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버려진다"…'입양특례법' 보완·재개정 목소리 높아져
'출생신고제 완화'등 미혼모 현실 고려해야
백재현 의원 긴급 발의…아고라 서명운동
지난 25일 오후 보건사회연구원에서는 보건복지부 주최와 중앙입양원(원장 신언항) 주관으로 입양관계자 연찬회가 처음 열렸다.
연찬회에서는 '입양아동 권익 및 원가정 우선 보호'라는 당초 법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미혼모'의 현실을 고려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영유아 유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 출생신고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성토가 줄을 이었다.
◇영아 유기, 입양전 호적 등록 부담 때문에…
개정 입양특례법은 출산 후 입양시 친부모의 호적에 아이를 올려 출생신고를 하도록 하고 청소년의 경우는 부모의 동의를 얻도록 의무화했다.
입양절차가 완료되면 별도로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가 생성돼 모자기록이 남지 않지만 입양이 안될 경우에는 호적에 계속 친자로 남는다.
이로 인해 출산사실이 알려지게 될까봐 입양 대신 아이를 버리는 쪽을 택하는 미혼모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연찬회에 참석한 한연희 한국입양홍보회 회장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우선순위는 유기된 영아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라며 "지난해 늘어난 영아 유기는 개정 입양특례법에 따른 것으로 법 시행 후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놓고 간 엄마들의 '특례법 때문에 어쩔수 없이 놓고 간다' 내용이 담긴 고뇌의 편지가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출산한 부모의 입양 전 출생신고제는 출생등록제가 되도록 해 가족관계 등록을 희망하지 않는 부모가 신분노출을 꺼려 영아 유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양육의사가 있어도 입양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미혼모가 있고 성인미혼모와 별도로 청소년미혼모 보호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혼모 보호시설인 애란원 한상순 원장도 "입양특례법의 근본목적에는 동의하고 법원허가제도 아동의 일생으로 볼 때 결국 합당한 조치라고 생각하지만 미혼모 보호장치 등은 활발하게 만들어져야 한다"며 "장애나 사망, 파양 등의 경우 미혼모 호적에 남지않는 보호장치를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양부모인 A씨(54·여)는 "현 입양특례법으로는 입양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호주제의 등록제 전환, 법원허가제의 신고제 전환, 입양숙려기간 고려 등을 주장했다.
A씨는 "아이들이 입양가기 전에 친부모의 호적에 오르는데 입양이 성사안되면 부모에게 평생 남아있게 되며 미혼모는 출생신고가 두려워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놓아두거나 유기하고 인신매매를 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호주등록제로 해주던지, 출생등록제로 해주던지 등 호주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에서 법원허가제는 너무 멀리 간 이야기"라며 "법원에서는 사건번호로 입양을 다루는데 모든 서류를 정부에서 다 받아 법원에서 허가받게돼 있어 정말 많은 서류가 필요하고 사람마다 심사기준이 달라 서류도 다르게 제출해야하는 등 너무나 복잡해 입양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은숙 대한사회복지회 전남지부장은 "가족관계등록부에 해야하는 출생신고를 기피해 아동보육시설에서 18개월까지 자라거나 유기돼 생명까지 잃게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미혼모라는 주홍글씨를 서류에 쐐기박아 아이를 버려야햐만 하는 죄인이 돼 받는 미혼모의 상처가 더 커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입양아이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 정서적으로 굉장히 불안해 하는 것인데 산모가 아이를 가졌을 때 우울하고 불안하고 자존감이 땅에 떨어져 있어 ADHD를 앓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며 "어린엄마에 대한 태교 등 사전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법원허가제와 관련해 "법원허가제를 당연히 해야 하지만 법원에서 하는 심리적 부담이 있으므로 국내 입양방법을 개선해 중앙당국, 공적기관 등에서 입양승인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제안했다.
