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LG 김진성 아직도 목마르다…"우승 한 번 더, 통산 홀드왕"
2021년 말 NC 방출, LG 이적 후 두 번 우승
우승 기쁨에도 내년 걱정…"절벽 위에 있는 심경"
-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2021년 말 NC 다이노스에서 방출됐을 때까지만 해도 베테랑 투수 김진성(40)의 야구 인생은 앞날이 캄캄했다.
그러나 LG 트윈스로 이적한 뒤 새로운 전기를 열었다. 그는 네 시즌 동안 정규시즌 296경기 20승11패 6세이브 93홀드 평균자책점 3.17로 활약하며 팀의 두 차례 통합 우승을 견인했다.
큰 무대에서는 더더욱 강했다. LG 소속으로 밟은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6경기 1승 3홀드 평균자책점 0.00으로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도 팀이 앞선 상황마다 나가 한화 이글스의 추격 의지를 번번이 끊었다. 특히 김진성은 지난달 27일 한화 이글스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7-5로 앞선 4회초 2사 만루 위기에 출격해 '거포' 노시환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LG가 시리즈 2연승을 따내며 초반 기세를 올릴 수 있었던 결정적 장면이었다. 스스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이기도 했다.
김진성은 "너무 급하게 나가야 해서 몸도 제대로 풀지 못했다. 그래도 내가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공 하나하나에 혼을 담아 던졌다"며 "낮게 던지려 했던 직구가 높게 날아갔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NC 소속이던 2020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던 김진성은 어느새 우승 반지 3개를 갖게 됐다.
무관의 길을 걷다가 30대 중반 이후 달콤한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데, 그 맛을 볼수록 우승에 대한 열망은 더 강해진다. 김진성은 "네 번째 우승 반지도 더 껴야 한다"며 껄껄 웃었다.
호기롭게 외쳤지만, 40대 선수는 당장 1년 뒤 변함없는 기량을 펼칠 수 있을지 낙관할 수 없다.
성적이 조금만 부진하면 '나이 때문'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도 없다.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서 20년 넘게 살아남았지만 유난히 베테랑에게 더 냉정한 시선은 서럽고 아쉬울 때도 있다.
지난달 31일 대전에서 통합 우승을 차지하고 서울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는 "우승했으니 기쁘기도 하면서도 내년 시즌에는 또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라는 걱정이 생겼다. 베테랑의 고충이라고 해야 할까"라며 "베테랑은 늘 절벽 위에 서 있다. 당장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심하다. (내년에도 잘하기 위해서) 내일부터 뭐를 해야 할지 생각이 많아졌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김진성은 자신의 존재감을 그라운드 안팎에서 보여줬다.
데뷔 후 시즌 최다인 33홀드를 올리며 '1년 선배' 노경은(35홀드·SSG 랜더스)에 이어 홀드 부문 2위를 기록했다. 또한 든든한 버팀목이 돼 후배들의 성장에도 큰 도움을 줬다. 김진성은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데 감독님과 코치님의 지도력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흔들릴 때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베테랑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LG는 김진성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함덕주, 유영찬, 백승현, 박명근, 김영우 등 젊은 선수들이 한 단계 도약했고 그 단단해진 불펜으로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김진성이 네 번째 우승 반지와 함께 갖고 싶은 건 홀드 타이틀이다. 시즌 홀드왕에 대한 욕심은 내려놓았고, 통산 홀드 1위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지난 8월까지 홀드 중간 선두를 유지했으나 9월 이후 홀드 10개를 추가한 노경은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김진성은 "홀드왕 경쟁을 펼칠 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노경은 선배와 경쟁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던 두 달 동안 너무 힘들었다. 신경 안 쓰려해도 괜히 SSG 경기 결과를 확인하게 되더라. 뒤집히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한때 정규시즌 시상식 때 (수상자로서) 정장 한 번 입고 참석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섣부르게 판단하면 안 된다"고 웃었다.
염경엽 LG 감독은 김진성에게 홀드왕에 오를 수 있도록 밀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는 손사래를 쳤다.
김진성은 "시즌 홀드왕 목표는 없다. 어떻게 하다 보니 2위라도 오를 수 있었다"며 "오히려 통산 홀드 1위에 올라가고 싶다. 기록을 쌓다 보니 고지가 멀지 않게 됐다"고 각오를 다졌다.
통산 160홀드로, 이 부문 2위에 자리한 김진성은 1위 안지만(177홀드)을 17개 차로 따라잡았다. 나아가 전인미답의 200홀드 고지도 조금씩 다가서는 중이다.
김진성은 최근 3시즌 연속 20홀드 이상 올렸다. 지금처럼 철저한 몸 관리로 기량을 유지한다면 그 꿈을 이룰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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