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은 힘들다는데…KBO, 144경기 강행 이유는?

중계권료 등 복잡한 사안 얽혀 있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시 축소 불가피

21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연습경기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가 관중 없이 열리고 있다. KBO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정규시즌 개막일을 5월5일로 확정했다. 2020.4.21/뉴스1 ⓒ News1 한산 기자

(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현장에서는 힘들다는 목소리가 거듭 들려온다. 그러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44경기를 강행하기로 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KBO는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캠코양재타워에서 2020년 KBO 제4차 이사회를 개최하고 2020 KBO 정규시즌 개막일을 5월5일로 확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개막 초반에는 무관중 경기로 운영한다.

기본적으로 144경기 체제도 유지하기로 했다. 5월5일에 개막해 144경기를 모두 소화하더라도 11월28일에는 한국시리즈 7차전을 마칠 수 있다는 것이 KBO의 계산이다. 준플레이오프 축소(3선승제→2선승제), 정규시즌 더블헤더 및 월요일 경기 개최 등 고육책을 통한 강행이다.

현장에서는 즉각 불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연습경기를 앞두고 "현장 감독들은 항상 정규시즌 144경기가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금 이 시점에서 144경기를 다 치른다면 더블헤더와 월요일 경기를 해야하는데 사실 힘들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144경기는 선수층 등을 감안하면 버거운 일정인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정이 빠듯해진 올 시즌은 더더욱 부담이 크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김태형 감독은 "비가 내리면 오후 8~9시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감독 입장에서 다음 경기를 생각해 포기하는 경기가 많아질 수도 있다" 등의 현실적인 우려도 표명했다.

KBO 이사회도 이같은 현장의 목소리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144경기를 모두 소화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방송 중계권료, 선수 연봉, 마케팅 사업 등 경기 수가 줄면 손봐야 할 계약이 많기 때문. 시즌을 축소하면 KBO는 물론 구단 선수까지 재정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KBO가 '일단' 144경기 체제를 고수하고 있지만, 상황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선수단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시즌 축소를 피할 수 없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확진자가 나올 경우 3주간 리그를 중단할 계획"이라며 "3주 중단이면 팀당 18경기를 못하게 되는데, 이 때는 경기 수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18경기가 줄 경우 팀 간 16차전이던 시즌을 14차전으로 축소해 치러야 한다. 이 경우 팀 당 경기 수는 144경기에서 126경기로 줄어든다. 12차전으로 시즌이 진행되면 팀 당 108경기 체제다.

상황에 따라 계약 주체들과 협의가 필요하다. KBO와 방송사, KBO와 구단, 구단과 선수, 그리고 선수협까지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여러가지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결국 144경기를 온전히 치러내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doctor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