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최고의 투수' LG 임찬규 "낭만 야구·행복 야구가 내 스타일" [인터뷰]
롱릴리프서 토종 에이스로…5월 4승-ERA 1.13
"등판 경기마다 팀 승리, 가장 뿌듯한 기록"
-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LG 트윈스 임찬규는 KBO리그 5월 최고의 투수다. 이달 4경기에 나가 모두 승리를 거두면서 평균자책점 1.13(24이닝 3실점)의 짠물 투구를 펼쳤다. 5월 평균자책점과 승리, 승률 모두 리그 1위다. 그는 5월에만 9개의 홈런을 터뜨린 동료 박동원과 함께 월간 최우수선수(MVP)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LG도 임찬규와 박동원의 투타 활약을 앞세워 KBO리그 단독 선두에 올라 있다. 염경엽 LG 감독은 5월 MVP를 한 명만 뽑아 달라는 질문에 "결국 타자보다는 투수다. 타자가 아무리 좋아도 투수가 무너지면 타자도 힘이 빠진다"며 에둘러 임찬규의 손을 들어줬다.
이 이야기에 임찬규는 손사래를 치면서 박동원에게 한 표를 행사했다. 그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한 달이었다.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렇지만 5월 MVP를 선택해야 한다면 (박)동원이형이다. (팀은 물론) 나도 동원이형 덕분에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래도 자신이 등판할 때마다 팀이 승리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임찬규는 "가장 뿌듯한 기록이다. 팀과 동료들이 내게 좋은 에너지를 심어줬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기복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 의미가 크다. 내가 컨디션이 좋든 안 좋든 꾸준하게 팀이 이기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임찬규는 2018년(11승)과 2020년(10승)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는 등 LG 마운드의 한 축을 지탱했다. 그러나 기복 있는 투구로 어려움을 겪었고, 지난해에는 6승11패 평균자책점 5.04에 그쳐 프리에이전트(FA) 신청도 포기했다.
그랬던 임찬규가 반년 사이에 리그를 호령하는 에이스가 됐다. 짧은 시간 그를 바꿔놓은 것은 먼저 피칭 디자인이다.
어떤 공을 어떻게 던질지 미리 정하는 피칭 디자인을 바꿨고 자연스럽게 투구 패턴에도 변화가 생겼다. 여기에 커브를 추가해 직구, 체인지업 등의 위력까지 더해졌다.
임찬규는 "기술적으로 달라진 건 없다"며 "염 감독님께서 부임하신 뒤 피칭 디자인을 수정하자고 말씀하셨다. 이렇게만 하면 꾸준하게 5~6이닝을 던지면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야구가 아니어서 의문이 든 적도 있지만 앞서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감독님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방식으로 1~2경기를 해보니 신기하게 통했다. 그래서 의문은 사라지고 확신을 갖게 됐고 자신감도 얻었다"면서 "감독님께선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을 최대한 펼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주셨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임찬규는 멘털도 강해졌다. 비시즌 동안 책을 읽으면서 멘털 관련 공부를 했던 것도 도움이 됐다. 그는 주변의 기대가 오히려 동기부여가 된다면서 마음 편하게 즐기고 있다고 했다.
임찬규는 "그동안 공을 세게 던지려고만 했고 그걸 반복해왔다. 내가 137~138㎞ 공을 던지면 불안한 적도 있었다. (잘 안 될 때는) 벤치를 쳐다보며 눈치를 본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구속에 신경 쓰지 않고 타자를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다들 나를 믿어주는 데 내가 나를 안 믿을 이유가 없다. 그런 믿음을 받는 것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오히려 편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절치부심, 명예회복 등을 다짐하며 준비했더니 역효과가 났다. 스스로를 옥죄는 기분이 들었다. 나와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2021년 후반기 때처럼 밝은 분위기를 만들며 공을 던지려 한다. 그런 낭만 야구, 행복 야구가 내 스타일이다. 그래서 현재 마운드 위에서 내 모습이 되게 밝아졌다. 내가 추구하는 것들이 고스란히 잘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규정 이닝까지 2⅓이닝이 모자라지만 임찬규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1.97로 웬만한 리그 투수들보다 뛰어난 편이다. 규정이닝 기준으로 1점대 평균자책점은 에릭 페디(1.47·NC 다이노스)와 안우진(1.87·키움 히어로즈) 2명뿐이다.
투수들에게 평균자책점은 자존심이기도 하지만 임찬규는 그 욕심을 내려놓았다. 그는 "내가 1점대 평균자책점을 세우겠다고 마음먹었던 건 아니다. 좋은 결과가 쌓이면서 지금의 기록이 나온 것이다. 내가 그 기록을 의식하고 욕심을 낸다면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개인 기록이 아니라) 팀 승리에 보탬이 되기 위해 집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롱릴리프로 시즌을 시작한 임찬규는 지난달 이민호의 부상으로 임시 선발을 맡았다. 그는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위상도 달라졌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인 김윤식이 기복 있는 투구를 펼치면서 임찬규가 3선발로 격상됐다.
임찬규는 "난 흰색 도화지다. 감독님께서 맡겨주시는 대로 내가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처음에는 감독님의 구상대로 롱릴리프가 내 자리였지만, 이제 감독님께서 3선발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선수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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