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재주꾼’ 이동걸,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 표권향 기자
(부산=뉴스1스포츠) 표권향 기자 = 한화의 오른손 투수 이동걸이 개인 첫 승리를 놓쳤다. 하지만 ‘거인 군단’을 상대로 펼친 호투는 ‘100점 만점에 100점’이었다.
이동걸은 11일 부산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6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총 투구수는 73개.
2007년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7라운드 전체 52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이동걸은 올해 한화로 둥지를 옮겼다. 1군에서 기회를 잡지 못해 올 시즌 퓨처스리그 19경기에 나가 10승 무패와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했다. 1군에서는 7경기에 등판했다. 4월 4일 SK전 이후 190일 만에 롯데를 상대로 선발 마운드에 섰다.
초반 부진으로 1군 등판 기회를 놓쳤다. 이동걸은 올 시즌 전반기 3경기에서 1패와 평균자책점 13.50을 기록했다. 줄곧 2군에 머물었던 이동걸은 9월 12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180도 바뀐 이동걸은 후반기 5경기에 등판해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평균자책점 0.64로 호투했다. 피안타율도 전반기 0.440에서 후반기 0.213으로 대폭 낮췄다.
익숙하지 않은 이동걸의 투구는 롯데 타자들의 발목을 묶는데 충분했다. 이날 이동걸은 상대 타자의 몸쪽과 바깥쪽을 골고루 공략한 직구로 타격 타이밍을 빼앗았다. 홈 플레이트 앞에서 다양한 궤적을 그리는 변화구도 섞었다.
위기관리능력이 탁월했다. 이동걸은 1회말 1번 황재균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맞았다. 그러나 2번 정훈을 삼진, 3번 손아섭을 유격수 땅볼, 4번 최준석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2회말 1사 2루에서는 7번 문규현과 8번 장성우를 모두 내야땅볼로 돌려세웠다.
스스로 경기를 풀기도 했다. 이동걸은 4회말 1사 1루에서는 6번 전준우를 3루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솎아냈다. 5회말 무사 1루 이후 장성우와 김민하를 연속 삼진으로 요리했고, 황재균은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이동걸은 6회말 선두타자 정훈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한 뒤 안영명과 교체됐다. 그러나 다소 이른 투수 교체로 낭패를 봤다. 이동걸에게 마운드를 이어 받은 안영명은 후속 두 타자에게 연속 볼넷을 던진 뒤 루이스 히메네스에게 2타점 적시타와 2사 1, 3루 위기를 지키지 못했다. 안영명이 동점을 허용해 이동걸의 첫 승 꿈이 물거품으로 변했다.
이동걸의 새로운 발견은 한화에게 큰 소득이었다. '숨은 재주꾼'의 때늦은 등장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gioi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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