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전 1무 1패…때리고 훔친 공격 '합격', 흔들린 마운드 '숙제'
류지현호, 2026 WBC 대비 평가전 일정 마쳐
일본 상대 사사구 23개 남발, 따끔한 예방주사
-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한국 야구대표팀이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따끔한 예방주사를 맞았다.
국가대표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선수들은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홈런, 이중도루 등 다양한 공격 경로로 득점한 부분도 만족스러웠지만, 제구가 크게 흔들려 볼넷을 남발한 마운드는 과제를 남겼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 K-베이스볼 시리즈 2차전에서 9회말 2사 후 터진 김주원의 극적인 동점 홈런에 힘입어 7-7로 비겼다.
올해 마지막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둔 한국은 WBC 대비 네 차례 평가전을 2승1무1패로 마쳤다.
한국 야구는 최고의 국제야구대회인 WBC에서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내년 3월 열리는 2026 WBC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같은 조에 속한 체코, 일본을 상대로 네 차례 평가전을 진행했다.
한국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체코와 2연전에서 3-0, 11-1로 승리를 쓸어담았다.
첫 경기에서는 투수가 삼진 17개를 잡아내는 등 완벽한 계투를 펼쳤고, 이어 두 번째 경기에서는 타선이 장단 17안타로 폭발해 시원한 대승을 거뒀다.
그러나 객관적 전력이 떨어지는 체코와의 평가전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KBO리그 시즌을 마친 선수들의 '몸풀기'에 가까웠다. 또 새 얼굴들의 국가대표 데뷔전 성격이 강했다.
진짜 모의고사는 2026 WBC 1라운드가 펼쳐질 장소이자 일본 야구의 성지인 도쿄돔에서 펼쳐진 일본과 2연전이었다.
일본 역시 일부 주축 선수가 빠지고 젊은 선수를 발탁했지만, 한국보다 한 수 위의 상대였던 데다 홈 이점까지 안고 있었다.
한국은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부터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 간 맞대결에서 일본에 9연패를 당했다.
류지현 감독은 이번 일본과 2연전을 통해 WBC 대비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동시에 연패의 고리를 끊길 바랐는데, 결과적으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한국은 1차전에서 일본에 4-11로 크게 졌지만, 2차전에서는 끈질긴 추격을 펼쳐 값진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 대표팀은 '넘을 수 없던 벽'으로 성장한 일본과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큰 자신감을 얻은 것 또한 이번 평가전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일본 매체에 따르면 류 감독 역시 "벤치에 있는 모든 선수가 9회말 2사 이후에도 끝까지 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가능성을 엿봤다. 1차전보다 2차전에서 선수들이 더 편안하게 뛰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총평했다.
총 11점을 뽑은 '창'의 위력도 좋았다. 한국은 두 경기 모두 먼저 3점씩을 뽑는 등 일본 마운드를 흔들었다. 2차전에서는 안타 9개를 때려 일본(6개)보다 많았다.
또한 1차전과 2차전 각각 홈런 두 방씩 등 총 4개를 터뜨리며 한 개에 그친 일본보다 앞섰다. 홈런 영양가도 좋았다. 1차전에서는 4회초 안현민의 2점 홈런과 송성문의 1점 백투백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2차전에서도 8회말 5-7로 밀리던 상황에서 안현민이 한 점 차로 좁히는 홈런을 쏘아 올렸고, 배턴을 받은 김주원이 9회말 2사 상황에서 동점 홈런을 날렸다.
상대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한 것도 긍정적이었다.
신민재는 1차전 8회초에서 상대 외야수가 안타성 타구를 잡기 위해 뒤로 물러서자, 과감하게 2루까지 뛰었고 이후 후속 타자의 내야 땅볼 때 홈까지 들어왔다.
안현민은 2차전 3회말 1사 1, 3루에서 1루 주자 송성문과 이중도루를 시도해 홈을 터치했다. 일본의 허를 찌른 완벽한 베이스러닝이었다.
다만 한국의 '방패'는 허점투성이였다. 일본을 상대로 2연전 통틀어 무려 18점을 내줬는데, 문제는 사사구였다.
평균 연령 22.1세의 대표팀 마운드는 영점이 크게 흔들린 데다 좁아진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지 못했다.
1차전에서 몸에 맞는 볼 2개 포함 사사구 11개를 내줬고, 2차전에서는 볼넷만 12개나 기록했다. 두 경기에서 사사구만 23개로, 피안타 18개보다 훨씬 많았다.
2차전 한국 불펜은 볼넷으로 주자를 쌓아 위기를 자초하더니 밀어내기 볼넷으로만 4점을 헌납했다.
대표팀 핵심 투수인 원태인, 문동주, 손주영이 컨디션 문제로 결장했고 류현진 등 베테랑 투수도 빠졌다고 하지만 볼을 던지는 투수가 많았다는 건 류지현 감독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2026 WBC에서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없이 주심이 직접 볼과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린다. 주심 성향에 따라 스트라이크존이 커질 수도 있고, 좁아질 수도 있다. 이를 빠르게 적응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특히 마운드는 메이저리거 합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 'KBO리그 투수'로 전력을 강화해야 한다. WBC 때 합류할 류현진 등 베테랑 투수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에 류 감독은 "스트라이크존 문제는 영상을 통해 철저하게 분석하고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마지막 경기를 마친 대표팀은 17일 귀국 후 해산한다. 잠시 숨 고르기를 한 뒤 내년 초 본격적으로 WBC 담금질에 돌입할 예정이다.
대표팀은 내년 1월 9일부터 21일까지 사이판에서 1차 캠프를 차려 선수들의 체력 및 컨디션 관리에 집중하고, 2월 15일부터 28일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기술 훈련과 실전 위주의 2차 캠프를 진행한다.
이후 도쿄돔으로 건너가 3월 5일 체코와 2026 WBC 첫 경기를 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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