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 마무리' SSG 조병현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아…내 공 믿어"

풀타임 마무리 첫해 맹활약…"맞아도 내 공 던져야 후회없어"
"2022년 팀 우승 땐 군 복무 중…이번엔 PS 함께 하고파"

SSG 랜더스 조병현. ⓒ News1

(인천=뉴스1) 권혁준 기자 = 프로 입단할 때만 해도 마무리투수로 뛸 것이란 생각을 못했지만, '풀타임 마무리' 첫해부터 리그에서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쳐 보였다. '불펜 왕국' SSG 랜더스의 핵심 조병현(23)은 스스로도 "마무리투수 체질이 아닌가 싶다"며 웃었다.

조병현은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28순위로 SK 와이번스(SSG 전신)의 지명을 받았다. 입단 첫 해 1군에서 3경기 6⅔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친 그는 이듬해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해 병역 의무를 소화했고 2023년 11월에 전역했다.

그는 전역 첫 시즌인 지난해 시작부터 끝까지 팀의 불펜을 책임졌다. '필승조'로 시작했던 그는 시즌 막바지엔 마무리투수로 보직 변경하며 12세이브와 12홀드를 챙겼다. 자신의 이름을 확실하게 알린 시즌이었다.

그리고 이숭용 SSG 감독은 올 시즌 마무리로 일찌감치 조병현을 낙점했다. 지난해 보여준 활약을 믿고 과감하게 어린 선수에게 중책을 맡겼다.

조병현은 "감독님께서 믿고 맡겨주시면서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작년 9월을 좋은 성적으로 끝낸 것도 좋은 흐름이었고, 올해 더 잘해보자는 욕심도 생겼다"고 돌아봤다.

조병현의 풀타임 마무리 첫 시즌은 말 그대로 '대성공'이었다. 25일 현재까지 조병현의 세이브는 28개로 리그 5위에 그치고 있지만, 세이브는 팀 사정에 따라 각기 다르기 때문에 그 숫자로 잘하고 못했다를 평가할 수 없다.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조병현이 리그 최고 마무리라는 데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그는 올 시즌 66경기에서 64⅓이닝을 던져 12자책점을 허용, 평균자책점이 1.68에 불과하다. 리그에서 두 자릿수 세이브를 올린 11명의 투수 중 유일한 1점대 평균자책점이다.

이닝 당 출루 허용률(WHIP)도 0.89로 1이 되지 않는 유일한 마무리투수이며, 피안타율 역시 0.178에 불과하다. 올 시즌 적지 않은 투수들이 중간중간 마무리투수의 부침에 고전했지만, SSG만큼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SSG 랜더스 조병현. /뉴스1 DB ⓒ News1 박세연 기자

조병현은 "어려울 때도 없지 않았지만, 포수로 호흡을 맞추는 (이)지영 선배님과 (조)형우가 많이 도와줬고, 내 앞에 던지는 불펜투수 형, 동생들이 정말 잘해주신 덕"이라면서 "감독·코치님께서 워낙 관리를 잘해주신 영향도 큰 것 같다"고 팀 동료와 코칭 스태프에게 공을 돌렸다.

하지만 주변 환경이 잘 받쳐줘도 개인의 역량이 없다면 '리그 최고'의 성적을 찍는 건 불가능하다.

조병현 스스로 말하는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은 '배짱'이다.

그는 "마운드에서 어떤 상황이 와도, 어떤 타자와 맞붙어도 기에 눌리지 않는다"면서 "물론 어려운 타자들이 많지만, 어렵다고 생각하면 이미 지고 들어가는 것이다.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야 실제로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앞에 주자가 깔린 상황에서 올라가면 오히려 더 재미있다"면서 "이 상황을 지켜내면 팀 분위기가 올라가고, 팬들의 함성도 더 커진다"고 덧붙였다.

물론 모든 경기가 성공적일 수는 없다. 올 시즌 최고의 성적을 찍은 조병현도 4패와 '2블론'이 있다.

조병현은 "당연히 얻어맞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기는 최대한 빨리 잊는 것 또한 내 장점"이라면서 "그런 점을 보면 마무리투수, 불펜 투수가 잘 맞는 것 같기도 하다"며 웃어 보였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나서 '방향성'을 다시 설정한 것도 조병현의 '스텝업'에 큰 도움이 됐다. 바로 어떤 상황이든 "내 공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SSG 랜더스 조병현. /뉴스1 DB ⓒ News1 박정호 기자

조병현은 "작년에는 경기력에 기복이 있었는데, 올해는 마음을 다잡았다"면서 "후회 없는 경기를 하기 위해 어떻게든 내 공을 던지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는 "볼넷을 줄 수도 있고, 안타·홈런을 맞을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걱정보다는 내 공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던지면 자신감도 생기고, 그렇게 될 때 결과도 더 좋게 나타난다"고 했다.

조병현이 입단할 때만 해도 팀도, 본인도 선발투수를 생각했지만 당분간은 불펜투수로 길이 잡힌 듯하다.

조병현은 "감독님께서도 쭉 불펜투수 하라고 말씀하신다"면서 "언젠가 시켜주신다면 선발도 해보고 싶지만, 당분간은 팀에서 맡겨준 대로 내 역할에 책임감을 가지겠다"고 했다.

이미 원대한 꿈도 가지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 마무리투수 하면 오승환 선배님이 떠오른다"면서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선배님을 뛰어넘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일단 당장의 목표는 '가을야구'다. 2022년 SSG의 통합 우승을 군대에서 지켜봤던 그는, 올 시즌 포스트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조병현은 "우승할 때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고, 우승에 대한 꿈이 커졌다"면서 "올 시즌도 어디에서 시작하든 가장 높은 곳에서 마무리하고 싶다. 재미있고 설렐 것 같다"고 강조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