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체포 후 '총성없는 전쟁'…오늘 미국·베네수엘라 WBC 결승전

마두로 체포 후 2개월 만에 WBC 결승서 만나
단단한 마운드 미국 vs 아쿠냐 앞세운 베네수엘라

미국과 베네수엘라가 2026 WBC 우승을 놓고 격돌한다. 사진은 2023년 WBC 8강에서 만났을 당시의 모습.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어떻게 이런 인연이 있을까. 미국과 베네수엘라를 두고 하는 말이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서 총성 없는 전쟁이 펼쳐진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에 체포된 이후 격화된 양국 관계 속에 펼쳐지는 이 경기는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긴장감을 불러온다.

미국과 베네수엘라는 18일 오전 9시(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리는 대회 결승전에서 격돌한다.

미국은 8강에서 캐나다, 4강에서 도미니카공화국을 꺾었고, 베네수엘라는 8강에서 대회 2연패에 도전하던 일본을 격침한 데 이어 4강에선 이탈리아의 돌풍도 잠재웠다.

일본의 탈락으로 맥이 빠질 뻔했던 WBC는 결승 카드에서 전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게 됐다. 양국이 오랫동안 얽힌 정치적 '앙숙' 관계이기 때문이다.

양국은 1999년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취임한 뒤 27년간 사이가 틀어졌다. 당시 차베스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내 미국 기업의 자산을 몰수하고 석유 산업을 국유화하는 등 '반(反)미' 전선을 강조했다.

2013년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들어서면서 양국은 악화 일로를 걸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했고,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 밀매 카르텔 우두머리로 규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월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는 군사작전을 승인하면서 상황은 더더욱 악화했다.

통산 2번째 우승을 노리는 미국. ⓒ AFP=뉴스1

이번 맞대결은 마두로 대통령이 체포된 이후 2개월 만에 성사됐다. '마두로 더비'라는 말이 붙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단 양 팀 선수들은 정치적인 언급은 최대한 피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베네수엘라의 스타급 선수들은 대부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연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오마르 로페스 베네수엘라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야구에 전념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상황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이런 상황과 별개로 양 팀은 승리를 위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준결승에서 솔로 홈런을 때린 에우헤니오 수아레스(신시내티 레즈)는 "이번 대회 초반엔 많은 사람들이 우리 팀을 믿지 않았지만, 우리는 처음으로 결승까지 진출했다"면서 "우리는 조국을 위해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고 했다.

이탈리아전 역전 결승타의 주인공 마이켈 가르시아(캔자스시티 로열스)도 "우승컵을 가져오고 싶다. 베네수엘라는 야구의 나라니까, 우리가 보여줘야 한다"며 "베네수엘라 팬들이 가득 찬 경기장에서, 조국을 위해 뛰는 것만으로도 꿈이 이뤄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선발투수 놀란 맥린(뉴욕 메츠)는 "난 평생 이런 순간을 기다려왔다. 이런 경기를 위해 태어났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미국을 넘어 WBC 우승을 노리는 베네수엘라. ⓒ AFP=뉴스1

경기 양상은 미국의 '방패'와 베네수엘라의 '창'의 맞대결로 압축된다.

미국은 준결승에서도 메이슨 밀러, 개럿 휘틀록, 데이비드 베드나 등의 막강 불펜을 앞세워 도미니카공화국의 화력을 단 1점으로 묶었다.

베네수엘라는 상대적으로 마운드는 미국에 밀리는 모양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40홈런-70도루를 기록했던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타격왕 출신의 루이스 아라에스를 앞세운 공격력은 강력하다.

물론 미국은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와 브라이스 하퍼(워싱턴 내셔널스), 카일 슈와버(필라델피아 필리스) 등이 버티는 타선도 막강하다. '신성' 로만 앤서니(보스턴 레드삭스)는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이번 대회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이 우승하면 2017년 이후 역대 2번째 WBC 우승과 함께 2023년 준우승의 아쉬움을 떨칠 수 있다.

2009년 4강이 최고 성적인 베네수엘라는 '야구 종주국' 미국을 넘어 새역사를 쓸 절호의 기회다.

한편 WBC 역대 전적에서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3승2패로 우위를 보였다. 두 팀의 최근 맞대결인 2023년 대회 8강에서는 미국이 난타전 끝에 9-7로 이겼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