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와 얘기 나눴다"…삼성, '1년 남은' 원태인 잔류 협상 시동

원태인, 내년 시즌 후 FA…비FA 다년 계약 추진
변수는 선수 해외 진출 의지…샐러리캡 정리도 필요

22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플레이오프 4차전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삼성 원태인이 9회초 더그아웃에서 환하게 웃으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5.10.22/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저도 얼른 휴가 좀 가고 싶습니다."

이종열 삼성 라이온즈 단장이 최근 스토브리그 관련 이야기를 하던 중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툭 던지 얘기다. 시즌 종료 후 아직 개인적인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건, 그만큼 삼성이 비시즌 바쁜 행보를 보냈다는 걸 의미한다.

삼성은 2025시즌 종료 후 포수 강민호, 투수 이승현(우완), 김태훈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다. 삼성은 이들 세 명을 모두 잔류시킨다는 전제하에 협상을 진행했고, 이승현(2년 총액 6억 원)과 김태훈(3+1년 총액 20억 원)과 계약을 완료했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강민호와도 큰 틀에서 합의는 마쳤고, 세부 내용을 조율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격년마다 열리는 2차 드래프트에서 포수 장승현과 투수 임기영을 지명했고, NC 다이노스와 트레이드를 통해 포수 박세혁을 데려왔다.

외부 FA 시장에서는 개장 직후부터 베테랑 타자 최형우에게 접촉해 2년 최대 총액 26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 모든 과정에 참여하며 숨 가쁘게 움직인 이 단장에게는 '닌자 종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이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페어플레이상을 수상한 후 이종열 단장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2024.12.1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삼성의 비시즌 행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년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는 원태인을 일찌감치 잔류시키기 위한 협상에도 시동을 걸었다.

이 단장은 "원태인 에이전트와 (비FA 다년 계약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원태인의 에이전시는 이예랑 대표가 이끄는 리코스포츠다.

2019년 삼성 입단 후 성장을 거듭한 원태인은 지난해 커리어 하이인 15승(6패)을 달성하며 공동 다승왕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올해도 12승(4패)을 수확, 토종 투수 중 최다승을 기록했다. 국가대표에서도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FA 시장에 나올 경우 복수 구단의 경쟁으로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 자명하기에, 삼성으로선 미리 다년 계약으로 묶어두는 게 합리적이다. 삼성에 대한 애정이 큰 원태인 측도 협상 창구를 열어놓은 상태다.

다만 변수가 있다. 선수의 해외 진출 의지다.

원태인은 최근 "(해외 진출) 도전에 대한 생각은 언제나 있다"면서 "다만 무조건 해외에 가겠다는 생각보다 내년에 더 발전하고 해외에서도 저를 인정해 준다면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잔류가 최선이지만, 선수가 해외 진출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힌다면 삼성으로서도 막을 명분은 없다. 키움 히어로즈와 비FA 다년 계약을 맺은 뒤 메이저리그(MLB)에 도전한 송성문의 사례도 있지만, 삼성은 키움과 상황이 다르다. 굳이 다년 계약을 맺은 선수에게 떠날 여지를 만들어 줄 이유는 없다. 어디까지나 원태인의 의지에 달려있다.

경쟁균형세(샐러리캡) 정리도 필요하다. 지난 18일 KB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은 2025년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 합계 금액에서 132억 700만 원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금액을 기록했다. 샐러리캡 상한액(137억 1165만 원)에 단 5억 465만 원 모자랐다.

삼성은 원태인과 비FA 다년 계약 체결 시 일명 '래리 버드 룰'을 활용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는 매년 7시즌 이상 소속 선수로 등록한 이력이 있는 선수 1명을 상위 40명 선수의 보수 총액 계산 시 예외 선수로 지정할 수 있는 제도로, 예외 선수 연봉(계약금 및 옵션 포함)의 50%가 제외되어 산출된다.

superpow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