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은 안 돼' 한화, 김영웅과 정면승부 회피 통했다[PO5]

1·3회 위기서 김영웅 볼넷 거른 뒤 실점 막아
11-2 대승,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2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플레이오프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한화 채은성이 3회말 2타점 3루타를 치며 삼성 김영웅 앞에서 환호하고 있다. 2025.10.24/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홈런을 맞을 바에 볼넷으로 내보낸다.'

한화 이글스는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끝장 승부에서 '가을 영웅' 김영웅(삼성 라이온즈)과 맞대결을 철저하게 피했다. PO에서 홈런 세 방을 때리는 등 절정의 타격감을 뽐냈던 김영웅은 찬스에서 방망이를 휘두를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필승을 다짐한 한화의 이 전략은 PO 5차전 승패를 가른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한화는 2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PO 최종 5차전에서 삼성을 11-2로 완파했다.

시리즈 전적 3승2패를 거둔 한화는 삼성의 돌풍을 잠재우고 2006년 이후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따냈다.

한화의 대승으로 끝났지만, 적어도 3회초까지는 팽팽한 흐름이 펼쳐졌다. 삼성도 두 차례 결정적 기회가 있었다.

이날 경기의 키플레이어는 삼성 5번 타자 김영웅이었다.

김영웅은 지난 22일 PO 4차전에서 극적인 3점 홈런 두 방으로 팀을 구했다. 1-4로 밀리던 6회 동점 홈런을 터뜨렸고, 이어 7회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려 7-4 역전승을 견인했다.

김영웅의 PO 4경기 타율은 무려 0.643(14타수 9안타)에 달했다. 안타 9개 중 5개(홈런 3개·2루타 2개)가 장타였고, 타점 12개를 쓸어 담았다.

한화 투수가 던진 공이 김영웅의 방망이에 맞으면, 경기 흐름이 확 바뀌었다. 그런 김영웅과 정면으로 상대하는 건 한화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24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플레이오프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한화 선발 폰세가 3회초 2사 1루 상황 삼성 김영웅을 자동 고의사구로 내보낸 뒤 멋쩍은 미소를 짓고 있다. 2025.10.2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투수 4관왕'을 차지한 한화 선발 투수 코디 폰세는 1회초 2사 1, 2루에서 김영웅이 타석에 들어서자 볼만 4개를 던졌다. 김영웅의 한 방을 의식한 듯, 일부러 스트라이크존을 피해 공을 던졌다.

2사 만루가 됐지만, 김영웅과 정면 대결보다 부담은 덜했다. 폰세는 후속 타자 김태훈에게 낙차 큰 체인지업 세 개를 던져 삼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한화는 1회말 2점을 뽑았으나 곧바로 2회초에 실점, 2-1로 쫓겼다.

불안한 리드 속 3회초 2사 2루에서 김영웅이 타석에 섰다. 이번에는 폰세가 공을 던지지도 않았고, 한화 벤치는 고의볼넷을 지시했다.

김영웅에게 장타를 맞아 동점 혹은 역전을 허용하면 흐름이 달라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24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플레이오프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11대2 대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한화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5.10.2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한화는 김영웅 대신 김태훈과 대결을 선택했다. 그리고 폰세가 2사 1, 2루에서 김태훈을 공 한 개로 포수 땅볼로 처리하며 실점을 막았다.

김영웅은 두 차례 득점권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걸어 나갔고, 이는 삼성 입장에서 땅을 칠 수밖에 없었다. PO 1차전에서 폰세를 상대로 홈런을 쳤던 김태훈이 이날 김영웅 뒤에서 침묵했던 것도 뼈아팠다.

한화는 김영웅의 세 번째 타석이 오기 전에 3회말 3점, 5회말 2점을 보태며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