목경화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회장은 "원가족, 미혼보 등 보호 우선보다는 아이 입양을 선도하는 사례를 많이 봐왔다"며 "미혼모의 경우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인 어려움이 큰데 성교육 전문센터의 전문적인 교육과 체계적인 상담서비스 등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상천 대한사회복지회 회장은 "불법입양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고 양부모들의 입양시스템이 어렵고 제약이 많으니 입양이 줄고 있는 것"이라며 "가족관계등록부의 등재가 없어진다고 하는데 입양아의 입양증명서에는 친모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입양인과 미혼모의 권익옹호를 위한 시민단체인 뿌리의 집 김도현 목사는 "베이비박스의 경우 불법이긴 하지만 아동은 구원하는 반면 아이를 버린 엄마의 절망과 아픈 삶에 대해서는 보호하지 못한다"며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입양특례법을 개정하고 완화해야 된다는 여론이 형성돼 있는데 우리 사회가 이제 어머니도 아동도 함께 우리 사회의 안전망으로 엮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종호 홀트한사랑회 고문은 "입양특례법 개정에 있어 원가정 보호나 아동보호 권리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아이가 죽으면 그 많은 보호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입양특례법이 가장 먼저 할 일은 미혼모가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법의 테두리안으로 오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혼모 입양숙려 기간제는 찬반 갈려…입양인 '알권리' 원칙은 견지돼야
한편 미혼모의 입양숙려 기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입양부모 A씨는 "입양숙려 기간도 7일간으로 정하지 말고 한달, 두달 등 하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하고 그것이 안되면 엄마의 의사에 따라 고려해야 한다"며 "미혼모들은 1주일 숙려기간 동안 아이들 데리고 있을 곳이 없고 미혼모 시설에 들어갈 사람은 극히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송종호 홀트한사랑회 고문은 "아동의 유기수가 늘었냐, 줄었냐 등을 갖고 입양특례법 개정을 바라봐서는 안되며 유기되고 죽지 않도록 방법을 찾아서 강구하는게 시급하다"며 "입양특례법 재개정은 청소년 한부모에 대해 예외규정을 두자는 것이며 법 정신을 엎자는게 아니고 지금 시급히 죽어가는 유기 아이를 보호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상순 애란원 원장은 "청소년 미혼모 숙려기간 제외는 옛날로 돌아가자는 것으로 찬성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중요한 결정시 12번도 마음이 더 바뀌는데 일주일간 입양숙려 기간은 너무나 짧고 한두달은 넘어야하며 청소년 입양숙려 경우를 제외하는 것은 안된다"고 말했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는 입양인인 섀넌 하이트(30·여)도 "나이와 상관없이 상담을 제대로 받으면 잘 선택할 수 있으며 청소년의 경우 입양숙려제 기간을 더 길게 두어야 한다"며 "단 결혼하고 24살 때 임신했다고 청소년엄마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으며 능력이 없다는 의미로 24세 이하를 청소년이라고 부르것은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정 '입양특례법'의 보완·재개정은 '입양아동 인권보호'라는 원칙만큼은 견지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섀넌 하이트는 "시행된지 얼마 안된 개정된 특례법을 다시 고치자고 하는 것은 이르다"며 "엄마들이 입양을 선택하더라도 아이가 출생정보를 알 권리가 있고 그 권리를 아무도 뺏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특히 섀넌은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들이 는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며 미혼모들이 먼저 접근하게 되는데 불법행위인 베이스박스를 광고하듯이 다루면 안된다"며 "엄마들이 입양시 출생신고한다고 해도 입양이 완료되면 부모관계가 호적에서 삭제된다는 정보를 알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혼모에게 정확한 '입양정보' 제공해야
미혼모에게 개정된 입양특례법 등 정확한 입양정보를 전달해야 할 것으로도 지적됐다.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소라미 변호사는 "베이비박스의 부각은 임신한 엄마들의 공적서비스 접근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반증"이라며 "여성 등이 인터넷 접근시 키워드가 입양, 미혼모 등 일텐데 공적정보가 제대로 제공되면 혼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며 중앙입양원에서 역할을 꼭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곳은 미인가 시설로 선의라도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며 "한 가정에서 10명씩 입양하는 것이 적절한가 우려되며 인가를 받고 정부나 지자체에서 선의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모니터링하고 지원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상순 애란원 원장은 "출생신고가 까다로와 아이를 버린다는 것은 모르고 하는 얘기이며 각자가 입장이 다르다"며 "시설 입소를 하지 엄마들의 경우 유기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인터넷을 통한 홍보, 교육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입양특례법은
최영희 전 민주통합당 의원의 대표 발의로 2011년 6월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 8월5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입양특례법'은 성장 입양인들의 뿌리찾기와 아동 인권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국내입양 우선추진제, 가정법원허가제, 양부모 자격 제한, 입양숙려제 도입, 입양인의 자기정보공개청구원 명시, 입양아동의 민법상 친양자 지위 인정 등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법은 이에 따라 이전과 달리 친모가 아이의 출생신고를 해야만 입양을 보낼 수 있고 양부모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아이를 입양할 수 있다.
개정 전에도 입양아동에 대한 출생신고가 필요했지만 공적기관의 개입없이 입양부모의 친자녀인 것처럼 '허위' 출생신고로 입양이 이뤄지며 지원금을 타기 위한 수단 등으로 입양제도가 악용되는 사례가 발생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개정법은 또 친부모는 아이를 입양보내기 전 1주일간 입양숙려 기간을 거치도록 했다. 충분히 생각할 기간을 갖고 입양대신 양육을 선택하라는 취지다.
그러나 법 개정 이후 출생신고에 따른 기록이 남을 것을 걱정한 미혼모나 1주일간 숙려기간 동안 아이를 둘 곳이 없는 미혼모들이 아기를 버리고 있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재개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법이 현실과 괴리되며 앞서갔다는 것이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입양특례법 개정 5000명 서명운동이 지난 16일부터 시작돼 현재 1500여명이 서명했다.
백재현 민주통합당 의원(광명갑)은 지난 20일 '입양특례법 개정안'을 긴급 발의했다.
청소년 한부모에 대한 특례규정을 두어 입양숙려제 적용을 제외하고 입양기관의 장이 민법상 부모를 알 수 없는 청소년 한부모 아동에 대한 가족관계등록 창설 절차를 거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장애아동의 경우 국내입양 우선 추진제의 예외를 허용해 국외입양을 함께 추진토록 했다.
senajy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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