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마지막 유산' LG 장시환 "부담스럽지만, 2~3년 더 듣겠다"
황재균·오재일·정훈 은퇴로 현대 출신 유일 현역
한화 방출 설움 딛고 '챔피언' LG서 재도약 다짐
-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내가 현대의 마지막 선수로 남았다."
한화 이글스에서 방출된 베테랑 투수 장시환(39)이 LG 트윈스와 계약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 동시에 '현대 유니콘스의 마지막 유산'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1996년부터 2007년까지 KBO리그에서 활동했던 현대는 한국시리즈 우승 4회, 준우승 2회 등 짧은 역사에도 굵직한 성과를 낸 명문이었다. 구단이 해체된 뒤에도 현대 출신 선수들이 꾸준히 활약해 왔는데, 세월이 흘러 하나둘 유니폼을 벗었다.
지난해 시즌 종료 후 황재균, 오재일, 정훈까지 은퇴하면서 이제 현대 출신 현역 선수는 장시환 뿐이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한 황재균도 좀 더 현역으로 뛸 것으로 예상됐지만, 원소속팀 KT 위즈와 협상 도중 은퇴를 결정했다.
장시환은 "이게 다 황재균이 은퇴했기 때문"이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그는 "몇 년 전 스프링캠프 때 (동갑내기인) 재균이를 만나 현대 출신 마지막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재균이가 오랫동안 선수로 뛰면서 현대 마지막 유산이 될 거라고 말했는데 갑자기 은퇴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이제 자신이 타이틀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뛰겠다고 했다. 장시환은 "많이 부담스럽지만, 마지막 유산이 바로 없어지면 안 되지 않은가. 2~3년은 더 그런 이야기를 듣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실 장시환도 선수 생활이 끝날 위기에 처했다. 그는 지난해 한화에서 전력 외 선수로 분류, 한 번도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2군에서도 유망주에 밀려 9경기(1승1패 평균자책점 4.15) 출전에 그쳤고, 결국 방출됐다.
은퇴를 고민하던 장시환은 아내의 조언으로 계속 야구공을 잡기로 했다. 그는 "은퇴하고 다른 일을 해보자고 생각했는데, 아내가 '1군에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던지고 은퇴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설득했다. 그래서 은퇴 생각을 접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다행히 LG 구단에서 계약 의사를 보였고 더 도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LG는 방출 후 재기에 성공한 김진성의 사례처럼 장시환이 불펜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한다. 염경엽 감독은 "장시환이 준비를 잘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불펜 자원이 더 많아졌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지난해 2군에서 최고 구속 시속 145㎞까지 나왔다는 그는 "1군과 2군은 환경이 다르다. 낮 경기로 치러지고 (팬도 없어) 아드레날린도 분비가 안 된다"며 "난 원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다. 올해 몸을 착실하게 잘 만든다면 1군에서 150㎞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새 시즌 목표는, 일단 3개월 동안 잘하는 것이다. 장시환은 "한 시즌을 치르는 6개월 내내 잘할 수 없다. 그 반타작만 잘하자고 마음먹었다"고 이야기했다.
2007년 프로 생활을 시작한 장시환은 현대, 히어로즈, KT, 롯데 자이언츠, 한화에서 뛰었으나 한 번도 우승컵을 든 적이 없다. 포스트시즌도 2017년 롯데 소속으로 준플레이오프를 경험한 게 마지막으로, 벌써 9년 전의 일이다.
'디펜딩 챔피언' LG에 합류한 만큼 이번엔 우승에 대한 한을 풀고 싶다고 했다.
장시환은 "야구하면서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었다. 프로 데뷔 후 몇 차례 포스트시즌을 경험했지만, 주축 선수가 아니다 보니 즐길 새도 없이 빨리 끝났다"며 "(지난해 한화의 포스트시즌을 보며) '내가 몇 살만 더 어렸어도 저 자리에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들었다"고 말했다.
장시환은 6일 열린 LG 구단 신년인사회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드리겠다"고 포부를 밝혀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는 "어린 선수보다 더 많이, 열심히 노력해서 잘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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