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조상우·서진용·김태훈, 'A등급'이지만 웃지 못하는 이유

비FA 다년 계약 등급 제외…A등급이지만 시즌 내내 부진
높은 보상금에 보상선수까지 이적 부담…협상서 불리

FA 자격을 얻은 조상우.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A등급'을 받았지만 웃을 수 없다. 가장 높은 등급이 오히려 족쇄가 되기 때문이다. FA 시장 개장이 임박한 가운데 '준척급'이면서 A등급을 받은 선수들의 선택지가 좁아지는 모양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5일 2026년 FA 자격 선수 30인 명단을 발표했다. 등급별로 A등급 7명, B등급 13명, C등급 10명 등이다.

FA 등급 산정은 최근 3년간 선수 연봉이 기본 기준이 된다. 3년 평균 연봉이 팀 내 3위 이내이고 리그 전체 30위 이내면 A등급인데, FA 자격을 처음 취득하는 선수에게만 해당된다.

B등급은 팀 내 연봉 10위, 리그 연봉 60위 이내가 기준이며, 앞선 FA 때 A·B등급을 받았던 선수에 해당된다.

C등급은 연봉 기준이 B등급에 미치지 못하거나, 만 35세 이상의 선수, 앞선 FA 때 C등급을 받았던 선수, FA 취득이 3회 이상인 선수 등이 해당된다.

등급에 따라 이적 시 보상 규정이 달라지는데, A등급 선수를 영입할 때 가장 출혈이 크다. 보호선수 20인 외 선수 1명과 전년도 선수 연봉의 200%를 보상하거나, 보상선수 없이 전년도 선수 연봉의 300%를 보상금으로 내야 한다.

외부 영입을 고려하는 구단 입장에서도 선수의 등급이 중요한 기준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해 A등급을 받은 7명은 강백호(KT), 박찬호(KIA), 서진용(SSG), 김태훈(삼성), 조상우·최원준(이상 KIA·외야수), 최원준(두산·투수)이다. 냉정하게 봤을 때 A등급 보상 규정을 무릅쓰고 다른 팀에서 탐낼 만한 선수는 '최대어'로 꼽히는 강백호와 박찬호 둘뿐이다.

NC 다이노스 외야수 최원준. /뉴스1 DB ⓒ News1 황기선 기자

나머지 선수들은 B등급 이하였다면 이적을 예상할 수도 있지만, A등급으로 영입하기엔 다소 애매한 '준척급'이다.

이 중 서진용은 아예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지난해 팔꿈치 뼈조각 제거수술을 받았고 올해 1군 단 2경기만 뛰고 재활에 매진했다. 이 사이 조병현이 마무리투수로 자리 잡는 등 팀 내 입지도 좁아졌기에 FA 신청은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다.

서진용을 뺀 나머지 4명은 FA 신청을 할 가능성은 높은데, 앞서 언급했듯 보상 문제로 인해 타팀 이적은 사실상 쉽지 않다.

올해 연봉은 조상우와 외야수 최원준이 4억 원, 김태훈이 2억 4000만 원, 투수 최원준이 2억 2500만 원이었다. 팀 내 21번째 선수와 최소 5억 원 이상의 보상금까지 지불하면서 영입하기엔 애매한 측면이 있다.

조상우는 지난해 우승팀 KIA가 필승조로 야심 차게 영입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NC 외야수 최원준도 KIA에서의 부진으로 시즌 중 트레이드됐다. NC에선 반등의 여지를 보였지만 앞선 부진을 완전히 씻어낼 정도는 아니었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김태훈. /뉴스1 DB ⓒ News1 공정식 기자

김태훈도 삼성의 필승조 한 축을 맡았지만 시즌 말미와 포스트시즌에선 신예 배찬승과 이호성에게 밀려난 모양새였다. 두산 투수 최원준은 시즌 중반까지 선발 6연패를 기록하다 간신히 승을 챙겼고 후반기부턴 선발 자리를 잃고 불펜으로 옮겼다.

FA 직전 시즌 눈부신 활약을 했다면 얘기가 달랐겠지만, 그렇지 못했기에 전망은 밝지 않은 편이다.

결국 FA 신청을 하더라도 원소속팀 잔류가 가장 유력한 선택지로 보이며, 그렇기 때문에 구단과의 협상에서도 다소 불리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