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국야구 위했다"는 이종범의 황당한 변명
시즌 중 예능 프로 제안에 퇴단 요구…극히 드문 사례
방송사 공격 투자 공공연한 사실…'레전드' 명성 스스로 깎아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한국 야구의 '레전드' 이종범(55)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시즌 중 코치직을 내던지고 야구 예능 '최강야구'의 감독으로 취임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실행에 옮긴 것이 발단이다.
쏟아지는 비판 공세에 내놓은 답변은 더더욱 황당하다. 이종범은 "내 행보가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 존재가 오히려 후배 코치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있었다"면서 "'최강야구'를 살리는 것은 한국 야구의 붐을 더욱 크게 할 수 있다고 본다. 예능이지만 프로야구와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종범이 '최강야구'의 사령탑에 앉는 것이 한국 야구의 발전과 어떠한 연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설령 최강야구가 한국 야구의 발전에 이바지한다 해도 사령탑에 앉는 인물이 꼭 본인이어야만 하는 것일까.
최강야구를 제작하는 JTBC 입장은 명확하다. 기존의 제작진과 충돌을 빚으면서 '불꽃 야구'가 론칭됐고, 연출진과 출연진을 새롭게 꾸려야 하는 JTBC로선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었다. '상도덕을 어긴다'는 비판을 무릅쓰더라도 '이름값' 있는 인물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하게 된 배경이다.
누구라도 '달콤한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사람은 없다. 이종범 역시 마찬가지였을 터다.
문제는 이종범이 몸담은 KT는 한창 시즌을 치르고 있었고, 전반기를 채 마치기도 전이었다는 것이다. 한때 프로야구에서 다른 팀의 코치를 감독 등으로 선임해 논란이 될 때도 있었지만, 이는 시즌 말미인 포스트시즌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마평에 오른 인물이 팀을 떠난 시점도 모든 경기 일정을 마친 후였다.
반면 이종범은 팀이 시즌을 한창 치르고 있을 때 소속팀과 선수들에게 등을 돌렸다. 책임감과 프로의식 모두 저버린 행동이다.
시즌 전 이종범의 코치 영입을 제안했던 이강철 감독 역시 입장이 난처할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고등학교 직속 후배인 데다 해태 타이거즈 시절 선수 생활을 함께했던 이종범에게 손을 내밀었다. 경험 많은 이종범이 팀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외야·주루 코치로 영입됐던 이종범은 지난 5월엔 더그아웃으로 들어가 타격 코치 역할을 겸하기도 했다. 팀 타선의 부진과 맞물리기도 했으나 이종범 스스로가 타격 지도를 원했다.
이 감독은 내친김에 이종범의 권한을 점차 확대하는 방향을 구상 중이었는데, 그는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팀을 떠났다. 이후 공식 석상에선 "본인 의사를 존중해 흔쾌히 보내줬다. 야구 예능도 인기를 살리는 방법이라고 본다"고 말했지만, 속내는 편치 않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항에서 "한국 야구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항변은 누구도 납득하기 어렵다. 당장 자신이 몸담았던 팀을 저버리고 나오면서 마치 대의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듯한 발언인데, 실상은 '비겁한 변명'으로 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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