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하게 잘 달린 LG, 막판 삐끗했지만…하늘이 도와준 우승

자력 우승 기회 놓쳤지만, 한화 패배로 매직넘버 지워
8월 외인 교체 후 반등…강력한 선발진 앞세워 통합 우승 도전

2년 만에 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LG 트윈스 선수들이 1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LG는 구단 사상 4번째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2025.10.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2년 만에 정규시즌 정상을 탈환하고,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LG는 자력 우승 기회를 놓쳤지만, SSG 랜더스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달콤한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LG는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 경기에서 NC 다이노스에 3-7로 졌다.

85승3무56패로 144경기 레이스를 마친 LG는 막판 3연패를 당하며 자력으로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 1을 지우지 못했다.

그러나 하늘은 LG의 편이었고, 쌍둥이 군단에 기적이 일어났다.

2위 한화 이글스가 이날 SSG와 인천 경기에서 3점 차로 앞서던 9회말 2사 후 투런포 두 방을 맞고 5-6으로 역전패했다. 한 경기를 남겨둔 한화는 83승3무57패로 LG와 1.5게임 차를 좁히지 못했다.

한화가 3일 KT 위즈와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승리해도 LG를 추월할 수 없다.

이로써 LG는 1990년과 1994년, 2023년에 이어 통산 네 번째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더불어 통합 우승을 일궜던 2023년 이후 2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게 됐다.

2년 만에 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이 1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소감을 밝힌 후 샴페인 세례를 받고 있다. ⓒ News1 황기선 기자

2022년 말 LG와 3년 계약을 맺고 현장으로 돌아온 염경엽 감독은 계약기간 내 두 차례 정규시즌 우승을 이끄는 등 빼어난 성적을 냈다. 유일하게 정규시즌 우승을 못한 지난해 성적도 3위였다.

LG가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지표를 통해 잘 드러난다. 팀 타율은 0.278로 1위이며, 팀 평균자책점도 3.79(3위)로 한화(3.54)와 SSG 랜더스(3.59)에 이어 낮았다.

무엇보다 선발진이 강력하다. 요니 치리노스(13승)와 임찬규, 손주영, 송승기(이상 11승)는 모두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LG가 선발 10승 투수 4명을 배출한 것은 1994년 이후 31년 만이자 두 번째 기록이다.

8월에 합류한 앤더스 톨허스트도 8경기에서 6승을 수확하는 등 선발진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었다.

올 시즌 LG는 개막 후 선두권을 유지했다. 3위에 자리한 것도 딱 하루였고, 4위 아래로는 떨어진 적이 없을 정도로 꾸준한 성적을 냈다.

개막 전 '3강'으로 분류된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가 주춤했던 것과 다르게 LG는 출발 총성이 울리자마자 맨 앞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LG는 구단 개막 최다 7연승을 신기록을 세우더니 초반 12경기에서 무려 11승을 쓸어 담았다. 선발진이 탄탄했고, 타선도 화끈하게 폭발했다.

거침없던 LG는 개막 한 달 뒤 위기가 찾아왔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마운드가 삐거덕거렸고, 5연패 늪에 빠졌다. 한화와 롯데 자이언츠가 바짝 따라붙으면서 LG의 독주 체제도 깨졌다.

LG 트윈스 투수 임찬규. 2025.3.26/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LG는 6월 들어 마운드가 크게 흔들리면서 힘에 부쳤다. '외인 원투 펀치' 치리노스와 에르난데스는 모두 5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등 부진했다. 불펜도 유영찬, 함덕주, 이정용 등이 돌아왔으나 6월 평균자책점이 5.31에 그치는 등 난조를 보였다. 불안감을 드러낸 LG의 6월 성적은 9승1무12패에 그쳤다.

결국 LG는 한화에 선두를 내주고 2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후반기 초반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화는 10연승을 질주했고, LG와 거리는 5.5게임 차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LG는 후반기 들어 점차 경기력이 살아나며 승수를 쌓아갔다. 한화의 등이 보이더니 추월에 성공했다.

LG는 8월7일부터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뺏기지 않았는데, 8월8~10일 펼쳐진 한화와 잠실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거둔 게 결정적이었다.

8월22일 LG는 한화를 5.5경기 차까지 따돌렸는데, 한 달 전 한화에 5.5경기 차로 뒤졌던 때를 떠올리면 대단한 반등이었다.

LG는 후반기 시작 후 8월22일까지 29경기에서 23승1무5패(승률 0.821)로 패배를 모르는 팀이었다. LG가 이 기간 승패 차 +18을 기록했지만, 한화는 13승1무15패(승률 0.464)로 승리보다 패배가 더 많았다.

LG 트윈스 외국인 선수 앤더스 톨허스트(왼쪽)와 오스틴 딘. 2025.9.2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8월 중 단행한 외국인 투수 교체 승부수도 완벽한 성공이었다. LG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에르난데스를 내보내고 우승 청부사로 톨허스트를 영입했다. 톨허스트의 가세로 선발진은 더더욱 견고해졌고, LG는 8월에만 구단 월간 최단 18승을 올리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LG는 시즌 막판 불펜이 흔들리면서 마지막 시련이 찾아왔다. 12경기를 남겨두고 한화에 2.5경기 차로 쫓겨 우승 전망도 불확실했다. 그러나 LG는 9월10일 두산전부터 18일 KT전까지 4연승을 질주하며 한숨을 돌렸다.

LG는 9월27일 대전에서 한화를 9-2로 꺾고, 정규시즌 우승의 9부 능선을 넘었다. 남은 3경기에서 1승만 추가하면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 1을 줄일 수 있었고, 누구도 LG의 자력 우승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LG는 시즌 마지막에 최대의 시련을 맞았다. 9월29일 한화에 3-7로 패하더니 하루 뒤 두산에 0-6으로 완패했다. 게다가 정규시즌 최종전에서는 가을야구를 꿈꾸는 NC의 8연승 제물이 됐다.

한화가 잔여 경기에서 다 이길 경우 동률을 기록, 1위 결정전을 치러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몰릴 수 있었다.

2년 만에 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LG 트윈스 선수들이 1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LG는 구단 사상 4번째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2025.10.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한화가 SSG에 5-2로 앞서갈 때만 해도 LG의 정규시즌 우승 전망은 흐렸지만, SSG의 홈런 두 방이 LG와 한화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LG는 2년 전 버스 안에서 경쟁팀의 패배로 정규시즌 우승 축포를 쐈는데, 이번에는 천운으로 정규시즌 우승의 마지막 퍼즐을 채웠다.

한국시리즈 무대에 직행한 LG는 구단 통산 네 번째 통합 우승을 향해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간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