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가 있는 팀이 강팀"…최강 쌍둥이 군단 이끈 조련사 [LG 우승]
타율 0.529·8타점 맹활약…한국시리즈 MVP 선정
PS 통산 최다 안타 新…4차전 극적 뒤집기 주역
- 이상철 기자
(대전=뉴스1) 이상철 기자 = "그저 버스를 잘 탄 덕분이다."
베테랑 김현수(37·LG 트윈스)는 좋은 선후배를 만난 덕분에 강팀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나 말은 바로 해야 한다. 김현수가 있는 강팀이었다는 사실을.
김현수의 존재감은 극적인 승부가 펼쳐졌던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더더욱 두드러졌다. 최고의 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주연으로 세 번째 우승 반지를 끼웠다.
정규시즌 우승팀 LG는 3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한화를 4-1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2023년 이후 2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고, 구단 통산 네 번째 한국시리즈 제패다.
29년 만의 긴 기다림 끝에 우승했던 2023년 한국시리즈보다 감흥이 덜했을 수 있지만, LG 선수단은 이번에도 간절한 마음으로 뛰었다.
각자 자기 역할을 다한 모든 선수가 우승의 주역이었다. 그래도 그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은 단연 김현수다.
김현수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529(17타수 9안타) 1홈런 5볼넷 8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매번 잘할 수 없다. 딱 한 번만이라도 잘 치면 된다"고 말했던 김현수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매 경기 안타를 생산하고 출루했다. 그만큼 꾸준하게 좋은 타격감을 펼친 타자는 별로 없었다.
순도 높은 활약이었다. 김현수는 1차전에서 6회말 추가 적시타를 쳐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었고, 2차전에서도 0-4 열세를 뒤집은 2회말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3차전에서도 3회초 코디 폰세를 상대로 솔로포를 터뜨리며 뜨거운 타격감을 뽐냈다. 8회말 불펜의 난조가 없었다면 결승타가 될 수 있었던 한 방이었다.
결승타의 아쉬움은 하루 뒤에 씻어냈다. 사실상 한국시리즈 우승 향방을 결정한 4차전에서 김현수는 안타 3개를 몰아치며 잠잠하던 타선을 깨웠다. 8회말 무득점을 깬 것도, 9회말 2사 2, 3루에서 승부를 뒤집은 것도 모두 김현수의 안타였다.
김현수는 5차전에서도 맹타를 휘둘러 우승 축포를 직접 쐈다.
1회초 1사 2루에서 적시타를 때려 선취점을 뽑은 김현수는 1-1로 맞선 3회초에는 볼넷을 골라내 결승 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LG는 수많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해 불안한 1점 차 우위를 이어갔는데, 결국 김현수가 해결사로 나섰다. 6회초 1사 2루에서 조동욱의 직구를 때려 귀중한 추가점을 안겼다.
8회초 다섯 번째 타석에서도 안타를 때린 김현수는 대주자 최원영과 교체됐고, LG 팬들은 힘찬 박수로 '우승 주연' 김현수를 예우했다.
이런 맹활약 덕에 김현수는 한국시리즈 최우수 선수(MVP)에 뽑혔다. 프로생활 20년 동안 세 번의 통합 우승을 경험한 김현수지만 최우수 선수에 선정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23년 통합 우승을 차지한 뒤 김현수는 "너무 부진했었는데 팀이 우승해서 묻혔다"고 했었는데, 이번 우승 과정은 달랐다. 여전히 타선의 핵으로 활약했고, 큰 무대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여기에 김현수는 다양한 포스트시즌 기록도 작성했다. 총 106경기(2위)에 나가 홍성흔(101개)을 넘어 최다 안타(105개) 기록을 새로 썼다. 여기에 볼넷(51개)과 타점(63개) 부문에서도 1위에 올라 앞으로 한 개씩 늘어날 때마다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김현수의 활약은 단순히 기록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2007년부터 꾸준하게 가을 야구 무대를 누볐던 김현수는 '포스트시즌 기록의 사나이'다. 두산 베어스 시절에는 한 번(2015년)의 우승과 세 번(2007년, 2008년, 2013년)의 준우승을 경험했다.
2015년까지 두산에서 뛰다가 메이저리그(MLB)로 진출했던 김현수는 2017년 말 국내 무대로 돌아오면서 '두산의 잠실 라이벌' LG와 손을 잡았다.
당시 들쭉날쭉한 성적을 냈던 LG는 우승 도전은커녕 포스트시즌에 가는 것조차도 버거운 팀이었다.
그러나 김현수는 후배들에게 자신의 노하우와 경험, 프로의식을 공유하면서 팀의 체질을 개선했다. '착한 잔소리'로 문화를 바꾼 효과는 1년 뒤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LG는 김현수의 복귀 첫 시즌 8위에 그쳤지만, 2019년부터 한 번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지 않았다. 그렇게 김현수가 8년간 뿌린 '우승 DNA' 씨앗은 LG가 강팀으로 발전하는 자양분이 됐다. 그리고 2023년과 올해, 두 번이나 정상을 밟았다.
가을야구 무대에서 또 하나의 족적을 남긴 김현수는 "어린 시절에는 포스트시즌에서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좋은 선배들을 만났다. 지금은 또 좋은 후배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라와 뛴다"며 "난 그저 버스를 잘 탔을 뿐이다. 강팀의 일원이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렇지만 김현수라는 '최고의 운전사'가 있었기 때문에 LG는 강팀이 됐다.
rok195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