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AG] '日 코미디언 출신' 다키자키가 보여준 꼴찌의 투혼

마라톤 좋아 캄보디아 국적 취득, 순위 상관없이 끝까지 최선 다해, 14등으로 최하위

3일 오전 인천 송도센트럴파크에서 열린 '2014 아시안게임' 남자 마라톤 경기에서 다키자키 구니아키(왼쪽 일곱번째·120번)이 역주를 펼치고 있다. ⓒ News1 송원영 기자

(인천=뉴스1) 이재상 기자 = 캄보디아 국적의 한 남자는 순위에 상관없이 끝까지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리고 거친 숨을 몰아 쉬며 트랙 위에 그대로 누워 버렸다.

키가 151㎝ 밖에 되지 않는 일본 출신의 다키자키 구니아키(37)는 '네코 히로시'라는 고양이 캐릭터로 유명하다. 코미디언으로 팬들에게 사랑을 받던 그는 2005년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았다.

2005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한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달리기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때부터 마라톤과 코미디를 겸업한 그는 2011년에 꿈꿔왔던 2012 런던 올림픽 무대에 나가기 위해 캄보디아 국적을 취득했다.

처음 3시간 중반대를 찍던 그는 2시간 40~50분대까지 기록을 끌어 올렸다. 2시간 10분대를 기록하는 일반 선수들과의 경기에서 항상 그는 최하위였다. 그렇지만 다키자키는 개의치 않았다. 그에게 마라톤 자체가 큰 기쁨이자 행복이었다.

올림픽 무대를 밟고 싶다는 그의 꿈은 아쉽게 무산됐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서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선 적어도 국적을 취득한 지 1년이 지나야 한다"고 정의를 내리면서 그의 출전 자체가 무산됐다.

다키자키는 포기 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마라톤 선수들은 1년에 1~2개 대회에 출전하기 마련이지만 그는 5차례 대회에 나가는 강행군을 펼치며 혹독한 훈련을 거듭했다. 합숙 훈련까지 한 그는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 캄보디아 대표팀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참가했다. 그는 일찌감치 선수촌에 입촌해 낮에는 장어, 저녁에는 일본의 전통식품 낫또 등을 먹으면서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

시즌 베스트 기록이 2시간33분23초로 일반 선수들보다 20분 정도 느린 다키자키는 5㎞ 지점부터 경쟁자들에게 뒤처졌다. 그는 홀로 외로운 역주를 펼치면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관중석의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를 악물고 마지막까지 달린 그는 결국 가장 마지막으로 두 손을 번쩍 들며 2시간34분16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19명 중 5명이 중간에 포기해 14명 중 14등에 머물렀지만 의미 있는 역주였다.

alexe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