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1라운더 황준서, 캠프 제외 국내 잔류…"2보 전진 위한 1보 후퇴"

체계적으로 몸만들기 위해 잔류…2차 캠프 합류 저울질
김경문 "전반기 선발 공백 생길 시 투입 가능, 잘 준비하길"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4회 말 한화 황준서가 6대4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역투하고 있다. 2024.4.1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왼손 투수 황준서(20)가 2025년 스프링캠프 명단에 들지 못했다. 일단 국내에서 몸만들기에 집중한 뒤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2차 캠프 합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한화는 22일 오전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61명 규모의 선수단이 1차 캠프지인 호주 멜버른으로 출국했다. 호주에서 훈련 위주의 스케줄을 소화하는 한화는 2월 20일 2차 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건너가 7차례 연습 경기를 치르며 실점 감각을 조율하고 3월 4일 귀국한다.

한화는 캠프 출발 하루 전날인 21일 1차 캠프 참가 명단을 발표했다. 류현진, 채은성, 노시환 등 1군 주축 멤버에 정우주, 권민규 등 신인도 6명이나 포함됐다. 프리에이전트(FA)로 합류한 심우준과 엄상백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선수만 45명인 대규모 인원인데, 당연히 포함됐을 것으로 예상했던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바로 황준서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황준서는 구단이 애지중지 키우는 유망주다. 데뷔 첫해였던 지난 시즌 1군에서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36경기에 등판했고 2승 8패, 1홀드, 평균자책점 5.38을 기록했다.

값진 경험을 쌓았지만 한계점도 명확했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스태미나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성적도 갈수록 하향곡선을 그렸다.

체력 보강의 필요성을 느낀 황준서는 겨우내 몸만들기에 열중했다. 특히 류현진이 주도한 일본 오키나와 미니캠프에 합류해 체중 증가에 초점을 맞춰 '증량 프로젝트' 훈련을 진행했다.

류현진은 "작년에 황준서를 봤을 때 살이 찌지 않는 체형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프로 선수라면 1년을 버틸 힘이 있어야 하는데, 시즌 치르면서 떨어지는 게 보여 도움을 주고 싶었다. 확실히 잘 찌는 스타일은 아니다. 더 체계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황준서는 1차 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몸 상태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한 시즌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몸을 만들기 위해 잔류했다는 설명이다.

4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 1회말 한화 선발투수 황준서가 공을 던지고 있다. 2024.6.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22일 출국에 앞서 만난 김경문 감독은 "황준서는 앞으로 한화의 좋은 선발이 되어야 할 선수다. 지금은 본인에게 아픔의 시간이 될 수 있지만, 자신을 개발하고 몸을 만드는 시간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발진이 탄탄해진 것도 황준서가 성장할 시간을 벌어줬다. 엄상백의 합류로 라이언 와이스-코디 폰세-류현진-엄상백-문동주로 이어지는 막강한 로테이션이 구축됐다.

김 감독은 "선발진에 부상자가 생겼을 때 황준서가 투입될 수 있다. 그런 상황을 생각하면서 훌훌 털고 마음을 강하게 먹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황준서처럼 올해 1라운더 신인 정우주에게도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부여할 계획이다.

김 감독은 "정우주가 좋은 선수인 건 맞지만, 너무 기대면 안 된다. 준서도 그렇고 고졸 선수에게 기대가 크면 (본인들에게) 부담이 된다. 편안한 상황에 내보내 어떻게 싸우는지 보고 싶다"고 말했다.

superpow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