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민 남고 김현수 떠나고…'절반의 성공' LG, FA 시장 철수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철수했다. 일찌감치 외부 FA 영입 없이 내부 FA 두 명의 잔류에 총력을 쏟았는데, 한 명만 붙잡고 다른 한 명은 떠났다.

2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한 LG는 기존 전력을 지키는 데 집중했다. 크게 흠이 없는 안정된 전력을 구축하기도 했지만, 큰돈을 쓸 여력도 없었다.

이미 지난해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을 합한 금액이 138억5616만원으로, 샐러리캡(경쟁균형세) 114억2638만보다 24억2978만원을 초과해 살림 규모를 신경 써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장 박해민과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김현수가 FA 시장에 나왔다. 둘 다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베테랑으로, 정상을 지키려는 LG에 꼭 필요한 자원이었다.

LG는 최선의 제안으로 예우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영입 경쟁은 예상보다 치열했고 두 선수의 시장 가치마저 폭등했다.

김현수와 박해민을 둘러싼 '쩐의 전쟁'이 펼쳐졌고, 샐러리캡에 발목 잡혀 쓸 수 있는 돈이 한정됐던 LG는 불리한 입장이었다. 최악의 경우 김현수와 박해민 모두 LG를 떠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LG 팬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LG는 4년 65억 원 조건으로, 박해민과 다시 손을 잡았다.

KT 위즈가 LG보다 10억 원 이상 많은 계약 규모를 제안했지만, 박해민은 고심 끝에 LG 잔류를 택했다.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돈은 매우 중요한 척도지만, 박해민에게는 돈이 전부가 아니었다.

에이전트 없이 홀로 FA 협상을 벌인 박해민은 "계약 당일까지 다른 구단에서 거절하기 힘든 금액을 제안했다. 행복한 고민이면서 힘든 결정이었다"면서 "LG의 팀원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 기쁘다. 앞으로 더욱 많은 우승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한고비는 넘겼지만, 김현수 잔류까지는 쉽지 않았다. LG는 3년 30억 원대를 제시했지만, 김현수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번번이 FA 영입에 실패한 KT가 3년 50억 원이라는 통 큰 투자로 김현수를 데려갔다. 김현수는 자신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해준 KT로 향했다.

애초 버거운 싸움이라는 걸 예상했지만, 그래도 LG 입장에선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차명석 LG 단장은 "샐러리캡에 여유가 없어 걱정됐지만, 그래도 김현수를 붙잡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그 결실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현수가 8년간 정말 잘해줬다. 현수가 있어서 우리 팀의 문화가 바뀌고, 우승도 두 차례 할 수 있었다"며 "김현수가 KT로 가서도 잘했으면 좋겠다"고 작별 인사와 덕담을 건넸다.

기존 전력을 최대한 지켰지만, 김현수의 공백을 메우는 건 LG의 2026시즌 과제다. 2018년부터 2025년까지 8년간 성실함과 리더십으로 LG만의 문화를 만들고, 뛰어난 기량으로 두 번의 우승을 안긴 김현수였기에 그의 빈자리가 생각보다 클 수 있다.

그래도 영원히 풀지 못할 과제는 아니다. 주장 박해민의 잔류와 '군인' 이재원(상무)의 복귀라는 긍정적 요소도 있다.

차 단장은 "김현수가 없지만 박해민이 남았다. 클럽하우스의 리더십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기에 (외야수이자 우타 거포인) 이재원도 잘 성장한다면 충분히 2연패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