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김서현을 위기 상황에…패착된 김경문 감독 '믿음의 야구'[PO4]
1차전 2실점 후 강판…4차전 김영웅에 동점 홈런 맞고 눈물
'기살리기' 차원이었으나 최악의 결과…최종 5차전 끝장 승부
- 권혁준 기자
(대구=뉴스1) 권혁준 기자 = 다잡은 줄 알았던 한국시리즈(KS) 티켓을 한순간에 허망하게 날렸다. 사령탑은 흔들린 마무리투수의 기를 살려주고 싶었지만 '믿음의 야구'는 패착으로 돌아왔다.
한화는 2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4차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4-7로 패했다. 시리즈 전적 2승2패가 되면서 승부는 24일 최종 5차전에서 결판나게 됐다.
한화로선 못내 아쉬운 승부였다. 초반부터 점수를 뽑았고, 선발투수로 나선 루키 정우주의 호투까지 이어지면서 흐름이 좋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5회초 나온 문현빈의 3점홈런은 사실상 승부를 가르는 한방으로 보였다. 선발 투수가 4회 1사에서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한화는 이날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 등 2명의 외국인투수가 불펜 대기했다.
그런데 구상이 꼬이기 시작했다. 6회말 등판한 황준서가 선두타자 김지찬에게 3루타, 김성윤에게 볼넷을 내줬고, 구자욱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4-1이 됐고 아웃카운트는 한 개도 잡지 못한 채 무사 1,2루가 이어졌다.
여기서 한화는 투수 교체를 선택했는데, 마운드로 향한 이는 다름 아닌 김서현이었다.
김서현은 정규시즌 한화의 마무리투수로 활약했지만, 최근엔 연일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정규시즌 막판이던 1일 SSG 랜더전에서 2점홈런 2방을 맞고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이 패배로 경쟁팀 LG 트윈스의 우승이 확정됐기에 더욱 데미지가 컸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부진은 이어졌다. 김서현은 지난 18일 PO 1차전에서 9회초 3점 차의 리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으나 ⅓이닝 2실점 했다. 이번엔 경기도 끝맺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후 2, 3차전에서 벤치를 지킨 김서현이 이날 위기 상황에서 다시 마운드에 오른 것이었다.
김서현은 르윈 디아즈를 땅볼 처리하며 아웃카운트를 잡았지만, 이어진 1사 1,3루에서 김영웅에게 동점 3점홈런을 맞았다. 이후로도 연거푸 볼넷을 내주는 등 급격히 흔들리며 또 다시 고개를 숙였다.
김경문 감독의 선택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KS까지 생각했을 때 어쨌든 김서현이 제 궤도에 오를 필요가 있었기에 중요한 경기에서 자신감을 찾길 바랐을 터다.
또 전날(21일) 3차전 5-4 리드에서 문동주로 6회부터 9회까지 경기를 마무리한 것에 대한 서운한 마음도 보듬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하지만 투입 시점이 못내 아쉬웠다. 앞선 2경기에서 연거푸 홈런을 맞고 의기소침해진 상황에서, 주자를 두고 경기에 투입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불펜엔 한승혁이 몸을 풀고 있었다. 한승혁은 시즌 내내 이런 상황에 자주 등판했던 한화의 '필승조'였다. 한승혁이 준비가 덜 됐다고 한들, 경험이 적은 황준서를 올린 상황에서 김서현만을 준비했다는 것 또한 비판의 지점이 될 수밖에 없다.
한화는 이 패배로 많은 것을 잃었다. 최종 5차전까지 승부가 이어지면서 상대와 마찬가지로 '벼랑 끝 승부'를 벌이게 됐다. 5차전을 잡는다 해도 에이스 폰세 등 투수력이 크게 소진된 상태에서 정규시즌 LG를 만나야 한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 후 "오늘 경기 결과는 감독이 잘못한 게 맞다"면서도 "김서현의 투입에 대한 건 결과론이라고 본다. 김서현의 공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5차전에서 마무리 상황이 온다면 다시 김서현이 등판할 것"이라고도 했다.
어린 투수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겠다는 의미지만, 시즌 전체가 걸린 순간이라는 점에선 위험한 '도박수'로 보이기까지 한다.
5차전에도 계속될 김경문 감독의 '믿음의 야구'는 성공으로 귀결될 수 있을까.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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