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테러 '끔찍' 실언 논란 '움찔'…SNS에 몸살 앓는 스포츠 스타들

성적 부진 선수에 협박·욕설 빈번…프로야구 본격 대응 나서
양궁 임시현·안산, SNS서 부적절한 표현 도마에 오르기도

ⓒ News1 DB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남긴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일갈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스포츠 콘텐츠 역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을 통한 소비가 확산되면서 스포츠 선수들에게도 SNS와 완전히 떨어진 삶을 사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스포츠 리그, 각 팀 단위로도 SNS 계정이 개설돼 이를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다. 그렇기에 선수들 역시 SNS 등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일상과도 같은 일이 됐다.

하지만 모든 일에 명과 암이 공존하듯이, SNS상에도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특히 익명으로 유통되는 SNS 특성상 그 역기능은 특히나 클 수밖에 없다.

악플을 근절하자는 취지로 포털 사이트의 스포츠 기사 댓글이 사라진 지 5년이 넘었지만, 악플은 사라질 기미가 없다. 오히려 사적 공간인 SNS로 장소를 옮겨 더욱 악랄하고 지독하게 선수들을 괴롭힌다.

경기에서 치명적인 실책이라도 했다면, 그 선수는 당분간은 SNS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 수 있다. 게시물마다 입에 담을 수 없는 악플이 도배된 것은 물론, 개인 비공개 메시지인 DM(Direct Message)도 수없이 많이 쌓여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선수 개인에 대한 비난을 넘어 가족들에게까지 화살이 옮겨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단지 프로 선수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함께 고통받는 현실이다.

선수들은 오랫동안 고통을 호소했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질 않았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즌 내내 SNS를 통해 비난받았다는 선수가 15%에 달했다. 대부분의 피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발생했으며, 선수 본인(49%)은 물론 부모님(31%)이나 배우자 및 여자친구(13%)에게도 피해가 간다는 응답이 나왔다.

(삼성 라이온즈 르윈 디아즈 SNS 캡처)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선수 르윈 디아즈는 지난 8월 "한국에서 받은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내 가족에게 해를 끼치려는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 아내는 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협박을 받았고, 나의 반려견들을 독살하겠다는 위협까지 받았다"고 호소했다.

디아즈의 아내 역시 "세상에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그만 멈춰달라. 경기에서 성적이 안 좋다고 협박과 괴롭힘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디아즈는 올 시즌 50홈런-156타점에 장타율 0.642 등으로 타격 3관왕에 올랐다. 특히 외인으로는 최초로 50홈런 고지를 밟았으며, 2015년 박병호의 146타점을 넘어서 단일 시즌 최다 타점 신기록까지 세웠다. 명실상부 올 시즌 리그 최고의 타자였다.

이런 성적을 낸 선수조차도 고통을 호소할 정도이니, SNS에서의 일상화된 악플 테러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가늠케 한다.

이에 선수협은 최근 칼을 빼 들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선수들의 SNS상 피해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프로야구 OB모임인 일구회도 은퇴 선수와 가족을 향한 악플 테러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으로 10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가 '악플과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그 결과에 따라선 다른 종목까지도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

SNS에서의 실언으로 홍역을 앓은 안산과 임시현. / 뉴스1 DB ⓒ News1 민경석 기자

SNS에서의 악플로 피해를 호소하는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선수 스스로가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오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엔 올림픽 '효자 종목' 양궁에서 이같은 일이 발생했다.

도쿄 올림픽 3관왕 안산은 지난 3월 SNS에 "한국에 매국노 왜 이렇게 많냐"는 글과 함께 일본풍 식당 사진을 올려 비판받았다.

해당 음식점 주인은 "내가 친일파라는 소문이 돌았다"며 피해를 호소했고, 이후 안산은 "순간의 감정으로 경솔한 글을 올렸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파리 올림픽 3관왕 임시현은 5월 자신의 SNS에 '이기야'라는 표현을 써 논란에 휩싸였다.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서 주로 쓰는 단어로, 경상도 출신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용한 것을 두고 일베 회원들이 타인을 비하하거나 희화화할 때 쓰인다.

임시현은 논란이 되자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고, 약 4개월이 지나서야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사과문에서 "언제부터 국어사전에 등록되어 있는 사투리가 일베 용어가 되었나"며 책임 회피성 발언을 했고, "국위선양 하느라 바쁘다"고 적었다가 수정하는 등 진정한 사과가 아니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KIA 타이거즈 박정우.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그런가 하면 남자 양궁 국가대표 장채환은 6월 대선을 전후해 "21대 대선은 부정선거이며 중국에 의해 결과가 조작됐다"는 취지의 게시물로 논란을 자초했다.

장채환은 국가대표 규정상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이후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대한양궁협회는 공정위 개최를 통해 징계 논의에 착수했다.

프로야구 KIA 외야수 박정우는 경기 중 본헤드플레이를 범한 뒤 팬들의 비난을 받자 욕설 등으로 맞대응하는 어리석은 행동으로 비난받기도 했다.

박정우는 이후 2군에 내려갔고 잔여 경기에 한 번도 콜업되지 못했다. 그는 사과문을 통해 "팬들께 실망과 불쾌감을 드리고, 구단 이미지를 실추시킨 점을 사과한다"고 밝혔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