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일본 킬러' 정우주 "너무 큰 수식어…내 공에 믿음 생겼다"
일본과 2차전 선발 등판, 3이닝 4K 무실점 활약
"못 던지던 몸쪽 슬라이더로 삼진, 한 단계 성장한 느낌"
-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한국 야구대표팀의 희망으로 떠오른 정우주(19·한화 이글스)가 '차세대 일본 킬러'라는 극찬에 쑥스러운 듯 손사래를 쳤다. 그래도 마냥 싫지 않은 듯 살며시 미소도 지었다.
정우주는 일본과 원정 2연전을 마치고 17일 야구대표팀과 함께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는 "일본으로 출국할 때 2차전에 선발 등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등판할 때까지 계속 긴장했다"며 "등판 경기 당일 커다란 도쿄돔에 관중도 많아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지만, 한국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 덕분에 좋은 기운을 받아 잘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1무 1패를 거두며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부터 11차례 맞대결에서 1무 10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그래도 2차전에서는 끈질긴 추격을 펼치며 9회말 2사 후 김주원의 극적인 동점 솔로포로 7-7 무승부를 거두는 등 가능성도 엿봤다.
정우주는 이 2차전의 선발 투수로 나가 3이닝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 투수진이 1,2차전 합산 사사구 23개를 헌납하며 제구력에 큰 과제를 남겼지만, 정우주는 '군계일학'이었다.
정우주는 "일본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았는데, '내가 이들을 압도해야 한다'고 계속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 각오가 행동으로 잘 나와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배짱 두둑한 투구를 펼친 정우주는 위기관리 능력도 뛰어났다.
정우주는 2회초 선두 타자 마키 슈고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니시카와 미소를 투수 앞 땅볼로 유도했다. 타구를 잡은 정우주는 더블플레이를 노렸지만, 2루 송구가 부정확해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후 기시다 유키노리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가 됐다.
최대 위기에서 정우주는 침착하게 일본 타선을 잠재웠다. 사사키 다이를 2루수 직선타로 처리한 뒤 이시카미 다이키에게 139㎞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정우주는 이시카미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장면이 가장 만족스러운 공이었다고 했다.
그는 "내가 자초한 위기여서 어떻게든 막고 싶었다. 무실점으로 이닝을 끝내면 우리에게 다시 분위기가 넘어올 수 있다고 판단해 이 악물고 던졌다"고 복기했다.
이어 "평소 몸쪽 슬라이더를 잘 던지지 못하는데, 그 상황에서는 저도 모르게 그 코스로 슬라이더를 던졌다"며 "한 단계 더 성장한 기분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마운드 위에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10대 투수도 최상의 결과에 기쁨의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정우주는 "원래 표정 관리를 잘하는 편인데, 일본전에서는 너무 기쁜 나머지 잘 안됐다"고 했다.
이번 호투로 차세대 일본 킬러라는 평가도 쏟아졌다. 이에 정우주는 "이제 국가대표팀에 데뷔한 제게 너무 큰 수식어"라며 "앞으로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제 공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지만, 국제무대에서 과연 통할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이번 일본전을 통해 내 공에 대한 믿음을 얻었다"며 "대표팀에 계속 승선하는 게 목표"라고 당차게 말했다.
올해 프로 무대에 데뷔한 정우주는 다양한 경험을 해봤다. 소속팀 한화를 정규시즌 2위로 이끈 뒤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아봤고, 나아가 국가대표로도 발탁됐다.
정우주는 "1년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서 잊지 못할 해가 됐다"며 "이만큼 임팩트 있는 해가 올까.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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