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법 촬영물 사이트 900여개 '방치'…심의 없이 5개월째
방미심위 위원 구성 지연…5개월간 심의 회의 '0회'
합성·편집 피해 급증 …지원기관 권한 확대 필요성
-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성평등가족부가 지난 5개월간 900곳 넘는 불법 촬영물·성착취물 사이트를 제재해달라고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에 요청했지만, 실제 조치는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6월부터 심사를 담당할 방미심위 위원이 구성되지 않아 심의를 위한 회의조차 열리지 않고 있어서다.
심의가 지연되는 동안 불법촬영물 유통 피해는 계속 확산하고 있어 조속한 조치가 요구된다. 피해 지원기관에 보다 적극적 권한을 부여해 즉각적인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성평등부가 지난 6~10월 방미심위에 시정을 요구한 불법촬영물 사이트 929곳 중 시정요구 방법이 결정된 사이트 수는 0건이다. 방미심위는 지난 6월부터 5개월간 소관 업무 심의·의결을 위한 회의가 열리지 않아 해당 사이트들에 대한 시정요구 결정을 하지 못했다.
방미심위는 정부와 민간을 통해 제재 대상을 파악해 △사용자 접속차단 △영상물 등 삭제 △이용해지(사이트 폐쇄)와 같은 시정 방안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방미심위 제재 권한은 정보통신망법에 근거를 두고 있어 법적 강제력을 가진다.
반면 디지털 성범죄 대응 주무 부처 중 하나인 성평등부는 현재 불법촬영물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업자에 삭제'요청'만 할 수 있을 뿐, 제재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마저도 해외 사업자의 경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 방미심위 의결을 통해 국내 사용자들이 해당 사이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사실상 최선이다.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 여당 간사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성평등부가 방미심위(전 방심위)에 불법 사이트 시정을 요구한 건수는 △2022년 6443건 △2023년 1556건 △2024년 1092건이다.
방미심위는 지난달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기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폐지되며 출범했다. 기존 방송통신위원회는 폐지 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신설됐다.
그러나 출범 한 달이 지나도록 소관 업무 심의·의결을 위한 위원장과 위원이 구성되지 않아 업무 처리는 계속해서 지연되는 중이다. 방미심위 위원은 국회 몫 6명을 포함해 대통령이 임명·위촉하는 9명으로 구성한다.
방미심위 관계자는 "6월부터 회의를 통한 조치는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특정 게시물에 대해 지속적으로 자율규제 요청을 해 삭제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과 AI 도구를 활용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법적 조치가 늦어질수록 불법 촬영물 복제·유통·소비의 악순환이 확산할 우려가 크다. 성평등부 산하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합성·편집 피해 접수 건수는 1384건으로 전년(423건)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불법촬영 피해는 4182건으로 전년(2927건) 대비 43%가량 증가했다.
현장에서는 성범죄 피해 지원기관에 더 적극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불법 사이트 중에서는 영상물에 대한 조치를 요청하는 디성센터에 역으로 '당신들이 어떤 법적 권한을 가진 곳이냐'는 등의 회신을 하며 제재를 회피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평등부는 직접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한계 속에서도 민·관·국제기구와 협력을 통해 제도적 공백을 메우고 있다. 지난해 디성센터는 미국 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NCMEC)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삭제지원을 위한 협력을 맺고 핫라인을 통해 해외 사업자 제재를 실시간 요청 중이다. 이 밖에도 불법성 증명 공문을 발송하거나 경찰에 국제 공조 수사를 의뢰하는 등 방안을 병행하고 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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