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무게' 체감하는 박병호…"느려진 몸의 반응, 운동 방식에 변화"

지난해 KS서 극심한 부진…"미안함 접어두고 장타율 회복 중점"
마지막 목표는 우승…"은퇴 전엔 꼭 한 번 해보고 싶어"

KT 위즈 박병호. ⓒ News1

(부산=뉴스1) 권혁준 기자 = 어느덧 만 38세의 '노장'이 된 박병호(KT 위즈). 이제는 스스로도 흐르는 '세월의 무게'를 체감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19일 KT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인 부산 기장 현대차볼파크에서 만난 박병호는 "예전보다는 몸의 반응 속도가 느려진 것 같고 작년에도 그런 부분이 문제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박병호는 2022년 만 36세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홈런왕'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엔 홈런 수가 35개에서 18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0.559에 달했던 장타율도 0.443까지 떨어졌다. 타율이 0.275에서 0.283로 소폭 상승했지만 '홈런 타자' 박병호에겐 그리 의미 있는 숫자는 아니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의 부진이 뼈아팠다. 박병호는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10경기를 치르며 단 한 개의 홈런을 치는 데 그쳤고 0.157(38타수 6안타)에 장타는 두 개뿐이었다. '4번타자'의 침묵 속에 KT는 아쉬운 준우승을 기록했다.

시즌이 끝나고 스스로에 대한 자책도 많이 했던 그지만, 일단 지나간 시즌의 일은 잊겠다고 했다.

박병호는 "팀에게 미안했던 것은 작년으로 끝내기로 했다"면서 "평소보다 좀 더 빠르게 타격 훈련을 시작해서 준비해 왔다"고 했다.

KT 위즈 박병호가 부산 기장 현대차볼파크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 캠프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KT 제공)

반등을 위해 타격폼 등 기술적으로 변화를 주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유지해 왔던 것을 갑자기 바꾸면 오히려 악영향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병호는 "(기술적으로) 바꾸고 싶어도 말처럼 쉽지는 않다"면서 "트레이닝 파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운동 방식 등에서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어쨌든 나이를 먹는 건 사실이니까"라며 "20대 젊은 선수들과 경쟁하고, 이겨내야 하기 때문에 몸 관리를 최선으로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어느덧 프로 20년차가 된 박병호는 역대 최다인 6번의 홈런왕과 2번의 최우수선수(MVP), 메이저리그 진출 등 선수로선 거의 모든 것을 이뤘다.

유일한 아쉬움은 역시나 우승이다. LG에서 데뷔해 키움(넥센)을 거쳐 KT로 오면서까지, 아직 한 번도 우승의 기쁨을 맛보지 못했다.

박병호 역시 '우승'을 마지막 목표로 삼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시리즈를 몇 차례 경험해봤지만 준우승에 머문 것이 아쉽다"면서 "은퇴를 언제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전에는 꼭 한번 해보고 싶은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KT 위즈 박병호(오른쪽)와 멜 로하스 주니어. (KT 제공)

올 시즌 KT의 전력은 '우승 후보'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지난해 준우승을 차지한 전력에서 5선발 배제성과 마무리 김재윤이 빠졌지만, MVP 출신 외인 멜 로하스 주니어가 가세하고 강백호도 건강하게 시즌을 준비한다. 시즌 중반엔 팔꿈치 수술 후 재활 중인 투수 소형준, 군 복무를 마친 유격수 심우준도 돌아온다.

박병호는 "KT에서 좋은 선수들을 참 많이 만났지만, 완전체로 풀 시즌을 소화한 적은 없었다"면서 "특히 중심타선에서 로하스나 강백호, 그리고 나까지 부상 없이 제 역할을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매년 그랬듯 '홈런왕' 같은 큰 목표를 잡지는 않는다. 지난해 떨어졌던 장타율을 2022년만큼 끌어올리면 좋은 시즌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