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이적이 '신의 한수'…KT 최원준·한화 강백호, 맞는 옷 입고 '펄펄'

최원준, FA 마지막 시즌 KIA서 고전…KT서 부담 털고 맹위
강백호, 젊은 선수 많은 한화서 4번 안착…'타점 머신' 활약

KT 위즈 최원준. ⓒ 뉴스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올 시즌 KBO리그 타격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최원준(29·KT 위즈)과 강백호(27·한화 이글스)는 묘하게 닮았다. 단순히 시즌 전 FA로 팀을 옮겼다는 것만은 아니다.

이들은 뺴어난 재능으로 프로 초창기부터 두각을 드러냈지만 FA 자격을 취득할 때쯤 부침을 겪었다는 점이 비슷하다.

이에 따라 FA 계약에서도 예상보단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고(최원준 4년 48억 원, 강백호 4년 100억 원), 그럼에도 '오버페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기도 했다.

하지만 둘 다 새로운 팀에서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폭발해 보이며 우려를 불식하고 있다. 몸에 꼭 맞는 옷을 입고 펄펄 나는 이들에겐, FA 이적이 '신의 한 수'와도 같다.

5월까지 진행된 2026 신한 SOL KBO리그에서 '수위 타자'는 최원준이다. 그는 현재까지 KT가 치른 53경기 중 52경기에 출전해 0.377(215타수 81안타)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시즌 초반 4할을 훌쩍 넘는 타율을 기록하던 박성한(SSG 랜더스·0.354)을 밀어내고 어느덧 타격 부문 1위에 올랐다.

타격 1위답게 최다 안타(81개) 역시 리그 1위를 질주하며 데뷔 이래 첫 개인 타이틀을 노릴 적기를 맞았다.

3~4월 0.313의 타율을 기록했던 최원준은, 5월 들어 완전히 타격감에 불이 붙었다. 5월 치른 25경기에서 무려 0.450(100타수 45안타)의 타율을 기록했다.

KT 위즈 최원준. (KT 제공)

시즌 52경기 중 한 경기 2개 이상의 안타를 때린 '멀티히트'만 24경기였고, 3안타 이상 경기도 10번이나 있었다. 지난 5월12일 SSG전에선 5타수 5안타를 기록하며 상대를 질리게 했다.

최원준은 2016년 KIA에서 데뷔한 첫 시즌부터 꾸준히 1군에서 뛰었다. 재능을 인정받으며 KIA에서도 규정타석 3할을 한 차례(2020년, 0.326) 기록한 적도 있었고, 2017년과 2024년 모두 팀 통합 우승의 멤버이기도 했다.

하지만 FA 직전 시즌이었던 2025년엔 급격한 부침을 겪었다. 타격이 잘 풀리지 않으면서 수비까지 불안해졌고,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KIA는 최원준을 마냥 기다려줄 수 없었다. 1, 2군을 오가며 힘든 시기를 보냈고 결국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NC 다이노스로 트레이드되기에 이르렀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의 최원준에게 리그 최고 인기팀 KIA는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조연'으로 묵묵히 팀에 공헌하는 역할은 잘 해냈지만, 부진할 때의 압박감은 버겁게 느껴졌다.

KT로 이적한 뒤 이강철 감독은 별다른 이야기 없이 최원준에게 전적인 신뢰를 주고 있고, 최원준도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은 '막내 구단' KT에서 마음 편히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감독님께서 스프링캠프 때부터 1번 타순에 고정해 주신 덕에 날 믿어주신다는 생각을 받았다"고 했다.

강백호는 한화에서 '타점 머신'으로 거듭났다. 그는 현재까지 팀이 치른 52경기 중 50경기에 출전해 60타점을 쓸어 담으며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샘 힐리어드(KT·44타점)와의 격차가 이미 크게 벌어졌다.

타율도 0.342로 리그 6위, 최다안타(69개) 공동 4위, 홈런(12개) 공동 4위, 장타율(0.594) 2위 등 타격 지표 각종 부문에서 최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강백호. ⓒ 뉴스1 김기남 기자

강백호 역시 신인 시절부터 리그에서 알아주는 '재능'으로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비교될 정도였다.

데뷔 첫해부터 29홈런을 기록했고 2019~2021년까지는 3년 연속 0.330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다. 2021년엔 KT의 창단 첫 우승을 함께 하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던 그였지만 2022년 이후 부상과 대표팀에서의 태도 논란, 소속팀 복귀 후 안일한 수비 논란 등으로 여러 차례 질타를 겪으며 고비를 맞았다.

원래 대범하고 호탕한 성격이었던 그가 멘탈이 크게 흔들리면서 움츠러들었고 경기력도 저하됐다.

포지션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아 포수까지 소화하는 등 KT 팀 내에서도 강백호의 활용이 애매했다.

한화 강백호. ⓒ 뉴스1 김기남 기자

그러나 한화로 이적한 이후엔 다시 데뷔 초창기의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성적도 수직 상승했다.

특히 '고참급 야수'가 많았던 KT에 비해 젊은 선수들이 주를 이루는 한화에서 강백호는 빠르게 적응한 모습이다.

최근엔 1년 후배 노시환에게 더그아웃에서 타격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고, 노시환 역시 시즌 초반의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같은 선수라도 어떤 팀에서 뛰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최원준과 강백호는 새 팀에서 자신에게 맞는 역할과 환경을 찾으며 잠재력을 다시 폭발시키고 있다. 이들의 활약은 선수와 팀의 궁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