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오디세이] 서른일곱 무승 투수 김대우의 소망 "내 1승보다 롯데 우승"
-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1984년생인 김대우(37·롯데)는 '무승 투수'다. 적잖은 나이나 그간의 우여곡절을 떠올리면 첫승이 간절할 선수다. 하지만 그가 가장 바라는 건 1승도, 억대 연봉도 아닌 롯데의 우승이다.
김대우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2003년 신인 2차 1라운드 1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았으나 고려대에 진학했다. 해외 진출을 추진했지만 어떤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하지도 못했다. 대만까지 건너갔던 그는 뒤늦게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10대 시절엔 초특급 유망주였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투수에서 타자, 다시 타자에서 투수로 포지션을 바꿀 정도로 굴곡이 많았다. 투수 데뷔전부터 한 경기 5타자 연속 볼넷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만 남겼을 뿐, 이렇다 할 발자취를 남기지 못했다.
'별 볼 일 없던' 김대우는 지난해 비로소 작은 빛을 봤다. KBO리그 46경기에 등판해 49⅓이닝을 소화하며 1패 평균자책점 3.10을 기록했다. 여름에 한 달간 이탈했지만 전체적으로 롯데 불펜의 한 축을 맡으며 힘을 보탰다.
김대우는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이 나이에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고 웃은 뒤 "그렇지만 개인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팀에 도움을 줬다는 것에 만족한다"며 쑥스러워했다.
2020년 5월 17일 대전 한화전에서 그는 역대 7번째 끝내기 보크로 허무한 패배를 자초했다. 경기 직후 비난이 쏟아졌다. 혹자는 김대우의 1군 마지막 경기였으면 좋겠다고 악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대우는 이후 좋은 의미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6월 이후 평균자책점은 1.93에 불과했다. 서른 후반에 이른 투수가 갑자기 구속이 빨라지거나 제구가 좋아질 수는 없다. 생각의 차이가 퍼포먼스의 차이를 만들었다.
김대우는 "기술적인 차이는 특별히 없다. 마음가짐을 바꿨다. 작년 시즌 초반엔 너무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부담감은 긴장감으로 이어졌고 내 공을 던지지 못했다"고 돌아본 뒤 "끝내기 보크 패배가 계기가 됐다. 더는 망가질 것도 없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던졌더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겨낼 수 있도록 믿고 끝까지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다 좋았던 2020년 시즌이었으나 딱 하나가 아쉬웠다. 김대우는 시즌 마지막 등판 경기(10월 28일 사직 NC전)에서 이중도루를 허용해 1실점을 했다. 2점대(2.98)였던 평균자책점은 3점대(3.10)가 됐다.
김대우는 "첫 승리, 첫 홀드는 다음 시즌에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2점대 평균자책점만큼 꼭 기록하고 싶었다. 마지막 경기의 실점으로 이루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평균자책점을 낮추는 건 너무 어려운 것 같다"며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어느 해보다 따뜻한 연말을 보냈다. 더는 방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 롯데는 김대우를 재계약 대상자로 분류했다. 김대우의 '대우'도 좋아졌다. 29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72.4%가 인상됐다.
김대우는 "올 겨울에는 '야구를 못해서 방출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았다. 한 시즌을 잘했더니 (오프시즌이) 편해졌다"고 흡족해했다.
그러나 영원히 공을 던질 수는 없다. 김대우는 "나도 이제 나이가 적지 않다. 늘 이번이 마지막 시즌이라는 각오로 임한다. 자칫 풀어질 내 마음을 붙잡는 줄이다. 올해 못하면 나도 떠날 수 있다. 작년에 했던 만큼만 하면 된다"고 각오를 다졌다.
냉정하게 볼 때, 앞으로 야구할 날리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아직도 데뷔 첫 승을 올리지 못했다. 첫 홀드, 첫 세이브도 없다. 4번의 패전만 경험했다. 기회가 없지 않았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은퇴 전에 1승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 않을까. 김대우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운이 따라준다면 언젠가 승리투수가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렇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개인 기록에 대한 욕심도 크게 없다. 이제 와서 100승이나 200홀드를 올릴 것도 아니지 않은가. 0승이나 1승이나 차이는 없다"고 힘줘 말했다.
김대우의 소망은 개인 1승이 아닌 팀 우승이다. 롯데 팬들의한을 풀어주고 싶다는 게 이유다. 롯데는 1992년을 끝으로 한 번도 정상에 등극하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진출도 1999년이 마지막이었다.
김대우는 "팀 승리가 가장 중요하다. 내 위치에서 내 역할만 잘하면 된다. 내가 승리, 홀드, 세이브 같은 기록을 세우는 것보다 내 투구로 팀 승리에 이바지하는 게 훨씬 기분이 좋다"며 "우승은 롯데 선수단 전원의 목표다. 하나로 똘똘 뭉쳐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고 싶다. 나의 가장 큰 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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