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만의 우승' 리틀야구, 이걸로 끝이 아니다
경기장 7개뿐…'열악한 환경' 문제 시급
'성적 지상주의' 중·고교 시스템도 돌아봐야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9년만의 감격적인 우승을 일궈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박종욱 감독이 이끄는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12세 이하)은 25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윌리엄스포트에서 벌어진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결승전에서 미주지역 챔피언인 미국 시카고 대표팀을 8-4로 꺾고 1985년 이후 29년만에 대회 정상에 올랐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빼어난 실력을 보여줬다. 한국은 인터내셔널 그룹 결승에서 2012, 2013년 이 대회 2연속 우승에 빛나는 일본을 제압했고, 이어진 결승전에서는 야구 최강국 미국을 격파했다. 지역 예선부터 11전 전승의 완벽한 우승이었다.
그러나 기분 좋은 우승 뒤엔 찜찜한 구석도 있었다. 세계 대회 우승 뒤에 따라붙곤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일궈낸 기적'이라는 수식어는 이번에도 예외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 리틀야구 환경은 그야말로 열악한 수준이다. 리틀야구 팀은 158개인데 비해 경기장이 7개밖에 되지 않는다. 700여개 팀이 등록되어 있는 일본이나 2만개가 넘는 팀이 있는 미국에 비할 바가 되지 않는다.
한국 리틀야구 연맹 박원준 홍보 이사는 "팀들이 훈련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적다. 인조잔디 구장은 고사하고 흙구장 조차도 리틀야구 전용구장이 없는 현실"이라면서 "학교 운동장을 사용하려고 해도 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성인야구장의 경우 사회인 야구리그가 운용되기 때문에 쉽지가 않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있는 7개 구장도 시설이 열악하기 짝이 없다. 박 이사는 "장충동에 있는 메인 구장을 제외하면 야간 조명 시설이 있는 구장이 없다. 그밖에 덕아웃이나 락커, 관중석 등 구장 부대 시설도 미비한 실정"이라면서 리틀야구장 공급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두각을 나타낸 '예비 스타'들에 대한 관리도 중요한 부분이다.
20여년전인 1984년과 1985년 리틀야구 대회를 2년 연속으로 제패했을 때도 당시 대표팀 멤버는 '황금세대'로 일컬어졌다. 선수들 모두가 프로를 호령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이들 중 막상 프로무대까지 진출한 선수는 많지 않았다. 1984년 대표팀의 김경원(전 OB-한화)을 비롯해 1985년 대표팀의 심재학(현 넥센 코치), 조경환(현 KIA 코치), 오규택(현 충암고 코치), 이승준(전 LG) 등 5명 뿐이다. 나머지는 프로무대를 밟지 못하고 부상과 중도 포기 등으로 꿈을 접었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이를 '엘리트 체육의 폐해'라고 설명한다.
송 위원은 "리틀 야구 선수들은 대개 자신의 의지로 야구를 시작한 선수들이다. 야구가 좋아서, 하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그들이 좋아하던 야구는 '생존을 위한 수단'이 된다. 빡빡한 규율 속에 답답함을 느끼게 되고, 더 이상 야구를 즐길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대표팀도 '황금세대'로 일컬어진다. 투, 타를 가리지 않고 맹활약한 황재영, 최해찬을 비롯한 13명의 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각자 소속팀에서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활약하는 중이다.
선수들은 모두 야구를 즐기고 있었다. 리틀야구 연맹 박원준 이사는 이번 우승의 원동력에 대해 "박종욱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을 믿고 경기를 즐길 수 있게끔 만들었다. 그러면서 모든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음달 초에 벌어지는 전국대회를 마지막으로 중학교에 진학한다. 이 선수들은 계속해서 야구를 즐길 수 있을까. '성적지상주의'가 만연한 현 시스템 아래에서, 세계대회 우승까지 경험한 이들이 계속 '즐기는 야구'를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마냥 기뻐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한국은 지난 1984년과 1985년에 이미 리틀야구로 세계를 제패했다. 그리고 다시 세계정상에 오르기까지는 29년이 걸렸다.
그 때와 지금의 공통점은 선수들의 출중한 기량으로 열악한 환경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더 이상 '다윗의 기적'을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는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이 '골리앗'이 될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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