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도, 9회 5점 차도 안심할 수 없어…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프로야구인사이트] 지난주 '역대급' 뒤집기 희비 엇갈려
역전승 많은 KT·삼성, 나란히 1-2위…뒷문 관리 중요성↑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지난 주말 KBO리그는 메이저리그 '전설' 요기 베라의 유명한 야구 격언을 새삼 되새기게 했다. 9점 차로 이기고 있던 팀이 역전 당하고, 9회를 앞두고 5점 차로 앞서다 끝내기 만루홈런을 맞고 패하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역대급 역전극의 첫 번째는 주말 3연전 첫날인 21일 대전이었다. 한화 이글스는 선발 투수 브루스 짐머맨이 1회 아웃카운트 한 개를 잡는 동안 6피안타 2볼넷으로 통타 당하며 무려 7실점 했다.
2번째 투수 권민규가 급하게 올라와 불을 껐지만 3회 추가 2실점 하며 스코어는 0-9까지 벌어졌다. 모든 이들이 이 시점에서 승부가 갈렸다고 봤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승리 확률을 보면, 3회말 한화가 무득점으로 끝났을 때 승리 확률은 1.7%까지 떨어졌다. 반대로 LG의 승리 확률은 98.3%에 달했다.
하지만 1.7%에서 대역전극이 만들어졌다. 한화는 4회말 2점을 낸 것을 시작으로 5회 3점, 6회 3점을 뽑았다. 그 사이 2실점 했지만, 스코어가 8-11까지 좁혀지며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았다.
급기야 7회말엔 김태연의 희생플라이와 문현빈의 적시타, 한지윤의 내야 땅볼로 3점을 추가하며 11-11 동점이 됐다.
기세가 오른 한화는 8회말 김태연, 문현빈, 한지윤의 연속 적시타를 묶어 대거 4점을 냈고 결국 15-11의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9점 차 이상을 뒤집은 건 이번이 5번째다.
이전 사례를 보면 2013년 5월 8일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가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10점 차를 뒤집은 게 역대 기록이고, 2003년 5월 27일 현대 유니콘스(對 KIA), 2009년 9월 12일 한화(對 히어로즈), 2022년 7월 7일 한화(對 NC)는 각각 9점 차 역전승을 거뒀다.
이미 2번이나 9점 차를 뒤집은 전적이 있는 한화는 또 한 번의 기적을 연출해 보였다.
그런가 하면 23일 고척에선 '9회말의 기적'이 나왔다. 꼴찌 키움 히어로즈는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3-7로 뒤진 채 9회말 마지막 공격을 맞았다.
키움은 선두타자 권혁빈이 안타를 때렸지만 대타 이형종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 시점 키움의 승리 확률은 0.8%까지 낮아졌다.
그런데 여기서 서건창, 추재현의 연속 안타가 나오면서 만루가 채워졌다.
KIA는 이태양을 빼고 최근 '마무리투수'로 전업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좌완 이의리를 투입했는데, 키움은 이마저도 극복했다.
맷 데이비슨이 우전 적시타로 2명의 주자를 불러들였고, 안치홍은 8구 승부 끝에 볼넷을 골랐다.
여기서 여동욱이 삼진으로 물러나 2아웃이 됐는데, 김재현이 무려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을 때렸다.
김재현은 이날 경기를 포함해 올 시즌 1군에서 단 7경기밖에 뛰지 않았다. 이 경기도 김건희가 선발 마스크를 쓴 뒤 경기 후반 투입돼 이 타석이 첫 타석이었다.
게다 김재현은 이전까지 프로 통산 홈런이 단 7개에 그칠 정도로 장타력과는 거리가 먼 '수비형 포수'였다. 그런 그가 좌완 파이어볼러 이의리의 시속 155㎞짜리 강속구를 만루홈런으로 연결했으니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은 KBO리그 통산 9번째의 희소한 기록이다. 그중에서도 3점 차로 뒤진 상황에서 나온 건 김재현이 3번째다.
1995년 7월25일 이동수(삼성)가 구대성을 상대로 3-6에서 만루포를 때린 게 첫 번째였고, 2002년 4월 10일 김응국(롯데)이 김진웅을 상대로 2-5에서 친 게 두 번째였다.
김재현은 무려 24년 만에 나온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앞선 2경기에서 보듯 시즌 말미로 갈 수록 '뒷문 단속'의 중요성은 커진다. 한 경기로 순위가 갈릴 수 있는 치열한 다툼이 이어지는데, 다잡았다고 생각했던 경기를 허무하게 뒤집히면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뒷문 단속의 중요성은 올 시즌 현재까지 기록에서도 정확히 드러난다.
올 시즌 역전승 1위인 KT(32승)와 2위 삼성(31승)은 순위표에서도 나란히 1,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들은 5회까지 뒤지다 역전한 경기도 12승으로 가장 많다.
1위 KT는 역전패도 19패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으며, 7회까지 앞선 경기 승률도 0.965(55승1무2패)로 1위다. '충격패'는 가장 적고 기분 좋은 뒤집기가 많았던 것이 실제 팀 성적에 그대로 반영된 모양새다.
starburyn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