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희박' 한화, 강백호 딜레마…100억 썼는데 수비 이닝 '0'
수비 없이 지명타자로만 나서 야수진 체력 부담 불가피
20대 선수 '수비이닝 0' 역대 3번째 사례 눈앞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한화 이글스는 오프시즌 FA 시장에서 강백호를 4년 100억 원에 영입했다. 타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한화에서의 첫 시즌, 강백호는 확실히 한화 타선에 큰 힘이 되고 있다. 현재까지 101경기에 출전해 0.289의 타율과 27홈런 94타점, OPS(출루율+장타율)은 0.909다. 홈런 4위, 타점 5위, OPS 8위 등 팀을 넘어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타자라 할 만하다.
그러나 100억 원의 몸값을 다하고 있는지를 묻는다면 의문이 남는다. 강백호는 올 시즌 수비를 단 1이닝도 소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루에서도 뚜렷한 기여가 없다고 본다면 강백호는 '공수주' 3박자 중 공격에서만 역할을 하는 셈이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지명타자는 중요한 포지션이다. 장기 레이스에서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는 데 필수적이고, 경미한 부상이 있어 수비 소화가 어려울 때 활용되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전업 지명타자'는 매우 보기 어려워졌다. 특정 선수가 지명타자 자리를 독점하면 앞서 언급한 장점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시즌 한화는 이런 추세에 반하고 있다. 강백호가 부상으로 빠졌던 기간을 제외하곤 지명타자 자리는 강백호 한 명에게 고정됐다. 지명타자의 장점을 활용하지 못하면서 야수진의 체력 부담은 다른 팀보다 가중될 수밖에 없다.
사실 강백호는 수비가 좋은 선수는 아니다. 전 소속팀 KT 위즈에서도 강백호의 수비 포지션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
그는 데뷔 첫 시즌이던 2018년엔 주로 좌익수로 나섰고, 이듬해인 2019년엔 우익수로 포지션을 옮겼다.
그러다 2020년부터 1루수로 위치를 바꿔 2시즌을 치렀는데, 잔부상이 많아진 2022년부터 지명타자 빈도가 크게 늘었다. 2023년엔 외야 수비 도중 '아리랑 송구'로 일컬어지는 '본헤드 플레이'로 실점을 자초해 비판받기도 했다.
2024년부터는 '제3 포수'로 나서기도 했다. 그해 169⅔이닝을 포수로 소화하며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2025년엔 다시 수비 이닝이 크게 줄었다.
이런 가운데 한화로 이적한 올 시즌엔 아예 수비에 나서지 않고 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당초 1루수나 외야수 중 수비 포지션을 정하겠다고 했지만, 시범경기부터 정규시즌에 이르기까지 강백호를 '전업 지명타자'로만 기용하고 있다.
1999년생 강백호는 올해로 27세, 계약 마지막 시즌에도 만 30세에 불과한 젊은 선수다. KBO리그 현역 최고령 최형우(43·삼성 라이온즈)가 올 시즌에도 종종 외야 수비를 소화하고, 김현수(38·KT 위즈)가 1루수를 소화한다. 이를 감안하면 '전업 지명타자'로 뛰는 강백호는 여러모로 아쉬울 수밖에 없다.
KBO리그 역사상 규정 타석을 소화하면서 수비 이닝 소화가 '0이닝'이었던 사례는 단 2번뿐이었다. 1993년의 김기태(쌍방울·당시 24세), 2014년의 이용규(한화·당시 29세)였다.
김기태가 뛰던 1990년대의 경우 지명타자를 지금처럼 활용하지 않고 '전업'으로 두는 경우가 많았고, 이용규의 경우 FA 이적 첫 시즌 어깨 부상을 달고 경기에 나서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수비 30이닝 미만'으로 범위를 넓혀도 '전업 지명타자'로 한 시즌을 치른 20대 선수는 7명뿐이다. 강백호는 KBO리그에서 손꼽을 만한 사례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한화는 최근 13경기 1승(12패)의 극심한 부진을 보이며 8위로 처진 상태다. 5위 두산 베어스와의 격차가 11게임까지 벌어지며 사실상 가을야구는 물 건너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엔 외인 요나단 페라자를 벤치에 앉혀두고, 한지윤과 유민 등 신예 선수들을 기용하는 빈도도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강백호를 계속 '전업 지명타자'로 기용하는 것은 최선의 선택이 아니다. 한화는 이미 지난주에만 두 번이나 외야수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실점을 헌납하기도 했다. 강백호의 '수비 불안'을 전업 지명타자의 이유로 들기도 어렵다.
앞으로 강백호와의 계약은 3년이나 더 남아있다. 한화 입장에서도, 아직 20대에 불과한 강백호의 입장에서도 남은 시즌 수비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100억 원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선수 활용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전업 지명타자' 강백호의 활용법을 다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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