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제' 김연아, 2014 소치 향해 칼 뽑는다

1월 전국 종합선수권 대회…2월 소치 동계올림픽
[갑오년, 청마처럼 뛴다② ]

편집자주 ...갑오년인 2014년은 스포츠의 해다. 홍명보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에서 역대 최고 성적에 도전하고,'피겨 여왕' 김연아는 동계올림픽 2연패를 노린다. '마린보이' 박태환은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정조준한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과 '1억3000만달러'의 사나이 추신수는 미국 메이저리그 정상을 향해 뛴다. '손세이셔널' 손흥민, 한국인 최초로 LPGA투어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골프여제' 박인비 등도 국민에게 가슴 벅찬 환희를 안겨줄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푸르른 기운을 담은 청마처럼 힘차게 달리며 선사할 감동과 즐거움을 기대해보자.

피겨 여왕 김연아. © AFP=News1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 = 6세기 영국 아더왕은 바위에 박힌 칼 '엑스칼리버'를 뽑아 훗날 왕위에 올랐다. '이 검을 뽑는 자가 브리튼의 진정한 지배자다'라고 적혀 있던 이 검을 뽑으려는 많은 도전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칼을 손에 넣은 이는 아더왕이 유일했다.

김연아(24)가 꺼내든 스케이트화의 칼날은 한국 피겨 역사를 새로 썼다. 그의 은빛 날개짓이 지나간 길은 한국에서 없었고 지금까지도 없다.

1890년대 피겨스케이팅이 한국에 첫 선을 보인 이래 최초로, 김연아는 주니어와 성인 무대에서 세계 정상에 올랐다. 2006년 3월 세계주니어 피겨선수권, 2006년 11월 국제빙상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4차대회, 그해 12월 왕중왕전인 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김연아는 금메달을 따냈다.

'종달새'에서 '탱고 여왕'으로 변신한 김연아는 2007년 허리디스크 초기 판정과 꼬리뼈 부상에도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최초로 동메달을 수확하고 ISU 그랑프리 파이널을 2연패했다. 이듬해 2008년에는 세계선수권에서 2연속 동메달, ISU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거뒀지만 2009년 같은 대회에선 다시 정상을 탈환했다. 그해 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에서도 김연아는 1위였다.

그리고 스무살 김연아는 빙상에서 한없이 비상했다. 2010년 제21회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김연아가 6살 때 피겨스케이팅화를 신은 이래 꿈꿨던 무대였다. 김연아는 꿈의 무대에서 실수 없는 연기를 선보이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부문 세계최고기록(228.56점)이라는 꿈 같은 기록을 세웠다. 2위였던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205.50점)와는 23.06점차였던 건 김연아가 얻은 결과가 금메달 이상의 의미를 지녔음을 함의했다.

다시 김연아의 계절, 겨울이 왔다. 세계선수권대회, 그랑프리 파이널, 4대륙대회, 올림픽까지 휩쓴 김연아는 2014년 또 다시 도전을 시작한다. 2012년 은퇴설을 일축한 뒤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제22회 동계올림픽(2월7일~23일)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밝힌 계획 그대로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20개월 만에 복귀한 김연아는 NRW(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트로피 대회에서 우승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2013년 김연아는 제67회 전국남녀종합선수권대회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여자 싱글 1위를 거쳐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라 소치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우승까지 한 덕에 한국은 무려 출전권 3장을 얻었다.

피겨 여왕 김연아. © AFP=News1

김연아는 은퇴무대에서 올림픽 2연패에 나선다. 만약 금빛 사냥에 성공한다면 1984·1988년 챔피언인 독일의 카타리나 비트와 같은 기록을 26년 만에 세우게 된다.

전망은 밝다. 그는 지난해 9월 오른쪽 발등을 다쳤으나 가벼운 훈련과 치료를 계속한 덕에 12월초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제46회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대회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김연아는 여자 쇼트프로그램 73.37점, 프리스케이팅 131.12점을 더해 종합 204.49점으로 약 9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했다. 2위인 일본의 안도 미키(176.82점)를 약 30점차로 따돌린 점수였다. 우아했던 새 쇼트프로그램 '어릿 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로 김연아는 올 시즌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새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로 관객들을 탱고의 세계로 매혹했다.

만나게 될 사람은 언젠간 만나게 되는 걸까. 공교롭게 라이벌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도 하루 차이로 2013-2014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아사다 마오와 부상에서 완벽히 회복 중인 김연아는 이렇게 소치올림픽에서 펼칠 명승부를 예고했다.

오는 2월 소치에 가기 전 김연아는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실전 기량을 점검한다. 4일부터 5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열리는 전국 남녀 종합선수권대회인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4'가 그 대회다. 올림픽 직전 그가 얼마만큼 쾌조의 감각을 선보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힘든 훈련과 부상에도 꾸준한 성적을 낸 김연아는 이미 한국을 넘어 세계 피겨스케이팅의 '진정한 지배자'다. 김연아가 "소치올림픽에서 어느 때보다 즐겁게, 좋은 경험을 하고 오고 싶다"고 했어도 그의 스케이트화 칼날은 또 한 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빙상계에 날카로운 길을 낼지도 모른다. 칼자루는 그의 손에 쥐어져 있다.

gir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