했던 것은 놀랍게도 박종아의 부모님이었다. 박종아는 "어머니께서 쇼트트랙을 하셨는데 온순하고 소심했던 성격을 바꾸기 위해 단체 운동이었던 아이스하키를 내게 추천해주셨다"고 설명했다.

강릉에서 재미로 아이스하키를 배웠던 박종아의 인생을 바꿨던 것은 경포여중 2학년이었던 2010년이었다. 당시 여자 대표팀 훈련에 처음 발탁됐던 박종아는 2012년 무작정 혼자 서울로 올라왔다. 가족과 함께 상경할 수 없었던 탓에 박종아는 홀로 태릉선수촌 근처 서울여대 주변에서 자취 생활을 하며 아이스하키에 대한 꿈을 키웠다.

박종아는 "처음 서울에 와서 밤마다 울었던 것 같다"며 "그래도 부모님께서 항상 '절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한번 해보라'고 독려해주신 덕분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혜성여고에 다녔던 박종아는 결국 고2때 학교를 그만두고 캐나다행을 결정했다. 주변에서 "아이스하키가 뭐길래 학교를 그만두느냐는 말을 들었지만 내겐 오직 아이스하키 밖에 없었다"고 당시의 간절함을 전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박종아.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 우물 안 개구리, 더 큰 꿈을 꾸다

박종아는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내며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의 기대주로 꼽혔다.

작은 체구지만 폭발적인 스피드와 빼어난 골 결정력을 선보였다. 첫 번째 국제대회였던 2012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B에서 팀 내 최다 골(6골)을 터트리며 주목을 받았다. 이어 2013년 스페인 하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B에서는 대회 득점왕(7골)에 오르며 한국의 전승 우승을 이끌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유망주 지원 프로젝트에 발탁된 박종아는 2013년 10월 캐나다 인터내셔널 하키 아카데미(CIHA)에 입학했다. 이어 2014년에는 캐나다 오타와에 위치한 온타리오 하키 아카데미(OHA)에서 선진 시스템 속에서 아이스하키를 터득했다.

박종아는 "처음에 언어적인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며 "말도 잘 통하지 않았고 무시당하는 느낌이라 말수가 무척 줄어들었다.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신장 170㎝ 이상 선수들이 즐비한 아이스하키 최강국 캐나다에서 상대 선수로부터 강력한 바디체킹을 당하면 정신이 아찔했다.

처음에는 퍽을 잡기조차 힘들었다. 여자 아이스하키에서 공식적으로 바디체킹은 금지돼 있지만 미국이나 캐나다 등 북미에서는 몸싸움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다. 그는 "온 몸이 항상 멍투성이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이를 더 꽉 깨물고 한 발 더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비온 뒤 땅이 더 굳어지듯이 부쩍 성장한 박종아는 지난 6일 끝난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A 대회에서 7골을 터트렸다. 카롤리나 포즈니엡스카(폴란드)와 함께 기록한 대회 최다골이었다.

박종아는 "아이스하키의 가장 큰 매력을 꼽으라면 시원시원한 바디체킹"이라며 "지금은 오히려 그게 가장 스릴 있는 것 같다"고 환하게 미소 지었다.

또 그는 "캐나다에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어느 정도 한다고 생각했지만 캐나다에 나 같은 선수는 정말 세상에 널리고 널렸더라. 돌이켜보니 난 하나도 특별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거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더 빨리 움직이는 수 밖에 없었다. 몸싸움도 안 밀리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도 열심히 했다. 힘들게 시작했던 아이스하키를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 꿈의 무대 평창 동계올림픽, 과연 그날이 올까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한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9월 스페인 테네리페에서 열린 2014년 세미 애뉴얼 콩그레스(Semi Annual Congress)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 아이스하키의 대회 진행 방식을 확정하면서 한국 남녀 대표팀을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직행시키기로 결정했다.

여자부에서는 개최국 한국과 2016년 IIHF 랭킹 1~5위 팀에 본선 직행권이 주어지고 올림픽 예선을 통해 2팀이 본선에 합류한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박종아.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 News1

박종아는 평창 대회에 대해 묻자 "내겐 정말 꿈 같은 무대"라며 "솔직히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A(4부리그) 그룹에 포함돼 있는 한국(세계랭킹 24위)으로선 세계 톱클래스 팀들과 대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안방에서 큰 망신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에이스인 박종아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캐나다나 미국, 러시아 등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앞이 캄캄하다"면서도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다"고 했다.

캐나다 명문대에서 착실히 트레이닝을 받는다면 박종아는 3년 뒤인 2018년에 기량이 만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박종아가 뛰는 캐나다 리그는 최고 수준급"이라며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종아의 목표는 일단 서스캐처원대에서 주전을 꿰차는 것이다. 그는 "첫 해에 루키로 주전으로 경기에 나서고 싶다"며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꼭 출전하고 싶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가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alexe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